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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인 나는 SH공사에서 시행하는 희망하우징에서 살고 있다. 다세대 주택에서 룸메이트 1명과 산다. 월세 10만 원을 지불한다. 관리비는 시설 유지비 항목으로 1년에 4만 원을 낸다. 한 달에 3330원 꼴. 수도요금과 전기요금은 별도다. 때문에 관리비에 대해 무심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용도 모를 관리비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비슷한 크기의 원룸임에도 관리비는 3만 원~8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관리비에 대한 의문은 커져갔다.

원룸관리비 조사를 위해 임대업자 아들로 위장하다

주변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용도 모를 관리비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비슷한 크기의 원룸임에도 관리비는 3만 원~8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주변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들을 보면 용도 모를 관리비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 비슷한 크기의 원룸임에도 관리비는 3만 원~8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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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문을 풀어볼 만한 기회가 생겼다.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하고 있는 표준원룸관리비 기준표 개발에 참여하게 된 것(7월 7일부터 8월 14일까지). 우리는 즉각 '원룸 관리비의 각 항목별 원가 산정'에 필요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이 일로 나는 때아닌 연기(?)를 해야했다.

설정은 이랬다. 나는 '아버지가 최근 5층짜리 30세대 원룸 신축을 막 끝냈다, 나는 아들로 아버지 일을 돕고 있다'며 원룸 건물 설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여러 가지를 물었다. 처음에는 문의하는 것이 어색했지만, 나는 곧 임대업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알면 알수록 오묘한 세계인지라 '임대업자 아버지를 돕고 있는 아들'의 역할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쉽지 않을 정도였다.

원룸 관리비의 원가를 구하기 위해 우리는 아래와 같은 설정을 했다.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5층짜리 건물, 총 원룸 30세대를 신축한다. 추가되는 설비는 CCTV, 현관 주출입구에 보안카드와 도어록, 엘리베이터, 인터넷이 있다. 이와 더불어 필수적인 물탱크와 정화조도 설치한다. 또한 매 주 1회씩 건물 청소도 실시한다.

이와 같은 조사를 하면서 알게된 사실은 CCTV와 현관 주 출입구에 설치한 도어록은 별도의 유지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 위와 같은 설비는 건물의 자산가치를 증가시키는 비용으로 대부분 임대료에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해외 사례를 보건대, 이들 역시 개별 사용료가 아니거나, 유지비용이 별도로 들지 않는 경우 따로 관리비를 부과하지 않고 임대료에 포함해 세입자들에게 부과한다).

한편 이와는 달리 유지비용이 들거나 공동으로 부담해야 하는 항목이 있는데, 청소, 엘리베이터, 물탱크, 정화조가 이에 해당한다. 모두 매월 또는 매년 1회의 필수적인 점검이 필요한 항목이었다. 이렇듯 관리비를 자산비용과 유지비용으로 나뉘어 항목별로 계산해보자.

CCTV와 도어록은 자산, 임대료에 포함해야

업체 측에 따르면, 유지에 드는 전기비용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그러나 이 작은 비용도 집주인은 공용 전기 비용으로 책정해 부과한다.
 업체 측에 따르면, 유지에 드는 전기비용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그러나 이 작은 비용도 집주인은 공용 전기 비용으로 책정해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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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CCTV.  원룸 건물에는 보통 건물 입구와 쓰레기를 버리는 곳 등에 CCTV 2대를 설치한다. 아날로그급은 50~80만 원 선이고, HD급은 70만 원에서 많게는 120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다. 설치비는 무료이며, 스마트 폰으로 실시간 감시가 가능했다. 유지 비용은 카메라에 드는 전기요금 수준. 업체 측에 따르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그러나 이 작은 비용도 집주인은 공용 전기 비용으로 책정해 부과한다.

그렇다면 의무 내역인 정화조와 물탱크 청소 비용은 얼마나 할까? 원룸 집주인은 정기적으로 이를 관리하고 관할 구청에 신고할 의무가 있다. 보통 청소 업체에서 신고까지 대행한다. 1년에 2회를 권장하지만, 보통 1회를 한다. 주거용 건물 물탱크 청소비용은 1년에 약 20만 원 정도다.

정화조도 마찬가지로 연 1회 청소하며  청소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5~1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 외 주차장 및 원룸 공용 공간(계단) 청소는 보통 청소 용역업체에 의뢰하는데, 주 1회, 월 4회로 계약하면 8~10만 원선이다. 집주인이 직접 청소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은 보통 집주인이 업체와 계약을 해서 세입자에게 비용을 부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30세대라면 5회선을 설치해야 한다. 3년 계약을 하면 최대 월 15만 원의 비용이 부과된다. 개인당 5천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집주인은 인터넷 요금 항목으로 보통 만 원을 청구한다. 물론 개인이 따로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합리적인 이유로 관리비를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승강기 전기요금이 그것. 모든 원룸에 승강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건축법상 6층 이상의 건물은 승강기를 의무화 해야 하기에 함께 조사했다.

승강기는 매월 의무적으로 점검을 받아야 한다. 출장비를 포함하여 약 15만 원 상당의 비용을 내야 한다. 단 설치한 지 3년 이내라면 시공 업체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또한 매년 승강기 협회에서 주관하는 점검을 받아야 한다. 이 비용은 8만 원 상당이다. 승강기 유무에 따라 공용 전기요금이 꽤 차이를 보인다.

수도요금은 건물 전체 요금에서 세대원 숫자만큼 나누어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1인 가구로 물 사용이 적은 청년들 입장에서는 정확한 개별 사용 고지가 되지 않으니 정확한 비용인지 의심스럽다(관련기사 : 친구 자주 오니 원룸 관리비 3만원 더 내라?).

앞서 언급한 유지비용인 물탱크, 정화조 점검, 청소, 승강기 사용 요금을 당초 가정한 30세대를 기준으로 나눠보도록 하자(공용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의 경우, 각 건물과 세입자의 특성마다 다르기 때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관리비 각 항목의 가격은 최대값으로 했다.

수도요금 등 제외 관리비 추정 원가, 한 달 약 1만4천원

관리비 내역 조사를 통해 추정해본 원룸 관리비 내역.
 관리비 내역 조사를 통해 추정해본 원룸 관리비 내역.
ⓒ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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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종합해 관리비 원가를 최대 가격으로 추산할 때 한 달에 약 1만4천 원 정도다. 여기에 공용 전기요금과 수도요금을 합친 것이 실질적인 원룸 관리비 원가라 볼 수 있다(개별 전기요금은 개인별로 납부할 수 있도록 고지서가 나옴).

1인 가구 수도요금은 보통 월 3~5천 원 사이이고, 원룸 빌라는 공용 공간이 거의 없기에 공용 전기요금 또한 상당히 적은 편이다. 만일 건물에 승강기가 없다면 비용은 더 줄어든다. 그러나 대학가 원룸 관리비가 3만 원에서 많게는 8만 원대인 것을 보면 상당수 많은 비용이 부풀려진 셈이다. 관리비 명목으로 월세를 더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산 항목으로 포함되는 CCTV 및 보안문 비용을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것. 앞서 언급했듯 해당 항목은 유지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최신식, 풀옵션의 이름으로 이미 임대료를 올리고도 마치 집주인이 선심을 쓴다는 듯이 행동한다.

물론 임대인 나름의 고충도 있다. 세대별로 비용을 추산하고, 일일이 세입자에게 연락을 해서 관리비를 청구해야 한다. 또 입주민들의 불만사항을 해결해야 하고, 시설 유지 보수를 위해서 신경 써야 할 부분도 상당하다. 임대업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보니 황당한 요구를 하는 세입자 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룸 세입자와 집주인이 관리비로 얼굴을 붉히는 주요한 이유는 관련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임대차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고 서로가 신뢰를 쌓을 수 있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관리비에 대한 표준적인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표준원룸관리비 기준표 개발을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관리비를 책정하기 위한 거버넌스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청년들의 주거권과 주거복지를 위해 응원의 목소리를 내주었으면 한다.


태그:#원룸, #민달팽이유니온, #주거권, #관리비, #세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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