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은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르다. 사랑을 시작하고 결실을 맺는 과정을 주로 다루는 기존의 연애물과는 달리, <연애의 발견>은 이미 시작된 사랑을 전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첫 회부터 여자 주인공 한여름(정유미 분)이 전 남자친구 강태하(문정혁 분)와 하룻밤을 보내는 암시가 나오고, 현재 남자친구 남하진(성준 분)과의 갈등이 디테일하게 묘사된다.

이미 사랑을 하고 있는 한여름은 전 남자친구 강태하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상황들이 마구 튀어 나온다. 전 남자친구와의 이별과정이라든가, 현 남자친구와의 다툼이 그것이다.

한여름 역의 정유미는 이 드라마를 시작하기에 앞서 "연기를 하면서도(내가 맡은 캐릭터가) '왜 여우짓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욕먹을 각오를 했다"고 밝히며 드라마 속 캐릭터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정유미의 '한여름'은 비록 여우지만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캐릭터로 보인다. 일단 그 첫 번째 이유는 캐릭터의 현실성에 있다. 인간의 마음은 무 자르듯 잘라지는 것이 아니다. 두 가지 마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갈등하는 것이 인간이다. <연애의 발견>이 표방하는 그런 현실적인 연애는 질책보다는 몰입을 이끌어낸다.

누구와도 잘 어우러지는 정유미의 장점 돋보여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한여름 역할로 호평을 받고있는 정유미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한여름 역할로 호평을 받고있는 정유미 ⓒ KBS


헤어지자고 하고 싶지만 헤어지자고 말하면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될까봐 망설이고, 헤어지자고 말한 후에도 다시 붙잡는 인간적인 모습 속에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현재 남자친구가 있지만 전 남자친구에 대한 갈등이 생기는 부분 역시 인간적이다. 그런 갈등을 단순히 우유부단하고 줏대없는 모습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고민으로 표현한 것은 작가와 연출의 섬세한 노력에 기반한다.

그러나 아무리 스토리와 연출이 좋다고 하더라도 연기에 설득력이 없으면 한여름 캐릭터가 큰 설득력을 가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정유미는 이 캐릭터에 현실성을 부여하며 자신이 가진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일단 정유미의 가장 큰 장점은 어느 남자 연예인 옆에 서 있어도 극강의 케미스트리(화학작용, 극에서의 어우러짐을 뜻함)를 발휘한다는 점이다. 두 남자의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어느 쪽도 놓치기 힘들 정도로 정유미는 양쪽 남자들과 어울리는 그림을 만들어 낸다. 그것은 정유미가 단순히 예쁜 척을 하거나 착한 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캐릭터에 맞춰서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하는 연기에 시청자들이 동화되는 것이다.

같은 정현정 작가로부터 탄생된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에 출연한 전력이 있는 만큼, 작가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은 정유미에게는 장점이다. 단, <로맨스가 필요해2>에서 보여줬던 캐릭터와 지금의 캐릭터가 지나치게 유사한 느낌을 자아낸다는 점은 아쉽다. 전 남자친구에 대한 갈등 역시 비슷한 부분이다.

이런 기시감은 정유미 캐릭터의 고착화로 뻗어나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드라마의 현실적인 연애는 젊은 층의 감성을 자극할지는 몰라도, 전 시청자층을 아우르는 파급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는 방송사 측에서는 아쉬운 성적을 거두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의 발견>은 가뭄에 단비 같은 드라마다. 연애를 하면서 겪는 갈등과 번뇌가 이 드라마에 그대로 녹아있으면서도 마치 잘 만들어진 로맨스 영화를 보는 듯 한 감성을 자아낸다. 그런 까닭에 <연애의 발견>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드라마다. 그 기대감을 만드는 데는 정유미의 사랑스러움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 연기자로서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장점이 분명하다.

앞으로 그들의 현실과 판타지를 적절히 섞은 세계 속에서 남자 주인공들을 주무르는 정유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드라마를 시청해야 할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끝까지 정유미가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을까. 작가의 전작인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가 보여준 설렘과 공감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듯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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