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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 보면 실망할 때도 있고 행운이 따를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횡재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행운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계획에 전혀 없었는데, 우연히 들른 곳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게 된다면 말입니다.

양산 홍룡폭포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 홍룡폭포 양산 홍룡폭포에서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다.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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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여름 휴가로 경남 양산 천성산 자락에 위치한 원효암을 목적지로 정했지만, 내비게이션의 오류로 애초 계획에도 없던 홍룡폭포로 가게 됐습니다. 이 폭포는 가지산 도립공원 내 원효산 골짜기 계곡에서 떨어지는 폭포로 상, 중, 하 3단 구조입니다.

떨어지는 물보라 사이로 무지개가 보이는데 그 형상이 선녀가 춤을 추는 것 같고 황룡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하여, 무지개 '홍(虹)'자에, 용 '용(龍)'자를 써서 '홍룡폭포'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이 날은 전날 내린 비로 인해 폭포의 수량이 많았습니다. 폭포 물줄기가 굉음을 내면서 물방울이 몇 십 미터까지 날아가는 장관을 연출했지요.

예상치 못했던 구경 때문인지, 친구와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납니다.

"길을 떠나다 보면 중도 만나고 소도 만나는데, 머리 아프게 뭐 하러 인터넷 뒤지고 그래 쌌노?"
"그래도 그렇지. 맛집이라든지, 교통편이라든지. 최소한의 정보는 가지고 떠나는 게 도움이 되지."

제가 답하자 친구가 되받아 말했습니다.

"여행지로 가다 차가 밀리면 다른 곳으로 가거나, 돌아오면 되지. 음식도 아무 거나 적당히 먹으면 되는 거고."
"에이, 그래도 그렇지. 여행준비를 좀 착실히 해서 뭔가 얻고 오는 것이 있어야 되지 않겠어?"
"난 그냥 골치 아프게 준비하는 것 보다 마음 편히 떠나는 것이 더 좋다."

양산 홍룡사 관음전과 홍룡폭포.
▲ 홍룡폭포 양산 홍룡사 관음전과 홍룡폭포.
ⓒ 정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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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대화를 나눌 수가 없습니다. 그 친구는 태평스러울 정도로 느슨한 편입니다. 저는 반대로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이라는 평을 들어왔지요. 그 친구가 이 대화에서 저에게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결국, 하나 된 결론은 없다고 서로 판단하고, "각자 자신의 생각대로 하면 된다"를 끝으로 대화는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이날 여행에서 친구가 말했던 '느슨함'의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가다 보면 "이것도 보고, 저것도 보게 될 때도 있고 이것, 저것,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도 삶과 마찬가지로 '정답은 없다' 싶습니다.

홍룡폭포
▲ 홍룡폭포 홍룡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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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내 생각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르다'와 '틀렸다'는 기준도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틀렸다'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다르다'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삶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여름 휴가 때 우연히 들렀던 양산 홍룡폭포에서 잃어버렸던 작은 지혜를 찾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안개 속에 산은 있었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홍룡폭포, #홍룡사, #천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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