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손흥민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결코 쉽지 않은 방문 경기에서 천금같은 재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세계 축구팬들에게 각인시킨 것이다. 그곳이 축구 선수들 누구나 꿈꾸는 챔피언스리그 무대라 감격이 더 컸다.

로저 슈미트 감독이 이끌고 있는 바이에르 레버쿠젠(독일)이 우리 시각으로 20일 새벽 3시 45분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파르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 FC 코펜하겐(덴마크)과의 방문 경기에서 손흥민의 결승골 활약에 힘입어 3-2로 짜릿한 펠레 스코어 승리를 거두고 32강 본선 무대를 향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동점-역전-동점-재역전 드라마

4-2-3-1 포메이션으로 나온 레버쿠젠의 왼쪽 날개 공격수 역할을 맡은 손흥민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이 중요한 경기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간을 누볐다.

예상 밖으로 일찍 골들이 터져 전반전에 모든 득점상황을 만들며 관중들을 열광케 했다.

카를로스 벨라스코 카르바요(스페인)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고 단 5분만에 방문 팀 레버쿠젠의 선취골이 터졌다. 간판 골잡이 스테판 키슬링이 오른쪽 끝줄로 빠르게 파고들어간 하칸 칼하노글루의 도움을 받아 코펜하겐 팬들을 침묵하게 만든 것이다.

그러나 선취골의 기쁨이 채 5분도 이어지지 못했다. 단 4분만에 코펜하겐이 동점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벵손의 도움을 받은 마티아스 요르겐센이 높게 솟구쳐 이마로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시작 10분도 안 되어 경기장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진 것이다. 그런데 레버쿠젠 수비 라인은 또 하나의 세트 피스 실점을 기록하며 곧바로 역전당했다. 왼쪽 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튀어오르는 세컨 볼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다. 13분, 안방 팀 코펜하겐의 아마르테이는 뛰어난 탄력을 자랑하며 침착하게 이마로 역전골을 성공시켰다.

이쯤되면 코펜하겐 안방 팬들은 흥분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하지만 경기는 전반전 종료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두 차례나 반전 드라마를 만들고 있었다. 레버쿠젠 선수들의 집중력이 한 수 위였다.

손흥민의 짜릿한 재역전 결승골

1-2로 끌려가던 레버쿠젠은 31분에 귀중한 동점골을 터뜨렸다. 오른쪽에서 넘어온 크로스가 손흥민을 겨냥했는데 조금 짧았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결정적인 도움을 준 셈이었다.

손흥민을 따라붙던 코펜하겐 수비수 닐손의 등에 맞은 공은 레버쿠젠의 벨라라비에게 굴러와 왼발에 제대로 걸린 것이다. 하지만 승부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이 경기의 주인공 손흥민이 더 중요한 자리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귀중한 동점골이 터지고 약 11분 뒤인 전반전 42분, 손흥민은 코펜하겐 수비수들이 파 놓은 오프 사이드 함정을 기막히게 허물고 달려들어갔다. 이 순간 미드필더 하칸 칼하노글루의 오른발 바깥쪽 찔러주기가 빛났다.

이 공을 받은 손흥민은 코펜하겐 수비수 벵손이 뒤에서 따라붙고 있었지만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굴려 넣었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정확하게 골문 왼쪽 기둥을 맞고 그물을 흔들었다. 동료들은 이 기쁨을 함께 나누며 손흥민을 안아서 번쩍 치켜올렸다. 어느 때보다 그의 표정이 밝아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에선 더이상 골이 터지지 않았다. 치열한 맞대결의 흔적이 그렇듯 노란딱지가 네 장이나 더 발급되면서 종료 휘슬이 울렸다. 손흥민 덕분에 이 귀중한 승리를 얻은 레버쿠젠은 이제 28일에 코펜하겐을 안방으로 불러 플레이오프 2차전을 펼치게 된다. 방문 경기에서 3-2로 승리한 레버쿠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기에 그들 앞에는 별들이 반짝이는 본선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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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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