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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자락의 천동계곡 코스는 비로봉까지 6.8km되는 거리의 잘 정비된 탐방로이다. 완만한 경사에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태고의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천혜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보여주는 길이다.

나는 다리안 관광지 밑의 민박을 찾아 하룻밤 묵은 뒤 다음날 아침 일찍 주변을 탐방하게 됐다. 잠시 인근만 다녀오자고 마음먹고 민박집을 나섰다. 하지만 지척에 보이는 소백산의 장엄한 기운이 좀 더 산 속 깊숙하게 들어오라며 유혹하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다리지만 의외로 주변 계곡과 조화롭게 잘 지어진 느낌이 든다.
▲ 다리안폭포 위를 가로지르는 소백산교의 모습 콘크리트와 철골로 만든 다리지만 의외로 주변 계곡과 조화롭게 잘 지어진 느낌이 든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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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밑'에 있어서 다리'안' 폭포?

다리안국민관광지조성기념탑을 지나 바로 옆에 위치한 소백산유스호스텔은 산속에 자리잡은 웅장한 건물이었다. 그 위용에 이따금씩 들어보는 유스호스텔의 용도가 궁금해졌다. 유스호스텔이란 청소년이 자연과 친숙해지고 건전한 야외활동을 할 수 있게끔 비영리를 목적으로 한 숙박시설 또는 자연과 사귈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말한다.

소백산유스호스텔을 지나 곧게 자란 나무들로 둘러싸인 길을 따라 조금 이동했다. 잘 정비된 길을 지나니 산악인 허영호 기념비가 옆에 놓인 소백산교를 만나게 됐다.

산속에 지어진 성처럼 웅장한 모습이었다.
▲ 소백산 유스호스텔 전경 산속에 지어진 성처럼 웅장한 모습이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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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안'이란 이름이 마치 성경책에 나오는 이름처럼 생소했으나 알고나니 그 단순명료함이 웃음짓게 만든다.
▲ 다리안폭포 안내판 '다리안'이란 이름이 마치 성경책에 나오는 이름처럼 생소했으나 알고나니 그 단순명료함이 웃음짓게 만든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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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비 옆에는 다리안 폭포를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그런데 폭포를 구경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폭포는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야 알게 됐지만 소백산교 바로 밑이 바로 다리안 폭포란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바로 나를 두고 일컫는 말이었다. 소백산교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폭포인 줄은 생각하지도 못하고 그저 흐르는 계곡물쯤이려니 생각하며 지나쳤던 것이다.

안내판에는 다리안 폭포라는 이름의 유래가 설명되어 있었다. 소백산 천동계곡 골짜기에 들어서기 위해서 이 폭포 위를 지나는 다리를 건너야 된다는 의미였다.

82m가량의 소백산교 끝에 다다르니 폭이 4m인 좁은 다리 위로 뒤에서 차량이 다가왔다. 차는 혹시나 앞에서 내려오는 다른 차량과 맞닥뜨릴까 싶어 경적을 울려대며 바쁘게 올라갔다.

유유히 흐르는 계곡물 옆 탐방로를 따라 아침 일찍부터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내려왔다. 대부분 등산객이 아니라 인근에서 숙박을 한 휴양객들로 보였다. 간편한 옷차림새로 이 사람들이 과연 어디까지 다녀 왔을까하는 궁금증이 들기도 했다.

경사로가 완만해 산책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다.
▲ 천동계곡 탐방로 전경 경사로가 완만해 산책하기엔 안성맞춤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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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동계곡에서 비로봉을 가는 탐방로 안내판 .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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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해설판에 담긴 소백산 이야기

몇 분 간 더 올라가니 생각지도 못했던 소백산북부사무소에 도달하게 됐다. 관리사무소답게 소백산국립공원에 대한 설명과 전경들이 잘 그려진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소 주변을 잠시 둘러본 뒤 다시 등산객 이용현황을 감지하는 계수기를 지나쳐 산 위로 계속 올라갔다.

비로봉까지 6km임을 알리는 이정표를 보니 내가 서있는 이곳이 바로 소백산임을 실감하게 했다. 마라톤 동호회 활동을 한다는 자부심에 달려서 갔다 오면 2시간 이내로 다녀 올 수 있지도 않을까 욕심마저 들었다.

소백산북부사무소를 지나와 소백산 속 탐방로에 들어서니 점점 더 깊은 산속의 웅장한 기운과 정취가 느껴졌다. 자연의 신비로움이 묻어 나왔다. 마침 날씨가 흐린 소백산 천동계곡에는 아무도 없었다. 흐르는 물소리 외에는 적막감까지 감돌 정도의 분위기였다.

나무 아래 흐르는 계곡물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들이 놀다갈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든다. 천동계곡의 차가운 물 속에 들어가 멱을 감으면 어떤 느낌일지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시려온다.

인기척이 없는 산 속에서의 고요함은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었다. 오랜 세월 높게 자라 쭉쭉 뻗은 침엽수림들이 하늘을 가렸다. 틈 사이로 간간이 기어 들어온 빛은 숲 속의 전경을 더욱 아름답게 꾸며줬다.

천동계곡의 탐방로 길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드문드문 자연에 대한 설명이 기재된 해설판들을 만나게 된다.

숲속 곳곳에 자연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잘 되어 있었다.
▲ 소나무에 대한 알림판 숲속 곳곳에 자연에 대한 설명이 상세히 잘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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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전체도 살아있는 유기물로서 세월이 흐르면 변모와 탈바꿈이 이어지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 숲의 변천사에 관한 알림판 숲 전체도 살아있는 유기물로서 세월이 흐르면 변모와 탈바꿈이 이어지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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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나무, 참갈겨니, 양서류가 보인다. 숲은 변하고 있다. 풀꽃, 나비와 기주식물, 참나무 숲, 수서 생물이 등장한다. 나무에게 어떤 일이 있었을까? 들꿩이 지나간다. 누구의 발자국 인지 궁금한 흔적이 나온다. 숲속의 청소부인 버섯과 함박꽃나무가 나타난다. 화전민 이야기와 숲이 주는 다양한 혜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1시간가량 다리안 계곡에서 천동자연관찰로까지 다녀오며 수많은 해설판들이 보였다. 그 해설판들에는 소백산 속에 감쳐진 이야기와 사진들이 들어있었다.

아침 산책 치고는 정말 많은 것들을 보게 되어 가슴이 뿌듯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켠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천동자연관찰로까지 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더 올라가고 싶은 마음과 내려가야 된다는 마음이 교차하며 갈등을 빚었다. 언젠가는 다시 찾는 날이 있을 것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에 보게 된 멧돼지 출현을 알리는 현수막이 잠깐이나마 깊은 산 속에서의 스릴을 맛보게 했다. 현수막 옆에 보이는 바위 틈의 어두운 공간에 멧돼지가 보금자리를 틀고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태고적 신비로움을 간직한 소백산속인지라 언제 어디서 멧돼지를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 멧돼지 출몰을 알리는 현수막 태고적 신비로움을 간직한 소백산속인지라 언제 어디서 멧돼지를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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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가고 싶은 소백산 천동계곡

소백산북부사무소에 되돌아오니 비가 더욱 거세졌다. 사무소 맞은 편에 아담하게 지어진 탐방지원센터에는 한 직원이 빗자루를 쓸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잠시 비를 피해 직원에게 인사를 하며 어떤 일을 하는지 물어보았다.

유니폼을 입은 직원은 자연환경해설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곳을 지나는 등산객이 하루에 몇 명가량 되는지를 물어보니 하루에 300명 가량 입산한다고 한다. 때마침 비를 피해 2명의 등산객이 들어섰고, 탐방지원센터 내에 전시된 소백산 전체의 모형과 나무로 된 조각품들을 신기한 듯 둘러보았다.

탐방지원센터에는 소백산 전체 모형이 있어 한눈에 소백산의 이모저모를 느껴볼 수가 있다.
▲ 탐방지원센터네 전경 탐방지원센터에는 소백산 전체 모형이 있어 한눈에 소백산의 이모저모를 느껴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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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지원센터 내에 반달곰 사진이 있어서 자연환경해설사에게 혹시나 소백산에도 반달곰이 서식하는지 물어보았다.

"지리산에 가야만 반달곰을 볼 수 있고, 이곳 소백산에는 설치류가 많아서 반달곰이 살지를 못합니다."

생각치도 않게 설치류와 곰의 상관관계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곰이 산다면 소백산은 한 층 더 생태계의 보고가 되지 않을까,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어우러진 멋진 곳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비는 그칠지 모르고 하염없이 내렸지만 이미 땀과 비에 온 몸이 젖은 상태였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민박집 아래로 달려 내려갔다.

소백산 속에서 맞는 비는 더없이 깨끗했다. 그다지 차갑지 않았다. 시간적인 여유만 있다면 온 산을 하루 종일 뛰어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

자연의 숨소리가 산 속 이곳저곳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운 다리안 계곡. 영원히 청명하게 흐르는 물이 있어 더욱 아름다운 곳이다.

마음의 일부분을 다리안 계곡에 남겨 두고 온 것처럼 미련이 남아있다. 싱그러움으로 가득 찬 푸른 숲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린다.

가을이 오면 소백산 다리안 계곡 숲을 다시 찾아 자연 속에 고요히 파묻히고 싶은 바람이 든다.

계곡의 상류지역으로 갈수록 과학시간에 배운대로의 풍화침식 현상들을 관찰할 수가 있다. 큰 암반이 쪼개져 바위가 되고, 바위는 쪼개져 자갈과 모래가 된다.
▲ 풍화되어 쪼개진 모습의 바윗돌이 있는 천동계곡의 전경 계곡의 상류지역으로 갈수록 과학시간에 배운대로의 풍화침식 현상들을 관찰할 수가 있다. 큰 암반이 쪼개져 바위가 되고, 바위는 쪼개져 자갈과 모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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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천동계곡, #다리안 폭포,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강의, #다리안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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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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