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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집단자위권 결정 이후 동아시아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와 <오마이뉴스>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배경이 어디에 있으며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진단하고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모색하는 기획을 마련해 싣습니다. [편집자말]
올해 2월 부산대 입학 예정이었던 나는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에서 주최한 '2·8 조선청년 독립선언 95주년 맞이 대학생 도쿄원정대'의 일원으로 일본에 다녀왔다. 95년 전 선조들이 2·8독립선언을 했던 일본 도쿄에서 아베 정부의 망언과 역사왜곡, 재무장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우리가 준비해간 '아베 총리께 드리는 질의서'를 받는 것조차 거부했다. 또 생생한 역사를 직접 배우기 위해 방문한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우리는 무장한 수십 명의 경찰들과 마주하며 마찰을 빚어야했다.

지난 침략전쟁의 역사에 대해 반성 없는 일본의 태도를 두 눈으로 보고 돌아온 몇 달 후인 지난 7월 1일, 아베 정부는 집단 자위권 행사를 선언했다. 누군가는 군대를 가지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권리가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일본은 2차 대전 전범국가로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 전쟁을 일으킨 주범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고, 그 결과 지금까지도 전범들의 후손이 권력을 쥐고 있다.

당연스럽게 이제는 군국주의로 돌아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최소한 반성조차 없는 나라가 공격이 가능한 군대를 가진다는 것은, 전쟁이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전쟁에 반대하기 때문에 일본의 재무장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다. 전쟁 없는 평화를 꿈꾸는 대학생·청소년 70여명이 모여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9박 10일간 '내일로 평화대장정'을 벌인 이유, 말이다.

대학생의 첫 방학, 9박 10일간 기차 타고 평화대장정 떠난 이유

지난 8월 9일 부산역에서 <내일로 평화대장정>이 출발하는 모습.
 지난 8월 9일 부산역에서 <내일로 평화대장정>이 출발하는 모습.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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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로 평화대장정'은 코레일에서 운행하는 만 25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자유이용권 티켓(KTX 제외) 이름인 '내일로'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답사 기행과 캠페인을 진행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는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한 희생자들의 묘가 있는 여수,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인 전주, 벌교 태백산맥 문학관 등을 방문해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접했다. 서울에 도착해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진행되는 수요집회와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페스타에 참가했다. 비무장지대(DMZ) 기행을 통해 거대하게만 보였던 분단이라는 벽이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갈수록 얼마나 낮고, 또 낡은 것인지도 알게 되었다.

역사기행을 하는 <내일로 평화대장정>
 역사기행을 하는 <내일로 평화대장정>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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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여순 항쟁 위령비 뒤에 새겨진 말줄임표 '……' 였다. 아직까지 진실이 규명되지 못한 탓에 점 여섯 개만 새겨진 것이라고 한다. 당시 희생자들의 심정과 또 남은 사람들의 고통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저 점 여섯 개에 얼마나 많은 한이 담겨 있을까.

기억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 출발은 바로 올바른 역사교육일 수 있다.

선생님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목표가 생겼다

<골든벨> 형식을 따라한 퀴즈대회 모습
 <골든벨> 형식을 따라한 퀴즈대회 모습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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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교육과 학생이지만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일로 평화대장정>활동을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 가려진 진실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아이들에게 진짜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역사를 가르치고, 온 힘을 다해 외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게 해주는 교육을 하기 위해서라도 아는 만큼 실천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자는 각오도 다졌다.

우리는 역사 기행과 함께 '일본의 역사왜곡과 재무장에 반대하는 캠페인' 활동도 벌였다. 일본의 재무장이 단순한 반일감정이 아니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를 깨트리는 일이라는 점을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도라산역에서 내일로평화대장정의 기념촬영
 도라산역에서 내일로평화대장정의 기념촬영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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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6년간 식민 지배를 겪은데다가 일본의 재무장으로 가장 긴장해야 할 곳이 바로 우리, 한반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답답했다. 오히려 한미일 군사정보 MOU까지 맺으려 하고 있으니 심각한 일이다.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일본이 역사왜곡을 중단하고 제대로된 사과와 배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 더 이상 수요집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는 것 말이다. 

때론 지치고 힘들었던 9박 10일의 <내일로 평화대장정>. 역사를 기억하는 시민의 힘으로 일본의 재무장을 막고 평화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얻은 뜨거운 여름이었다.

* (사)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재무장에 반대하는 100만 시민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서명 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

겨레하나가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재무장에 반대하는 서명 온라인 홍보물
 겨레하나가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재무장에 반대하는 서명 온라인 홍보물
ⓒ 겨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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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일본 재무장, #역사왜곡, #서명 , #겨레하나 , #내일로평화대장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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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교류협력 전문단체, 평화와 통일을 위한 시민단체 겨레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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