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푸른하늘공동행동 퍼포먼스. 전영록 <종이학> 합창.
 푸른하늘공동행동 퍼포먼스. 전영록 <종이학> 합창.
ⓒ 장성렬

관련사진보기


8월 6일 서울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비에 젖은 쭈글쭈글한 종이학을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고 거대한 노란색 '핵 풍선'을 굴리며 '탈핵'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다. '2014 한·일 푸른하늘공동행동(아래 푸른하늘공동행동)' 참가자들이다.

푸른하늘공동행동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69주년을 맞아서 '핵'이라는 희생의 시스템이 낳은 다양한 피해를 증언하고 기억하는 행사다. 2013년부터 한·일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해 동아시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양국 정권의 '반(反) 평화' 노선에 반대하고, 핵 없는 세상으로 한·일 양국의 연대를 강화하는 장을 만들었다.

청년초록네트워크(아래 청초넷)는 푸른하늘공동행동을 공동 주최했다. 청초넷의 김성빈(25) 대표는 푸른하늘공동행동의 공동실행위원장을 맡았고, 김재석(22) 집행위원장은 푸른하늘공동행동 한국 측 코디네이터로 8월 5일부터 11일까지 일본 현지 행사에 참가했다.

청초넷은 녹색사회로의 전환을 위하여 공부하고 행동하는 청년들의 네트워크다. 현재 고려대 '푸르미르', 성균관대 '녹턴', 성공회대 '청연' 등 대학교 생태주의 동아리·학회들을 비롯해 대학별·지역별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강연, 영화제, 밀양·청도 긴급연대, 서명운동, 농활, 거리 퍼레이드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8월 16일 서울 신도림의 한 카페에서 청초넷 김성빈 대표와 김재석 집행위원장을 만나 '청년이 지향하는 초록'에 대한 얘기를 나누어 보았다.

"핵으로 인한 희생에는 인종도 국가도 민족도 없다"

푸른하늘공동행동 기자회견
 푸른하늘공동행동 기자회견
ⓒ 김은하

관련사진보기


- 청초넷이 지향하는 초록사회는 무엇입니까?
김재석 : "탈핵, 탈성장, 생명, 평화, 생태적 전환이 청초넷의 대표적인 가치입니다. 청초넷은 '핵발전소의 가동중단 신규건설 중지', '녹색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본소득', 그리고 '에너지 자립'을 외치고 있습니다. 환경보호뿐만 아니라 '주민의 삶을 파괴하지 않는 것' 또한 초록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착취해서 자본을 키우는 '희생의 시스템'은 초록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청초넷은 그 희생의 시스템과 최전선에서 맞서고 있습니다."

김성빈 : "녹색사회란 이 사회와 이 지구, 그리고 각자의 경제인과 정치인들이 경제성장이라고 하는, 수치적 성장을 위하여 맹목적으로 환경을 뒤엎는 것이 중단된 사회입니다. 이제까지의 환경 보호주의는 '경제성장'을 향한 맹목적인 질주로부터 비롯되는 이런저런 문제들에 대하여 땜질 처방만을 계속해왔습니다. 이곳을 때우면 저곳에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어떤 때는 땜질한 곳이 다시 터져 더 이상 손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생태 위기는 항상 이제까지의 환경운동을 추월해왔습니다."

- 푸른하늘공동행사를 하기 전에 광화문에서 1인시위를 했다고 들었습니다. 왜 하게 되었고, 시민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김성빈 : "푸른하늘공동행동 행사는 8월 6일 당일 행사가 핵심이지만, 그것을 위한 기승전결이 필요하다 생각했습니다. 사전에 8월 6일의 의미, 핵으로부터 기인한 모든 희생들을 알려서 8월 6일 당일 '빵' 터뜨리려는 의도로 하게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농성 때문인지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데에 공감을 하는 듯 관심을 보였습니다. 광화문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사진을 찍거나 어린이들을 데려와 기자회견 내용을 듣고 간 무리도 있었습니다."

- 8월 6일 푸른하늘공동행동 선포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광화문에서 했는데, 기자회견 참가자가 밀양·청도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었습니다. 핵과 송전탑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김재석 : "송전탑은 지역 공동체의 희생을 불러옵니다. 밀양·청도의 송전탑은 고리1호기와 연결돼 있습니다. 즉, 송전탑은 핵(핵발전소)을 연장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김성빈 : "송전탑을 짓고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핵발전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투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핵발전소가 없어지면 송전탑이 필요 없게 됩니다."

- 행사 이름이 '푸른하늘공동행동'인데 '푸른 하늘'이란 말을 붙인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성빈 : "'푸른 하늘'이란 말은 일본에서 붙였습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직후 검은 비가 내렸습니다.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핵무기·핵발전소로 인해 언제든지 검은 비를 맞을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핵 없는 푸른 하늘을 상상하고 행동하자는 의미입니다."

- 행사 후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를 행진할 때 "핵에는 인격이 없다"라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왜 이러한 구호를 외쳤습니까?
김성빈 : "핵은 인간 내부 구성원들 사이의 문제, 예컨대 '어떤 인간 vs 어떤 인간'의 문제도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든 인간 vs 핵'의 문제가 됩니다.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 리틀보이(Little Boy)로 사망한 것은 수십만 명의 일본인뿐 아니라 5만 명의 강제징용 조선인이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아직 체르노빌 사고 피해를 복구하는 데 해마다 국가 예산의 20%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후유증인 갑상선암 발병률이 벨라루스 어린이들에게서 끝없이 치솟고 있고요. 핵으로 인한 희생에는 인종도 국가도 민족도 없습니다. 결국 핵에는 인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푸른 하늘 염원하는 초록청년들의 여정, 응원해주시길"

푸른하늘공동행동 행진. 서울 홍대.
 푸른하늘공동행동 행진. 서울 홍대.
ⓒ 장성렬

관련사진보기


-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김성빈 : "8월 6일 행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종이학'입니다, 종이학 물량 확보와 행사 전반에 필요한 물품을 공급하는 데 재정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행사 당일 이름도 모르는 시민 3분 정도가 많은 종이학을 쏟아놓고 가기도 했습니다. 제정의 경우 기업후원은 전혀 없었고, 각 주최 단위들의 분담금과 시민의 후원으로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 2000여 개의 종이학을 제작했다고 했는데, 종이학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김성빈 : "히로시마에서 2살 때 피폭된 사사키 사다코는 12살에 백혈병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믿음에 따라 자신의 쾌유, 핵으로부터 인류의 치유, 세계의 평화를 바라며 천 마리의 종이학을 접었으나 2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습니다. 이후 히로시마 피폭자를 포함하여 핵으로부터 희생당한 이들을 기억하는 의미로 종이학을 접습니다.

거리를 행진하면서 시민들에게 직접 접은 종이학 중 일부를 나누어주며 8월 6일의 의미를 알리고, 나머지 종이학은 모두 모아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행사 당일 장대비로 인하여 모든 종이학이 흠뻑 젖어버려서 보내지 못했습니다."

-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했는데 일본 측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김재석 : "일본 측 푸른하늘공동행동 참가자들은 한국의 큰 스케일에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있었던 일을 추모하고, 핵에 반대하는 연대를 만들어주었다'며 굉장히 고맙게 생각합니다. 일본 측 참가자들은 이런 연대를 이어나가고 싶어 합니다."

- 히로시마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의 탈핵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었습니까?
김재석 : "한국보다 탈핵운동이 일상적입니다. 일본은 3년 전부터 매주 금요일에 '금요행동'을 합니다. 아베의 관저 앞에서 금요일마다 '원전의 재가동을 중단하고, 핵무기를 중단하라' 구호를 외칩니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 일본사회에 전반적으로 핵발전소의 위험성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신규원전 건설 반대, 원전 재가동 금지를 외치고 있고, 도쿄전력의 사장 관계자 등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만 명의 소송인단을 모았다고 합니다. 아베정부가 평화헌법 해석변경을 통해 집단자위권 행사를 가능하게 하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대투쟁도 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 탈핵운동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김성빈 : "언젠가는 핵 사고가 터질 것이고, 대중들의 각성도 높아질 것이지만, '가만히 있으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지 핵으로부터 탈피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수 있을 만한 정치권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재석 : "탈핵을 할 수 있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합니다. 시민에게 더 많이 '핵'의 문제를 알려야 합니다. '시즌2'를 준비하고 있는 밀양, 구급차가 매일 드나드는 청도의 송전탑 건설을 중단하라고 외치고, 핵발전소 가동중지를 요구하는 행동을 일상적으로 해야 합니다. 푸른 하늘을 염원하는 실천적인 초록청년들의 여정이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은하 기자는 오마이뉴스 대학통신원입니다



태그:#청년초록네트워크, #푸른하늘공동행동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