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발견>의 포스터.

<연애의 발견>의 포스터. ⓒ kbs


"우연은 어떻게 운명이 되고 운명은 우리를 어떻게 데려 갈까요."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내레이션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참신하고 기발하며 명문에 가까운 내레이션은 캐릭터와 창작자의 재기발랄함이나 감각을 인정받는 무기가 되지만, 식상하고 판에 박힌 내레이션은 작가의 게으름과 안일함을 증명하는 증거로 남기 마련이다.

18일 첫 방송된 KBS 2TV <연애의 발견>의 저 내레이션은 이 로맨틱 코미디가 시청자들을 어디로 데려갈까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와도 같았다. 익숙함과 신선함 사이, 여전히 반복되고 반복되는 소재지만 끊임없이 소구되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로맨틱 코미디다. 그리하여, 저 내레이션은 이 식상한 듯 친숙한 장르를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에 대한 정현정 작가의 인장이었달까.

정유미의 매력과 다시 만난 정현정 작가, 신선한 로코의 아우라

 4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 제작발표회에서 남하진 역의 배우 성준, 한여름 역의 배우 정유미, 강태하 역의 배우 문정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4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KBS 2TV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 제작발표회에서 남하진 역의 배우 성준, 한여름 역의 배우 정유미, 강태하 역의 배우 문정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tvN의 장수 '로코'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로맨스가 필요해>를 집필한 정현정 작가. 그 <로맨스가 필요해>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2편의 주인공 주열매를 연기한 배우 정유미. 이어 3편의 주완을 연기한 성준. 그리고 정유미와 <케세라세라> 이후 7년 만에 호흡을 맞추는 '에릭' 문정혁.

<연애의 발견>은 이렇게 <로맨스가 필요해>를 의식하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움이 먼저인 드라마일 것이다. 이미 꽤나 솔직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첫방부터 '케이블 드라마의 지상파 이식'이란 평을 듣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여기에, 작년 봄 개봉해 관객들을 사랑을 받았던 <연애의 온도>를 연상시키는 인터뷰 형식의 초반부나 영화 <500일의 썸머>와 닮아 있는 여주인공 '여름'이의 이름, 전형적인 삼각관계 공식까지. 이렇게 <연애의 발견>이 헤쳐 나가야할 로맨틱 코미디의 클리셰와 앞선 작품들의 잔상들은 차고도 넘친다.

그럼에도 <연애의 발견> 첫 회가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신선한 조합과 미소를 짓게 하는 특유의 발랄한 에피소드 덕택이었다. <로맨스가 필요해> 2, 3회에선 엇갈렸지만 현재의 연인으로 만난 정유미, 성준의 조합과 이미 <케세라세라>의 팬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정유미-문정혁의 커플 말이다. 잠시 얼굴을 내비친 윤진이가 이 관계에 본격적으로 가세한 뒤로 전개될 사각관계 역시 주목된다. 그런데 삼각이고 사각이고, 식상하다고?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의 답습이냐, 완성이냐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 스틸.

kbs2 월화드라마 <연애의 발견> 스틸. ⓒ KBS


"헤어져.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여기서 끝내자. 둘이 같이 있어도 너무너무 외롭고. 이런 게 연애니? 나 사랑한다면서 왜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헤어져. 여기서 시작했으니까, 여기서 끝내자."

5년 전 강태하(문정혁 분)와 헤어질 때, 한여름(정유미 분)은 이렇게 말했다. 5년을 사귄 남자친구와의 이별. 그 누가 이별에 독창성을 부여하려 하겠는가. 하지만 빤하고 빤한 대사도 종종 배우들의 숨결과 표정이 주입되는 순간 보편성이란 이름으로 되살아나기 마련이다. 

<연애의 발견> 첫 회도 다르지 않았다. 5년 전 헤어짐을 각자 달리 기억하는 강태하와 한여름, 그리고 찾아온 새로운 사랑과의 첫키스, 현 남친 남하진(성준 분)이 맞선 보는 자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구 남친 태하. 그리고 술에 취해 강태하의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된 한여름의 당황스러움까지.

<연애의 발견>은 꽤나 빠른 전개와 리듬으로 과거와 현재를 부지런히 오가며 시청자들에게 세 사람의 관계를 각인시켰다. 그 중, 외박한 한여름이 집 앞에 온 남하진의 전화를 받았을 때 한 3단 콤보 거짓말이 들통 나는 장면은 이 로맨틱 코미디가 줄 수 있는 웃음의 백미였다. 우연이 남발돼도, 감정을 과장해도 시청자들을 어딘가로 데려가 줄 거라 믿게 되는 정현정 작가의 감각이 살아있는 에피소드였다.  

일단 정유미란 배우의 매력과 스피디한 전개, 그리고 식상한 듯 친숙한 장면들을 빼곡히 채워 넣은 <연애의 발견>은 그간 지상파가 케이블 드라마에 뒤져 왔다는 평가를 받았던 어떤 '감각'면에선 단연 돋보이는 출발을 보여줬다.

'월화드라마의 무덤'이라 여겨졌던 KBS2 드라마 치고는 6.3%라는 시청률도 나쁘지 않았다. 2030 여성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산 바 있는 정현정 작가의 극본인만큼, 주시청층이 얼마나 화답하느냐에 이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 있을 것이다. 이제 <연애의 발견>이 과연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의 완성판이 될지, 지상파 버전의 답습이 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연애의 발견 정유미 문정혁 성준 윤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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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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