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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이미 망한 정당과 이제 걸음마를 걷는 정당이 통합해서 무슨 시너지효과가 나겠나"며 비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과의 통합에 대해 "이미 망한 정당과 이제 걸음마를 걷는 정당이 통합해서 무슨 시너지효과가 나겠나"며 비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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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지난 7·30 재보궐 선거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동작을 지역에 출마한 노회찬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와 단일화까지 이뤘지만 929표 차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다만 흥행에는 성공했다. 2%대였던 정의당의 지지율은 선거 이후 7%까지 올랐다. 새정치연합을 향한 실망감과 재보궐 선거에서 동작을 단일화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은 효과로 분석된다.

재보궐 선거 직후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이 통합해야 한다는 말들도 쏟아졌다. 대부분 새정치연합 쪽에서 흘러나온 얘기였다. (관련기사 : 정의당은 뜨뜻미지근한데... 야권통합 가능할까?)

이들의 주장은 매번 선거 시기마다 야권연대를 하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고, 정의당 정도면 충분히 새정치연합과 통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작을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와 단일화를 이룬 정의당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야권재편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와 관련해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 정의당 차원에서 정리된 내용은 없다"라며 "재보궐 선거에 패배하고 새정치연합에서 터져 나온 일성이 정의당과의 통합이다. 위기를 맞아 나온 혁신방안이 세 불리기인데, 그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쪽이 주장하는 통합의 논리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박 의원은 이어 "과거 민주당이 시민사회를 흡수해서 민주통합당이 됐을 때도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정의당과 통합을 말하는 사람들은 일종의 흡수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작은 집이 큰 집 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는 "망해가는 정당과 이제 걸음마를 걷는 정당이 통합해서 무슨 시너지효과가 나겠나"라고 반문했다. 지금의 새정치연합으로는 정의당과 '당대 당' 통합은 불가하다는 뜻이다.

"통합하려면 새정치연합 진보성 강화해야"

그러나 박 의원은 통합의 여지를 완전히 닫아두지는 않았다. 그는 "물론 (새정치연합이) 절대로 같이 못할 정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라며 "두 정당 사이에는 정치 가치의 차이가 있다. 통합을 위해서는 새정치연합이 진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거래법, 사회복지세 도입 등의 의제가 지금 즉시 실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새정치연합이 보다 진보적 노선을 택해야 통합 논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진보성 강화와 함께 당의 운영 원리의 차이도 통합을 위한 선결 과제로 언급했다. 그는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은 당을 운영하는 원리도 다르다. 정의당은 상향식 의사 결정 구조를 가진 반면, 새정치연합은 전형적인 하향식 구조"라며 "새정치연합은 과거 국민참여경선을 가장 먼저 도입했지만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그 규칙이 바뀌었다. 이는 계파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운영의 원칙을 왜곡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태도는 야권연대에도 적용된다. 그는 선거 시기에 닥쳐 이뤄지는 기존 형태의 야권연대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며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야권연대가 끝났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선거 공학적인 야권연대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선거를 앞두고 하는 야권연대는 야합이라는 새누리당의 비판이 오히려 타당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거시기가 아닌 평소에도 서로 연대와 소통을 통해 통합과 연대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의원의 주장은 정의당이 독자성을 잃고 '야권연대' 또는 '야권재편'을 위해 존재하는 일종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만든다.

이 문제에 대해 박 의원은 "소선거구제와 남북분단이라는 환경 속에서 진보정당이 독자성만으로 유의미하게 존재하기는 어렵다"라며 "그러나 정의당이 2016년 총선에서 야권연대에만 매달린다면 미래가 없는 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자력으로 돌파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통합과 연합의 가능성은 열어놓지만 독자성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최소한 지지율 10%를 달성하고, 영남 등 일부 지역에서 독자적 자기 기반을 갖추고, 또 수도권에서는 노회찬, 심상정, 천호선 같은 경쟁력 있는 인물들이 선전해야 한다"라며 "독자성이 있어야 연합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정치연합과과 연대할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 정당으로 갈 것인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며 "연대의 유연성과 독자성은 함께 가져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통합진보당·노동당과 당대 당 통합 어렵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선거를 앞두고 하는 야권연대는 야합이라는 새누리당의 비판에 타당성이 있다"며 "선거시기가 아닌 평소에도 서로 연대와 소통을 통해 통합과 연대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자신의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 중 "선거를 앞두고 하는 야권연대는 야합이라는 새누리당의 비판에 타당성이 있다"며 "선거시기가 아닌 평소에도 서로 연대와 소통을 통해 통합과 연대를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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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야권의 재편 논의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새정치연합과 정의당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4개로 나뉜 진보정당들이 다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사태 이후 계속 분열된 진보정당들이 다시 결합해 제3당으로 설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진보정치가 재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진보정당들과 당대 당 통합은 어려워 보인다"라며 "다른 진보정당과는 정치를 할 것인가, 정치운동을 할 것이냐는 지점에서 차이를 느낀다.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선거를 앞두고 만들어지는 '선거형 정당'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진보정당의 통합 가능성 역시 새정치연합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우선 해결돼야 하는 선행 조건이 있다는 뜻이다.

"통합진보당을 통해 확인된 실패를 다시 반복할 이유는 없다. 물론 진보정치 재편을 고민하는 분들과 논의를 할 용의는 있다. 그러나 제2의 통합진보당 프로젝트와 같은 통합은 분명 반대한다. 통합진보당과는 감정적 앙금을 떠나 쉽게 합의할 수 없는 노선이 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동의를 이루지 않는다면, 당위적인 통합은 할 수 없다. 통합진보당은 내부에 존재하는 정파 논리가 당을 운영하고 있다. 공당의 원칙보다 정파의 질서가 우선시 되는 모습이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정의당은 제도 정당이고, 대중 정당이고, 집권을 위해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이다. 또 연합정치도 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를 가진 정당이다. 노동당의 경우 노선이나 이념 정당적인 지향이 강하다. 자유주의 정당인 새정치연합을 극복해야 할 세력으로 볼 수 있지만, 이념의 완결성에 기초해 연대와 연합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박 의원은 "통합진보당이 과연 북한과 관련된 문제를 잘 정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전 세계의 어떤 진보세력이 핵무기에 침묵하거나 반쯤 동조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나, 그러고도 진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이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이 무죄로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사고는 분명 시대와 동떨어져 있다"라며 "국회의원으로서 그런 언행을 한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외부결정론에 흔들리지 말고 직립보행 해야"

그렇다면 새정치연합과의 연대와 통합, 또 진보정당 재편 논의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정의당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박 의원은 "당장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정의당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국민들에게 직관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당이 한 일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전달하지 못했다"라며 "삼성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도 심상정 의원이 중재의 기반을 만들었지만, 그것은 정의당이 한 일이 아니라 심 의원 개인이 한 일이 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 정의당을 향한 지역도 대중기반도 없는 명망가 집단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당이 가진 명망가들의 생물학적, 정치적 연령도 영원한 게 아니다. 새로운 세대의 문제의식을 담아낼 수 있는 창의적 사고를 가진 인재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통합은 모두 외부에서 나온다. 당의 전망을 결정할 때 외부결정론은 경계해야 한다. 지금 정의당은 외부결정론에 의해 우왕좌왕 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직립보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거기에 야당 정치의 혁신과 발전의 길이 있다. 그것만 보고 가야 한다."

[인터뷰 발언록] "후진 여당에 더 후진 야당, 국민이 심판"
"새정치연합과 통합이냐, 진보정당의 통합이냐를 선택하는 문제로 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과의 통합이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 양당 구도로 재편되는 것이라면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이 만약 새누리당이라는 보수와 새로운 진보의 영역으로 재편되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추구하는 것은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아니다.

그것은 영남보수와 호남보수의 구도다. 지역주의 보수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통합, 신자유주의 재벌체제를 극복하고 녹색가치와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공정거래법, 사회복지세 도입 등의 의제가 지금 즉시 실천돼야 한다. 또 진성당원제에 기반을 둔 공천과 일반 시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구조도 중요하다."

"동작을 선거가 온전히 당으로서 치른 선거는 아니다.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노회찬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이 가지고 있던 명성과 기량, 그리고 야권 단일화로 치른 선거였다. 2016년 총선은 그것만으로는 치를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제1야당이 못하면 진보정당에게라도 미래를 보고 투자할 수 있는 가치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 재보궐 선거의 결과를 놓고 새누리당이 신뢰받고 믿음이 가는 정치세력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진 여당이 있고, 그것보다 더 후진 야당이 있었기 때문에 국민들은 야당을 심판한 것이다."




태그:#정의당, #박원석, #재보궐, #진보정당, #새정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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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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