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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대주교들을 만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교황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대주교들을 만난 뒤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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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14일 저녁 한국 천주교주교회의를 방문해 이 자리에 모인 한국 주교단에게 연설했다. 이 연설문은 한국어로 번역되어 그날 교황방한위원회에서 각 언론에 배포했는데,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이 연설문에서 한 문단이 통째로 빠진 것을 확인했다.

빠진 부분은 교황청 홈페이지에 실린 영어판 기준으로 모두 17줄 분량이다.

해당 문단은 교황이 성경에 나오는 초대교회의 상황을 예로 들며 한국 교회가 악마의 꼬드김으로 부유한 이를 위한 부유한 교회가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대신에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이 부분이 빠진 이유에 대해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18일 오후 주교회의에 질의했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의 한 관계자는 "일부러 빠뜨린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처음 교황청에서 보내준 교황 연설문과는) 교황님께서 연설을 직접 하시는 자리에서 약간 달리 하셨다"며, "바티칸 측에서도 영구적인 기록을 위해 실제 하신 말씀과 맞추고자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실제로 교황님이 어떻게 말씀하셨는지가 중요하므로 그에 따라 번역문을 교체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방한위원회에서 언론에 제공한 주교회의에서의 연설문 가운데 통째로 빠진 8번째 단락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독자의 편의를 위해 이 부분을 번역해 제공한다. 번역 원문으로는 교황청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영어판을 썼다. 방한위원회에서 곧 더 나은 번역문이 제공되기를 바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대주교들을 만나 설교를 하고 있다.
▲ 교황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후 서울 중곡동 천주교중앙협의회를 방문해 대주교들을 만나 설교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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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교회의 연설 중 빠진 부분, 8번째 단락 전체다.

"저는 가난한 이들이 복음의 핵심에 있다고 말해왔습니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에 이르기까지 그 자리에 있습니다. 나자렛의 회당에서 예수님은 자신의 직무를 처음 시작하는 자리에서 이 점을 명확히 밝히셨습니다. 그리고 마태오 복음 25장에서 예수님이 장차 올 하늘나라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심판을 받을지 드러내 밝히실 때, 여기에서도 우리는 가난한 이들을 봅니다. 번영의 시대에 떠오르는 한 가지 위험, 유혹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그저 또 다른 "사회의 일부"가 되는 위험입니다.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신비적 차원을 잃고, 성체성사를 기념하는 능력을 잃으며, 그 대신에 하나의 영적 단체가 되는 위험입니다. 이 단체는 그리스도교 단체이며 그리스도교적 가치관을 가진 단체이지만 예언의 누룩이 빠진 단체입니다. 이런 일이 생기면, 가난한 이들은 더 이상 교회 안에서 자신들의 적절한 역할을 갖지 못하게 됩니다. 이 유혹에 특정 교회들과 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이 과거 오랜 세월 동안 크게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어떤 사례들에서 이런 교회와 공동체들은 그 자체가 중산층이 되어서 그런 공동체의 일부가 되는 가난한 이들이 심지어 수치감을 느낄 정도가 됩니다. 이것은 영적 "번영", 사목적 번영의 유혹입니다. 그런 교회는 더 이상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아니라 오히려 부유한 이들을 위한 교회, 또는 돈 많고 잘나가는 이들을 위한 중산층 교회입니다. 그리고 이는 낯선 일도 아닙니다. 이 유혹은 초대교회 때부터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에서 코린토 신자들을 질책해야만 했습니다.(1코린 11,17) 그리고 야고보 사도는 이 문제를 더욱 강하고 명확하게 제기했습니다. (야고 2,1-7)

그는 이들 부요(부유)한 공동체들, 부요한 사람들을 위한 부요한 교회들을 질책해야만 했습니다. 그들은 가난한 이들을 배제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들이 누리는 생활양식 때문에 가난한 이들이 그들 공동체에 들어가기를 꺼리게끔 하였고 가난한 이들은 그런 공동체에서 편안하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번영의 유혹입니다. 저는 여러분 주교들께서 좋은 일들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저는 지금 여러분을 훈계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신앙 안에서 자신의 형제를 확인해야 할 의무를 지닌 한 형제로서, 저는 여러분께 이렇게 말하고자 합니다. 주의하십시오.

여러분의 교회는 번영하는 교회이고 매우 선교적인 교회이며 위대한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악마가 교회의 예언자적 구조 자체로부터 가난한 이들을 제거하려는 이런 유혹의 씨앗들을 뿌리도록 허용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악마로 하여금 여러분이 부요한 이들을 위한 부요한 교회, 잘 나가는 이들의 교회가 되게 만들도록 허용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여러분의 교회가 그렇게 된다면) 그 교회는 아마도 "번영의 신학"을 펼치는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만, (가난한 이를 위한 가난한 교회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그저 그런 별 쓸모없는 교회가 될 것입니다."

☞ 영어판 교황 연설 원문 (바티칸) 바로가기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바로가기 


태그:#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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