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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포기 김장배추모종
 120포기 김장배추모종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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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말복이 작년보다 일 주일 빠르게 왔습니다. 작년에는 8월 12일이 말복이었는데, 올해에는 8월 7일이 말복입니다. 김장배추는 보통 말복을 전후로 밭에 심습니다. 그래서 광복절인 오늘(8월 15일) 김장배추를 심었습니다.

지난 12일, 전곡 동원상회에서 불암3호 배추 120포기를 미리 사두었습니다. 120포기가 잘 자라나면 늘 텃밭 농사를 도와주는 친구네 집과 우리 집이 김장하기에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배추를 심을 텃밭도 미리 구덩이를 파서 깻묵 거름을 밑에 깔고 그 위에 퇴비를 뿌려 두었습니다. 완숙 퇴비(작년 생산분)를 뿌렸기 때문에 비가 온 끝인 지금 정식(아주심기)을 해도 가스 발생으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작년부터 우리 집 텃밭과 정원에 난 풀과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찌꺼기로 퇴비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만든 완숙 퇴비를 이번 김장배추 밭에 밑거름으로 뿌렸습니다. 또한 금년 초에 전곡 방앗간에서 깻묵 한 포대를 사와 왕겨와 1대1로 섞고 막걸리를 부어 완전히 발효시킨 깻묵퇴비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완전히 발효되고 완숙된 무공해 퇴비를 밑거름으로 주었습니다.

완숙된 깻묵 거름은 그 효과가 매우 탁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 7월 22일 똑같은 방법으로 추석배추와 양배추를 심었는데 현재 성장과 결구 상태가 매우 양호합니다. 김장배추 심는 것을 도와주러 온 친구와 함께 흙을 몽글게 부수어서 구덩이마다 작은 봉오리를 만들고 그 위에 김장배추를 정성스럽게 심었습니다.

말복 전후로 심는 김장배추... 깻묵퇴비를 밑거름으로

완숙퇴비를 밑거름으로 뿌린 텃밭에 정식을 한 싱싱한 배추 모종
 완숙퇴비를 밑거름으로 뿌린 텃밭에 정식을 한 싱싱한 배추 모종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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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을 한 후에는 작은 물뿌리개로 천천히 물을 뿌려 주었습니다. 비가 상당이 많이 내렸지만, 정식을 하고 나서는 물을 충분히 주어야만 뿌리들이 낯선 흙에 좀 더 쉽게 안착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는 배추 모종 위에 면사포(망사)를 씌워 주는 작업입니다. 망사를 씌워주면 배추벌레 등 벌레의 접근을 상당히 예방할 수가 있고, 소낙비가 세차게 내릴 때 물방울이 땅에 튀어 모종에 흙이 묻는 것도 예방할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시장에서 1마에 1000원씩 하는 망사를 30마 샀습니다. 30마 정도면 세 이랑은 충분히 씌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입니다. 가게 주인의 말로는 1마를 사면 폭이 넓어 두 이랑을 덮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미터법에만 익숙해진 나에게 마로 측정하는 원단계산법이 혼동이 가기도 했지만, 망사를 좀 높게 설치하다 보니 한 이랑을 덮기에도 넉넉지 않습니다. 사전에서 원단의 길이를 찾아보니 1마의 길이는 90cm에 폭은 114cm(45인치 폭인 경우)와 152cm(60인치 폭인 경우)가 있군요. 어쨌든 배추이랑에 망사를 씌우다가 그만 3미터 정도 짧은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김장배추를 심고 모기장으로 씌워 벌레들이 접근하는 것을 예방했다.
 김장배추를 심고 모기장으로 씌워 벌레들이 접근하는 것을 예방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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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 폭도 약간 짧아 양쪽 가장자리를 눌러 주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망사를 씌우고 집게를 물리기도 하고 조약돌로 눌러 나방이나 다른 벌레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망사를 팽팽하게 유지를 시켜 주었습니다. 망사를 씌워 놓으면 새들이 쪼아 먹는 것도 예방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습니다.

시골생활을 하다 보면 돌 하나라도 함부로 버리다간 후회할 경우가 많습니다. 언젠가 요긴하게 사용할 때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텃밭을 일구며 모아둔 돌들을 망사를 씌우는 데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사실 텃밭에서 야채를 기르는 것은 가격으로 따지면 사서 먹는 것이 더 싸게 먹힙니다. 그러나 텃밭을 일구는 재미는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는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농약을 일체 치지 않고 내 손으로 기른 채소를 직접 현관문 앞에서 그때그때 따서 먹는 재미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즐거움을 더해 주기 때문입니다.

김장배추 모종 향해 기도 드리기도...

120포기 배추를 정성스럽게 심었다.
 120포기 배추를 정성스럽게 심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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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를 다 씌우고 나서 나는 잠시 김장배추 모종을 향하여 기도를 드렸습니다.

"배추의 정령이시여, 새로운 땅에 적을 하기가 어렵겠지만, 부디 대지에 뿌리를 활착하여 건강하게 자라주소서. 태양과 대지, 바람, 물의 신이여, 이 땅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부디 이 여린 배추들이 낯선 흙에 활착하여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적당한 햇볕과 바람과 비를 내려주소서."

무릇 모든 생명은 다 영혼이 있습니다. 분명히 이 김장배추 모종에게도 영혼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만의 언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배추도 나의 짧은 기도를 귀담아 들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상대로 자라난다면 약 70일 후인 11월 초에는 김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김장배추 모종이 건강하게 자라나서 맛있는 김치로 변해 많은 사람에게 건강한 음식으로 제공되기를 바랍니다.


태그:#김장배추 심기, #완숙퇴비, #깻묵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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