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극으로 한 여인의 처절한 삶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SBS <끝없는 사랑>은, 얼굴도 지성도 모두 갖춘 여주인공 서인애(황정음 분)를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시켰다. 그러나 그 여주인공의 처절한 삶이 점차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아닌 불편함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SBS <끝없는 사랑>의 서인애(황정음 분)

SBS <끝없는 사랑>의 서인애(황정음 분) ⓒ SBS


급기야 서인애는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까지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뿐이 아니다. 감옥에까지 갇히며 여주인공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고난을 다 겪고 있다. 서인애가 하는 복수의 통쾌함을 자아내기 위한 설정들이다. 이런 독한 설정을 모두 소화하고 있는 황정음은 호연을 보이고 있지만 드라마는 점차 시청자들의 가슴을 무겁게 한다.

더군다나 시청자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에 동화되어 드라마를 시청한다.여기에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조건은 주인공에게 호감이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서인애의 캐릭터는 애초부터 잘못 설정되어 있었다. 똑똑하고 아름답다는 캐릭터 설명과는 달리, 가진 것도 없이 감정만 앞세우다 불행을 자초했다. 차근차근 힘을 쌓고 준비하는 복수가 아니라 자기 감정에 못이겨 아무에게나 떼를 쓰는 어린 아이같은 행동으로 설득력을 잃어버렸다. 현명하고 정의롭다는 캐릭터 소개가 무색할 지경이다.

더군다나 주인공에게 성폭행과 그로 인한 임신, 게다가 징역 10년형까지 선고받는 모습은 주인공의 불쌍한 삶에 동정이 가게 만들기 보다는 그의 끔찍한 삶으로부터 눈을 돌리게 만든다. 주인공의 시련은 언제나 시청자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주어져야 한다. 더군다나 여주인공이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을 했다는 설정은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끝없는 사랑>은 '시대상'이라는 이유로 여주인공의 캐릭터에 대한 배려 없이 난잡한 설정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런 사건이 실제로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시대가 당시의 현실이었다고는 하나, 시청자가 원하는 게 그런 비상식을 적나라하게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제작진은 끊임없는 시련에도 절망하지 않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겠지만, 더 이상 떨어질 데 없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서 여주인공의 캐릭터에는 균열이 생긴다. 제목은 <끝없는 사랑>이지만 여주인공은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가 없을 만큼 망가져간다. 그에 따라 시청자가 여주인공에게 갖는 호감도나 애정도 역시 따라서 망가진다.

  SBS <끝없는 사랑>의 서인애(황정음 분)

SBS <끝없는 사랑>의 서인애(황정음 분) ⓒ SBS


복수를 위해 캐릭터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 드라마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 시청자가 찾는 것은 '재미'지 '불편함'이 아니기 때문이다. 초반의 스토리 얼개의 문제점을 딛고 점차 흥미로운 전개로 진행될 여지도 있었던 드라마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도 끊임없는 시련만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여주인공의 처절한 삶에 동화되는 것이 아니라 지칠 뿐이기 때문이다.

시대상을 녹여내고 싶거든 좀더 결이 섬세하고 정교하게 그려내야 한다. 너무 적나라하고 독한 시대상은 드라마 속에서 오직 불편함을 자아낼 뿐이다. '현실이니까 그냥 봐라'는 식의 전개는 무책임하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감정을 어루만지지 않고는 성공하기 힘들다. <끝없는 사랑>은 시청자의 안타까움이 아닌, 불편함을 자극한다. 그건 성공적인 드라마 전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끝없는 사랑>은 <자이언트>가 되기 힘들다. 그것은 여주인공의 시련에 시청자들이 완전히 동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서인애가 시원하게 복수를 감행하는 시점에서 시청률은 오를지 모르겠지만 온갖 자극적인 양념이 너무 중구난방으로 버무려져 있는 드라마 속에서 '명품'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힘들어지고 말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끝없는 사랑 황정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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