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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에는 이런 버섯이 많다. 먹울 수 있는 버섯이라도 채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을 산에는 이런 버섯이 많다. 먹울 수 있는 버섯이라도 채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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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가까이 사는 사람은 누구보다 계절의 변화를 빨리 느낀다. 가을이 오면 바람 소리도 다르고 벌레 소리도 다르기 때문이다. 숲 속은 밤이면 여러 가지 풀벌레 소리로 귀가 먹먹하다. 바람도 산들거리며 나뭇가지를 간질이듯 스쳐 간다.

지난 17일, 인천 호봉산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어느새 귀가 따갑도록 울던 매미 소리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그 자리를 메운다. 산은 이미 가을이 와 있다.

가을 산에는 도토리를 비롯해 산밤이며 먹을 것들이 가득하다. 산짐승에게는 가을은 풍요의 계절인지도 모른다. 산에는 나무 열매도 있지만, 먹음직한 버섯도 눈길을 끈다. 버섯 이야기가 나왔으니 2년 전 버섯을 먹고 혼이 난 적 있던 일이 떠오른다.

우리 동네 한 사람이 삿갓버섯을 캐 왔다. 그 버섯을 프라이팬에 잘게 찢어 넣고 이것저것 양념을 한 다음 소주와 함께 먹었다. 조금 맛을 보니 맛이 좋았다. 다음날 당장 산에 올라가 모양새가 비슷한 버섯을 캐왔다. 그러나 그 버섯은 삿갓버섯과 비슷한 독버섯이었다.  

다람쥐의 양식이 되는 도토리를 줍지 말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소용이 없다. (이 현수막은 서구청에서 만든것임)
 다람쥐의 양식이 되는 도토리를 줍지 말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지만 소용이 없다. (이 현수막은 서구청에서 만든것임)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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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 온 버섯을 프라이팬에 넣고 양념을 한 후 볶아서 몆 조각 먹었다. 그런데 맛이 좀 이상했다. 즉시, 삿갓버섯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모두 버렸다. 아마 계속 먹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먹지 않은 것이 화를 면했다.

산에 오르다 보니 한 아주머니가 열심히 막대기로 버섯을 뭉개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버섯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는 사람이 모양만 보고 따다 먹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며 캐가지 못하게 허물고 있다는 것이었다. 고마운 아주머니였다. 

가을 산에는 버섯 말고도 먹을 것이 가득하다. 대표적인 것으로 도토리가 있고 산밤도 있다. 도토리는 묵을 만들어 먹는다. 사람들에게는 맛이 좋은 음식이겠지만, 산징승에게는 중요한 양식이 된다. 산짐승을 위해 적당히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기저기 도토리나무가 꺾여져 있다. 보니 도토리가 매달려 있다. 청설모가 도토리 나뭇가지를 꺾어 놓은 듯하다. 이렇게 따놓은 도토리를 아주머니들이 수확해 간다. 청설모 쪽에서 보면 얌체 아주머니들이 자기 양식을 훔쳐가는 것으로 생각하게 될 지도.

청설모가 꺾어 내린 듯한 도토리나무가지가 산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 사람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떨어진 도토리를 수확한다.
 청설모가 꺾어 내린 듯한 도토리나무가지가 산에 어지;럽게 널려 있다. 사람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떨어진 도토리를 수확한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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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봉산에도 도토리나무가 대부분이다. 가을철에는 아주머니들이 가방을 메고 등산복 차림으로 와서 도토리를 싹쓸이해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욕심은 끝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짐승들이 먹을 것을 좀 남겨 놓는 것이 옳지 않으냐고 말했더니 오히려 아주머니는 눈에 불을 켜고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라며 언성을 높인다. 무안해서 더 말하지 않았다.

가을바람이 선들거리며 불어오자, 벌써 도토리 줍는 사람들이 산을 찾아 온다. 구청에서 등산로를 따로 만들어 놓아도 소용이 없다. 일부러 그 길을 버리고 옆길로 다니는 사람이 많다.    

자연이 파괴되면 사람이 살 수 없다. 지난해 부평구청에 신고해서 산짐승이 먹을 열매를 다 주워가지 않도록 현수막을 붙여놓았으나 효력이 없었다. 언젠가 도봉산 입구에 가보니 도토리를 줍는 사람에게 3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현수막을 본 일이 있다.

길옆에 길이 또 있다.
 길옆에 길이 또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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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옆으로 길이 또 나 있다.
 길옆으로 길이 또 나 있다.
ⓒ 김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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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주변 산은 사람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고마운 산이다. 산은 공해를 정화하고 맑은 공기를 만들어서 공급한다. 산마다 벌금을 부과하는 현수막이 걸리게 된다면 도토리를 줍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도시 주변 산만은 좀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숲은 나무도 있고, 짐승도 있고, 벌레도 살아야 올바른 숲이 된다. 그래야 사람이 숨을 쉬고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산을 죽이고 있다. 숲만 있고 생명이 없는 도시 변두리 산을 구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도 안심하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파괴하면 얼마나 무서운 결과가 오는지 4대강 사업이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두더지 한 마리가 죽어 있다. 땅에 묻어 주었다.

부평구청 담당자는 "도토리를 주울 경우, 법에 의해 과태료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태그:#가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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