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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가톨릭의 대표자인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14일 한국을 방문하셨습니다.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개혁교회의 목사가 가톨릭교회의 교황을 환영한다고 뭐라 하실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제가 속한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지도자들이나 평신도들이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왜냐고요? 낮은 자리에 임하는 이가 바로 '예수'이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셨을 때, 가톨릭이나 프로테스탄트 기독교(아래 기독교)를 전파하신 게 아닙니다. 가톨릭도 기독교도 예수의 정신과 다르게 간다면 누구도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이 말은 그 누구라도 예수의 정신으로 산다면 환영받아 마땅하다는 뜻일 겁니다.

제가 보기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수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는 분으로 여겨집니다. 낮은 자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낮은 자리를 기어이 찾아가고 있습니다. 한국의 일정도 그렇거니와 그분은 떠들썩하게 움직이는 왕('교황'이란 원래 '왕'이란 뜻입니다)이기보다 조용히 움직이며 낮은 자리에 임하길 원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낮은 자의 친구,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영접 나온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세월호 유가족'이라는 통역 신부의 소개를 받은 교황은 "희생자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마음이 아프다."며 위로했다.
▲ 세월호 유가족 위로하는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하며, 영접 나온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있다.'세월호 유가족'이라는 통역 신부의 소개를 받은 교황은 "희생자들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한다. 마음이 아프다."며 위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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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교황으로 취임하고 보인 행보들을 봐도 낮은 자의 친구가 분명합니다. 한국 방문 첫 말씀도 이런 것이었습니다. 서울공항에 내려 박근혜 대통령의 영접을 받는 자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진정으로 평화와 화해를 말하고 실천하는 분이 바로 '예수'입니다. 교황이 아니라 승려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호 유족들을 만난 교황은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라고 말함으로 진정으로 가슴 깊이 그들을 위로하고 있음을 보였습니다. 이미 지난 4월에 세월호 참사 직후 그는 "한국민들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윤리적·영적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물질만능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단면을 조심스럽게 지적하며 거듭나기를 촉구했습니다.

물질만능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에 과연 기독교가 제 기능을 발휘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일부 대형교회는 헌금을 사재 운영하듯 하는 지도자들이 있는가 하면, 웅장한 교회 짓는 데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까. 교회 지도자의 도덕적 타락도 극에 달하고 있고요. 기독교 각 교단의 교권 싸움 또한 이미 사회문제가 될 정도입니다.

마르틴 루터에 의해 종교개혁이 단행된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시 가톨릭의 부패를 도저히 보고 둘 수 없던 루터는 1517년 95개 조항의 개혁안을 비텐베르크성당 입구에 붙이고 개혁운동에 돌입했습니다. 당시 가톨릭 신부였던 그가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시 가톨릭이 개혁돼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루터는 중세의 암흑은 바로 가톨릭의 타락에서 비롯됐다고 믿었습니다. 이후 많은 개혁자들이 그의 의견에 동조했고 결국 프로테스탄트가 탄생하게 된 것이죠. 그때 교황은 '군림하는 자'였습니다. 지금 프로테스탄트교회 지도자는 어떻습니까. 혹 군림하는 자들은 아닌지요.

알다가도 모를 일 벌어지는 한국기독교회

종교개혁 당시 교황은 '절대 흠이 없으며, 하나님이고, 하나님의 대리자'라고 스스로를 칭했습니다. 한 마디로 교만이 하늘을 찔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땅히 종교개혁을 자초했던 겁니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기보다 교황께 영광 돌렸으니까요. 루터는 교회의 주인이 교황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라고 선언하고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기치를 내세웠습니다.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은 성베드로 성당을 짓기 위해 면죄부까지 판매했던 것이었습니다. 당시 가톨릭은 성베드로성당을 웅장하고 고급스럽게 짓는 데 올인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철저히 낮아진 모습입니다.

한국교회의 목사들 중 일부는 고급 승용차 타는 게 성공을 가늠하는 것이라 믿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교황은 우리나라에 와 쏘울을 탄다고 합니다. 소형승용차로 움직이면서 많은 일정을 소화한다는 건 불편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한다고 합니다. 설혹 그게 상징적인 이유만이라 해도 그 상징성은 대단합니다. 왕의 자리에서 친히 낮은 서민의 자리로 내려 온 작은 예수의 모습입니다.

부와 권세를 한꺼번에, 무리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대형교회 지도자들의 대물림이 속출하는 기독교회의 현실에 교황이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닐까요. 암울했던 중세기 타락을 주도했던 교황은 낮은 자리로 내려오고, 그를 개혁한다고 나섰던 주역인 프로테스탄트 기독교의 지도자들은 더 높은 자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회에서 알다가도 모를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교황은 우리가 개혁하고 뛰쳐나온 가톨릭의 수장이므로 환영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 어처구니없음에 대해 박수를 보내야 하는 걸까요.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가톨릭이든, 기독교든, 불교든, 누구든 낮은 자의 친구라면 그가 예수입니다.

그러기에 저는 낮은 이들의 친구를 자처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도저히 자신의 잘못을 '사탄의 소리'로 일축하고 들으려 하지 않는 일부 대형교회나 잘못된 권위주의에 사로잡힌 프로테스탄트 지도자들에게 "귀 있는 자는 들으라"라는 예수의 가르침으로 외치고 싶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방문을 계기로 프로테스탄트 기독교회는 더더욱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합니다. 안락함을 내려놔야 합니다. 권위주의를 버려야 합니다. 권력과의 야합이나 도덕적인 타락을 더 이상 눈감아 주면 안 됩니다. 소외된 이들의 진정한 친구가 돼야 합니다.

예수가 한국에 오신다면 누굴 만날까요

아픔이 있는 곳에 위로를 주고, 상처가 있는 곳에 찾아가 상처를 보듬는 것이 바로 예수의 정신입니다. 제가 못 한 일, 우리가 못 한 일을 교황이 한다면 그는 진정한 예수의 사람입니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귀중히 여기고 보살피는 게 예수의 가르침이요, 삶이었습니다.

교황의 일정 중에는 세월호 참사 생존자와 유족을 따로 만나는 일정을 포함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만납니다. 그들의 응어리진 마음을 보듬으려는 세심함입니다. 또 용산 참사 유족,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제주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을 하는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들도 직접 만납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보면 예수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만약 지금 예수께서 한국에 오신다면 누굴 만날까요. 지금 예수께서 한국땅에 계시다면 무슨 말씀을 하실까요. 답이 나옵니다. 14일 한국땅을 밟은 교황처럼 하시지 않을까요. 그러니 환영할 수밖에요. 제가 기독교의 목사라고 해서, 교황이 같은 교단 소속이 아니라 해서, 그를 환영할 수 없다면 하나님은 이 옹졸함을 분명히 물으실 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환영합니다. 낮은 자들의 친구로 계속 남아주시고, 평안히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태그:#프란체스코, #교황, #종교개혁, #가톨릭, #프로테스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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