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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배달통 사업본부장.
 김태훈 배달통 사업본부장.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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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인데 주문 수수료 많이 받으면 상인들이 힘들잖아요. 그래서 상인들에게 어느 정도면 좋겠냐고 물어봤어요. 그렇게 정한 게 부가세 포함 8.8%. 지금 저희 수수료예요."

"장사 하면서 욕 안 먹을 수 있느냐"고 웃었지만, 말끝에는 약간의 억울함이 묻어났다. 배달앱 서비스업체인 '배달통'의 창립멤버이자 현재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김태훈 사업본부장이다.

올해 1조 원대로 전망되는 배달앱 시장은 현재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등 3개 업체가 나눠 먹는 분위기다. 더 많은 인지도를 확보하기 위한 마케팅 싸움도 치열해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각각 배우 류승룡과 박신혜를 모델로 TV 광고도 내보내고 있다.

반면 배달통은 방향이 좀 색다르다. 이들은 유명 모델을 쓰는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대신 3사 중 가장 낮은 주문결제 대행수수료(8.8%)를 받고 있다. 일선 배달 점포와의 상생이 가장 효율적인 경영 방향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기술을 이용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의 비용을 줄여주자는 게 창업 철학"이라면서 "시장점유율이 늘어나면 수수료를 더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음식을 안 먹던 가정주부들 주문 부쩍 늘었다"

최근 배달앱 업계에는 기묘한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배달앱 업체들이 주문대행을 해주면서 음식점에서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간다는 보도가 나오자 사회적인 비판과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나 배달앱 시장의 성장세에는 별 영향이 없다. 오히려 업체들의 영업 성적은 올해 들어 더욱 좋아졌다. 소비자들이 욕을 하면서도 배달앱으로 음식을 시켜먹고 있다는 얘기다.

김 본부장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진 배달앱 수수료 논란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직접 취재 없이 '베껴 쓰기'를 하는 언론들 때문에 배달앱의 좋은 점은 묻히고 나쁜 점만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인터넷 기사 댓글 창에서는 배달앱 업체들이 영세 자영업자들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내용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실제 점포를 방문해서 물어보면 배달앱을 쓴 이후로 매달 150만 원씩 나가는 비싼 전단지광고를 안 하게 되어 더 이득이라는 업주들의 수가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 배달앱 업체들이 욕을 많이 먹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주문을 대행해줄 뿐인데 10% 넘게 수수료를 가져가는 게 생소해 보일 수 있다. 반면 저희와 가맹을 맺은 업체들 중에서는 저희 때문에 먹고산다는 업주들이 굉장히 많다. 저희가 올해 4년째인데 사회적인 인식이 바뀌는 시점이라 그런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 일선 배달 점포들이 배달앱 때문에 먹고산다는 건 무슨 얘긴가.
"배달앱이 없을 때는 광고용 자석이나 전단지, 책자 등이 점포 홍보수단의 전부였다.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다. 그런데 배달앱을 이용하면 그런 것들 없이도 월 3만 ~5만 원 정도면 가게 홍보가 가능하다. 업주들을 만나보면 서울지역의 경우 전단지나 책자 광고 비중이 전보다 30~50% 줄었다고 한다."

- 내가 만나본 사장들은 수수료 때문에 부담된다고 했다.

"배달앱 업체마다 8%에서 20%까지 수수료가 다양하다. 우리 같은 경우는 온라인 결제는 부가세 포함 8.8%이고 전화주문 서비스는 아예 수수료를 안 받는다. 앱에서 점포로 전화 주문은 이어주면서 수수료는 안 받으니까 실제로 영세한 배달 점포들은 고맙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 그런데 왜 사장들이 힘들다고 하나.
"사장님들 중에서 연세 때문에 스마트폰 환경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이걸 잘 못 다루신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언론이다. 일부 기자들이 앱을 사용해보지도 않고 타사 기사들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 일각에서는 배달음식 시장은 그대로인데 배달앱 업체들이 그 파이를 뺏어 먹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가 현장 조사를 해보면 이전에는 배달음식을 안 시켜먹던 가정주부들의 주문이 부쩍 늘었다. 여자들은 현명한 소비를 하는데 배달앱을 이용하면 할인 쿠폰도 주고 음식 평이나 배달음식점 평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생산자·소비자·배달앱 업체... 어떻게 같이 성장할까 고민"

배달통은 기술을 이용하면 모두가 비용을 줄이고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왼쪽은 배달통 직원들이 사용하는 머그컵. 오른쪽은 배달통 앱 내에서 배달음식 점포를 평가하는 'B-Score' 산정기준.
 배달통은 기술을 이용하면 모두가 비용을 줄이고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왼쪽은 배달통 직원들이 사용하는 머그컵. 오른쪽은 배달통 앱 내에서 배달음식 점포를 평가하는 'B-Score' 산정기준.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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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통은 지난 4월 치킨, 중식, 한식(분식) 등 3개 카테고리의 수수료를 11%에서 8.8%로 낮췄다. 김 본부장은 "소비자 반응보다는 업체와의 상생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대형화, 공장화되어있는 야식 카테고리의 음식점들에게는 기존대로 11%씩 수수료를 받는다.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소비자의 편익도 다방면으로 확인한다. 월 1억5000만 원의 직접 마케팅 비용 중 1/3은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포인트다. 서비스가 좋은 업체를 소비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자체적으로 평가 지수인 'B-Score'도 만들었다.

배달통 앱에는 해당 지역의 실시간 주문 현황을 파악해 소비자가 오래 기다리지 않도록 해주는 기술도 적용돼 있다. 김 본부장은 "지역 상권이 없다면 저희 같은 업체가 존재할 수 있겠느냐"면서 "어떻게 하면 생산자와 소비자, 저희가 같이 성장할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배달통에 등록된 가맹점은 전국 19만5000개. 지난해에는 26명의 직원으로 8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에 비해 258% 상승한 120억 원, 순이익은 7억 원이다. 김 본부장은 "늦어도 내년까지는 홍콩에도 배달주문 대행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점포 업주들을 만나보면 3개 회사 중에 배달통은 3등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 재주문율은 우리가 제일 높다."

- 다른 2개 업체는 유명 모델을 이용한 TV 광고를 한다. 그런 게 없으니 신규 고객 유입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아닐까.
"물론 그런 측면은 있다. 저희는 그게 효율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브랜드를 알리는 게 아니라 소비자로 하여금 실질적으로 '배달통을 통해서 시켰을 때 차이가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 수수료를 내린 것도 그런 마케팅의 일환인가.
"아니다. 저희는 수시로 가맹점포에 현장 조사를 나가는데 수수료 문제는 업주들이 가장 많이 지적한 부분이었다. 치킨, 중식, 한식(분식) 같은 경우는 마진이 많아야 30%이고 배달인력 구하기도 어렵다고 하더라. 배달 대행을 시킬 경우는 2000~3000원 또 떼줘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정했다."

- 8.8%는 어떻게 정했나.
"가맹점 전수조사를 했다. 그래서 나온 합리적인 수수료 수준이 부가세 포함 8.8%다. 물론 장사하시는 분들이니까 그것도 많다는 분이 계시다. 저희가 좀 더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갖춰지면 수수료를 더 내리는 것도 가능할 거라고 본다."

- 배달 점포와의 상생에 신경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지역 상권이 없다면 저희 같은 업체가 존재할 수 없다. 음식은 공산품과 달리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니까 기분 좋게 음식이 나와야 소비자도 만족스럽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주문이 한 업체에 일방적으로 많이 몰리게 하지 않는다."

- 지역마다 인기 점포가 있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하나.
"저희 앱을 보면 점포별로 광고가 노출되는데 그 위치가 실시간 주문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바뀐다. 어떤 업체에 주문이 폭주하면 배달 시간이 지연되는데 그런 업체는 자동으로 배너가 하단으로 내려가게 된다."

- 왜 그런 기능을 넣었나.
"치킨집 같은 경우 1분당 소화할 수 있는 주문 건수가 정해져 있다. 그거보다 주문이 많아지면 배달이 지연되고 고객 서비스 질도 낮아진다. 배달음식의 본질은 맛있고 서비스 좋으면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주문이 적당히 분산되도록 소비자에게 조언을 제공하는 셈이다. 그럼 인근에 다른 치킨집들도 더불어 살아가는 효과도 있다."

- 올해 상반기 순익이 7억 원 정도라고 들었다. 수수료 비중이 얼마나 되나.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100만 원을 번다고 하면 그중 80만 원은 앱에 깔리는 고정 광고비다. 수수료 수입은 많지 않다. 3종류의 배달앱을 다 쓰고 있는 점포 사장들에게 물어봤는데 한 달에 수수료로 100만 원 넘게 쓰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이익 확장을 위해 내년부터는 홍콩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 왜 홍콩인가.
"홍콩은 섬 2개로 이뤄져 있는데 배달을 자전거로 할 수 있을 만큼 거리가 가깝고 주택가가 밀집돼 있다. 팁 문화가 있어서 대행 서비스를 런칭하기도 유리한 측면도 있다. 그런데도 아직 배달음식은 피자. 햄버거밖에 없는 상황이다."

- 홍콩에서 뭘 배달할 예정인가.
"홍콩 한인회가 잘 구성되어 있어서 한국 음식점의 음식들을 배달하려고 한다. 홍콩 사람들이 음식에 까다로운데 찜닭이나 갈비찜 같은 음식이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현재 배달통 플랫폼을 이용한 앱 기반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태그:#배달앱, #수수료, #배달통, #배달의민족, #요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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