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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 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 대책위원회는 1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편지를 발표하는 내외신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다음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고 김빛나라양의 아버지이자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인 김병권씨가 쓴 '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전문이다. [편집자말]
14일 한국에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14일 한국에 방문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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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님께 드리는 편지

김병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위원장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을 맞이하여,
'4·16 세월호 참사' 가족들이,
현재진행형인 참사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4·16 세월호 참사 가족들은 항상 약자와 고통 받는 자의 편에 서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참사 당시 교황님께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시고, 이번 방한에서도 다양한 기회에 가족들과 함께 해주시기로 하신 것에 대해서도 더 없는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가족들은 내일 14일에는 서울공항에 가서 교황님을 맞이하고, 15일에는 대전 미사, 16일에는 광화문 광장 미사, 17일에는 대전 미사 참석해 교황님과 함께 합니다.

120일이 지났지만, 참사는 현재진행형

김병권 유가족 대책위원회 위원장
 김병권 유가족 대책위원회 위원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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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로부터 120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참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제대로 된 구조수색작업의 부재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고, 아직도 10명 실종자의 가족들이 팽목항을 지키고 있습니다. 대통령, 정부 및 국회 모두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지만 아무 것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전국을 돌며 약 400만 명의 서명을 받아야 했고, 국회와 광화문에서 30일째 농성과 단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색구조를 위해, 진상조사를 위해, 그리고 생존과 치유를 위해 가족들이 애원하고 싸워야 하는 상황이 120일 동안 매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 대통령, 정부, 국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요청된 청와대 자료의 5% 미만을 공개하였고, 참사 직후 7시간 동안 대통령의 소재조차 공개하지 않았으며, 청와대가 재난 컨트롤 타워는 아니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참사 초기 적극적인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았던 국회는 가족들이 국회에서 3일 밤을 꼬박 새며 지켜보고 나서야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를 시작하였으나, 기관보고와 청문회 대상 및 일정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 국정조사기간의 반을 허비하는 등 국정조사를 파행으로 이끌어 왔습니다. 또한 선거 등 정치적인 이해득실을 따지며 논의되었던 특별법 제정 논의는 철저한 진상조사라는 그 목적과 국민의 뜻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가족들이 주장하고 있는 특별법 제정 등은 1) 4·16 세월호 참사의 최후 한 명까지 최선의 수색구조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2) 참사에 대한 가장 철저한 진상조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3) 참사와 그 피해자에 대한 완전한 기억과 치유가 이루어지도록 하고, 4) 국민의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책임 있는 모든 사람과 기관이 조사되어야 하고, 관련 있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독립성, 전문성, 강제적 권한, 다양한 조사방법,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갖춘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강제적 권한의 핵심은 기소권과 수사권이라 믿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유사한 참사를 예방하고, 설사 참사가 발생하더라도 소중한 생명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길이라 믿습니다. 우리의 믿음이 틀렸다면 누군가 제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교황님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7월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 참가했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중인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차벽을 쌓아 저지하고 있다.
▲ '특별법 제정' 유가족 행진 가로막은 경찰 7월 24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일 추모 문화제'에 참가했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농성중인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차벽을 쌓아 저지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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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난 5월 16일 청와대에서 참사 피해 가족들과 만나 "무엇보다도 진상 규명에 있어서 유족들이 여한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던 대통령에게 왜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지 묻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4월 29일 총회 결의를 통해 "철저한 규명을 통해 사고의 원인과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내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던 국회가 왜 그 다짐을 지키지 않는지 묻고자 했습니다. 대통령은 대통령을 만나고자 하는 가족들을 청와대 2000미터 밖에서 가로막음으로써, 국회는 여야 원내대표가 밀실에서 피해자 가족과 국민의 뜻에 반하는 특별법안 내용에 합의함으로써 답했습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가족들과 함께 하고자 하시는 교황님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참사의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우리는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생명 하나하나가 충분히 존중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중심 대통령과의 대화가 2000미터 앞에서 가로막힌 광화문에서, 교황님, 가톨릭 신자들, 국민들과 함께 하며 우리의 뜻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교황님께서 우리의 소망을 항상 약자와 고통 받는 자의 편에 서고자 하는 전 세계 모든 분들과 나누어주실 것을 믿습니다.

우리는 교황님의 방한이 모든 생명이 존중되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가톨릭의 가치, 인류보편의 가치가 제대로 뿌리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태그:#세월호,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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