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국가에게도 역사는 있다. 그 역사는 찬란히, 때론 아프게 빛난다. 한중 양국의 역사는 서로 다르지만 그 시간을 통해 우리가 깨닫고 느낀 바에는 분명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여화의 소설 <살아간다는 것>을 원작으로 만든 장예모(張藝謀) 감독 작품 <인생(人生)>,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포화 속으로>. 이 두 영화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영화 <인생> 장예모 감독작 <인생> 포스터

▲ 영화 <인생> 장예모 감독작 <인생> 포스터 ⓒ 상하이필름스튜디오


<인생>

1994년 깐느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1994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등 다수의 수상에 빛나는 영화 <인생>. 이 영화의 배경은 중국의 격변기였던 1920~1960년대이다.

중국은 당시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하지만, 그 이면에는 국공 내전, 대약진 운동, 문화 혁명 등의 어두운 그림자가 숨어있다. 그 모든 것을 한 가족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로 그려낸 <인생>. 보는 내내 꽤나 가슴이 먹먹했다. 한 편의 영화 안에 너무나 많은 중국의 이야기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부귀'는 아름다운 아내를 신부로 맞이한 남부러울 것 없는 사내이다. 그러나 도박으로 모든 재산을 탕진하고, 밑바닥을 맛보게 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국민당 군에 합류한 부귀와 춘생. 그들과의 생활이 며칠 지난 후 부귀는 수북한 시체가 되어버린 그들을 보게 된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수북한 시체가 되어버린 사람들을 바라보는 부귀의 눈을 통해 전쟁에서 죽음의 허무함을 얘기하고 정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해가고 그 속에서 우리의 상처도 커져만 간다. 국공내전 속에서 부귀는 생존의 방법으로 그림자극을 선택한다. 내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자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고, 후에 딸 마저 아이를 낳다가 죽게 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는 모른다. 허나 모든 것이 격동하는 역사 속 우리가 감내해야 할 아픔인 것이다.

<포화 속으로>

<인생>이 격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집안의 이야기를 그려낸 영화라면, <포화 속으로>는 전쟁의 소용돌이 중심에 있었던 학도병들의 이야기다. 포항을 배경으로 한 남북 전쟁 당시. 약간의 픽션이 가미되긴 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개봉 당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북한군은 우세한 전력으로 순식간에 도시들을 점령하였다. 낙동강을 사수하라는 명령에 강석대 부대는 부산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들이 떠난 포항에 71인의 학도병들만이 남았다. 인민군 766유격대는 낙동강으로 향하라는 당의 지시를 무시하고 포항으로 방향을 튼다. 총 한 번 잡아본 적 없는 학도병들 사이에서 유일한 전쟁 경험자인 주인공 '오장범(최승현)'은 중대장 역할을 맡게 되고, 나라를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71명 모두 전사했다. 안타깝고,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학도병들의 참전 덕에 북한군의 낙동강 침투가 11시간 정도 늦어졌다고 한다. 전쟁이라는 나락의 끝에서 나라를 위해 물러서지 않았던 그들. 이 영화가 다른 작품에 비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 한국의 가슴 아픈 역사를 알릴 수 있는 영화였다. 20살도 채 되지 않았던 학도병들의 용기를 우리는 절대 잊어선 안 된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다양한 희노애락을 겪게 된다. 인간의 행복이란 어느 시대에서도 존재했고, 아무리 불행한 시절이라도 분명 행복은 있었기에 삶을 전부 비극이라고 말할 수도, 희극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것 같다. 각국의 세월 속에서 나는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장예모 이재한 한중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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