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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서로 밥그릇 싸움 하고 있다."

단원고 2학년 8반 고 제세호 학생의 아버지는 12일 세월호 선원들의 7차 공판(광주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임정엽)이 끝나기 직전 발언권을 얻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4월 16일 구조에 참여했던 해양경찰들의 첫 법정 증인 신문을 지켜본 뒤였다. 그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선원과 해경) 다 같이 잘못하지 않았냐"며 해경과 선원들이 서로 구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이날 재판은 한 마디로 '네 탓이오'였다.

법정에 출석한 123정 소속 해경 4명은 "선원들이 초동 대처만 잘했다면 상당히 많은 인원을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 최초로 도착했던 이들은 '구조 책임은 해경에게 있었다'는 선원들의 주장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모두 하나같이 "해경 등이 도착하기 전에 승객들을 갑판이나 바다로 나오게 해야 했다"고 입을 모았다.

해경 증인들 "도착 전 선원들이 퇴선 실시했어야"
선원 변호인들 "해경이 침몰 상황 대비 안 된 것"

4월 16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4월 16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20km 해상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해양경찰청이 공개한 구조작업 모습이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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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무개(42) 항해팀장은 "사고 직후 세월호는 선박의 복원성을 이미 잃은 걸로 판단된다"며 "그 상황에서 선장과 선원은 당연히 승객의 구호조치를 위해 퇴선을 실시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선원이었다면 모든 장비를 활용해 퇴선을 유도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선원들은 이미 123정 도착 시각을 알고 있었을 테고 선체가 점점 침몰하는 상황이었다"며 "침몰하는 과정에서 과연 배 안이 안전할 수 있었겠냐"고 말했다.

이아무개(47) 경사 역시 "그렇게 기운 상태에선 즉시 (승객들을) 퇴선시켜야 한다"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승객들이 갑판이나 바다 위에 없어서 이상했다"고 했다. 박아무개(36) 안전팀장은 "해경이 구조를 해야하는 건 맞다"면서도 "선박에서 최소한의 조치들이 취해졌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피고인 신분인 선원 15명의 변호인들은 여느 증인 신문 때와 달리 공격적으로 나왔다.

이들은 해경에게 ▲ 도착했을 때 많은 승객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떤 대응을 했는지 ▲ 당시 퇴선 유도 방송을 했는지 ▲ 현장 상황을 해경상황실이나 구조 헬기 등에 충분히 공유했는지 ▲ 침몰 상황에 대비한 구조 훈련이나 지침이 있었는지 물었다. 질문을 연달아 쏟아내는 한 변호인에게 재판장이 "대답을 듣고 물어달라, 몰아붙이면 안 된다"며 제지할 정도였다.

몇몇 변호인은 '선원들이 승객들을 놔두고 먼저 탈출한 다음 신분마저 숨겼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무너뜨리는 데에 힘썼다. 한 변호인은 사진 여러 장을 제시하며 선원들이 세월호 3층 선수 다인실 유리창을 깰 때 도왔고, 바다에 빠진 승객들을 끌어올릴 때 거들었다고 했다.

당시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는 선원의 진술을 인용하거나 작업복 등을 입고 있던 만큼 충분히 선원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하는 변론도 거듭 나왔다. 그러나 해경들은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시 상황이 너무 급박했다"고 답했다. 방청석에선 간간이 한숨이 터져 나왔다.

해경 증인들은 '급박한 상황'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김아무개(51) 부정장은 '선내 진입 등을 시도해야 하지 않았냐, 해경끼리 도왔다면 가능하지 않았냐'는 검찰의 물음에 매번 "급박한 상황이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선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선내 상황 등을 들었다면 더 효율적인 구조작업을 진행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질문에도 답은 같았다.

그래도 가릴 수 없었던 '부실 구조'

하지만 해경 증인들의 진술에서도 '부실 구조'를 가릴 수는 없었다. 해경들은 침몰 상황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훈련을 받은 적도 없고, 최초 출동한 구명보트에는 선내에 진입할 만한 장비가 없었다. 김 부정장이 '퇴선 방송'이라고 주장한 것은 3층 선수 다인실에서 나오는 승객들에게 '빨리 나오라'고 마이크로 말한 일에 불과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해경들 모두 '승객들이 밖에 없어서 이상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하지만 선내에 들어가려고 하거나 '많은 승객이 배에 갇혔다'고 상부에 보고한 적은 없었다. 박 안전팀장은 "한 승객이 떨어지다시피 배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에 '(세월호에 들어가 위로) 올라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해경 전체적으로 침몰 상황에 대비가 안 되어 있던 것이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이렇게 에둘러 긍정했다.

"침몰하는 선내에 진입하는 활동은 완전히 침몰했을 때 잠수 구조하는 것밖에는 없다고 알고 있다."

검찰은 해경의 부실 구조 책임을 묻기 위해 현재 수사를 진행 중이다. 임정엽 부장판사는 이를 감안해 증인 신문에 앞서 해경에게 수사에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해경 9명을 더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계획이다. 13일에는 사고 당시 헬기를 타고 출동했던 해경 4명과 김경일 정장 등 123정 소속 해경 2명이 나온다.


태그:#세월호,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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