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로빈 윌리엄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 로빈 윌리엄스 ⓒ 워더브러더스코리아




"오 캡틴, 마이 캡틴!"

지금의 3040에게 그는 영원한 '캡틴'으로 남을 것이다. 1990년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참교육을 실천하는 키팅 선생님을 연기한 배우 로빈 윌리엄스. 때 아닌 그의 사망 소식에 "잘가요, 캡틴"이란 가슴 아픈 작별인사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타전되고 있다. 

"굿모닝~ 베트남"은 어떠한가. 휴머니즘을 담지한 종군 라디오 DJ를 연기했던 베리 레빈슨 감독의 <굿모닝 베트남>(1987)은 할리우드 반전영화의 좋은 예시로 남았다. 속사포 수다로 미군들을 웃기고 울렸던 DJ 애드리안이 전하던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왓 어 원더풀 월드)'는 영화 속 전쟁 화면과의 묘한 대조로 여전히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향년 63세. 11일(현지시간) 외신은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티뷰론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으며 질식사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자세한 사망원인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한 달 전, 알콜중독에 따른 우울증 치료를 위해 재활원에 입소했었던 만큼 자살 쪽으로 무게가 가는 인상이다. 그의 대변인 역시 "우울증과 싸워왔다"고 밝혀 전 세계 팬들의 슬픔을 더 해주고 있다.

그가 SNS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은 1989년생인 딸 젤다 윌리엄스의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이었다. 인간미와 희로애락을 제대로 연기한 배우로 각인된 그였기에 영화팬들의 슬픔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거장 로버트 알트만이 발탁, 1980년대 두각을 나타낸 연기파

 영화 <굿 윌 헌팅>의 한 장면.

영화 <굿 윌 헌팅>의 한 장면. ⓒ 미라맥스


<굿 윌 헌팅>의 숀 맥과이어 교수로 출연해 이상적인 멘토를 연기했던 로빈 윌리엄스.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그는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희극지왕'이자 연기파 배우로 그 족적을 새겨왔다.   

1952년생인 그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나 정치학을 공부하고 계속해서 줄리어드에서 연기를 공부하기도 했던 그는 브로드웨이 배우와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활동하던 1980년대, 고인이 된 명감독 로버트 알트만의 <뽀빠이>(1983)에 캐스팅되며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이후 폴 마줄스키의 <발디미르의 선택>(1984), 해롤드 래미스의 <지상의 낙원>(1986) 등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고, <굿모닝 베트남>(1987)과 <죽은 시인의 사회>(1989)에 출연하며 연기파로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출연한 <사랑의 기적>(1990), <피셔킹>(1991) 역시 그의 진지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그의 장난기 넘치지만 인간미를 잃지 않는 얼굴에서 '피터팬'을 발견한 듯 싶다. 줄리아 로버트가 팅커벨로 분하고, 더스틴 호프만이 후크 선장을 연기한 당대의 화제작 <후크>(1991)에서 그는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을 연기했다. 피곤한 가장이 어느 날 자신이 피터팬이었던 사실을 자각하는 이 영화야말로 판타지와 리얼리즘이 공존하는 로빈 윌리엄스의 당대 이미지를 대변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014년 8월 11일, 우리는 아름다운 인간이자 아티스트를 잃었다

 최근 SNS에 게재된 로빈윌리엄스와 그의 딸 사진.

최근 SNS에 게재된 로빈윌리엄스와 그의 딸 사진. ⓒ 로빈윌리엄스인스타그램


<후크>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1992)의 지니 목소리 연기와 가족모험극 <주만지>(1995)로 대중적 인기를 이어갔다. 할머니 분장으로 친숙한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는 최근 속편 제작 소식이 들려왔던 만큼 아쉬움을 더하는 작품이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차고 넘친다. 마흔 살 중년의 몸에 10살 영혼이 담긴 잭을 연기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잭>(1996)이나 게이 커플을 등장시킨 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버드 케이지>, 최초로 아카데미상을 안긴 <굿 윌 헌팅> 모두 90년대 그의 대표작이라 할만하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섬니아>(2002)의 호연과 함께 다소 주춤했던 2000년대 이후, 알코올 중독과 싸워오면서도 그는 연기 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히나 대통령이란 권력자를 표현하기도 했다. 정치코미디 <맨 오브 이어>에서 대통령 당선 직전까지 가는 앵커 톰 돕스와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그리고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의 루즈벨트 대통령 등이 그것이다.

1년 전 그는 CBS의 시트콤 <크레이지 원스>로 30년 만에 TV로 복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히트작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3편에서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다시 연기해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 나는 나의 남편이자 베스트 프렌드를 잃었고, 전 세계는 사랑받던 아티스트이자 아름다운 한 인간을 잃었다"고 말했다. 꾸준한 연기를 하면서도 반전활동이나 정치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던 배우, 무엇보다 가장 미국적인 배우로 불리며 스크린과 함께 아름답게 나이를 먹어가던 코미디언이자 명배우였던 로빈 윌리엄스.

11일 우리는 우리 시대 위대한 '희극지왕'을 또 한 명 잃었다. 부디 편히 잠드시길.  "굿바이 베트남, 굿바이 로빈 윌리엄스."



로빈 윌리엄스 죽은 시인의 사회 굿모닝 베트남 굿 윌 헌팅 미세스 다웃파이어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