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념하여 성당 입구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기념하여 성당 입구에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다.
ⓒ 안미향

관련사진보기


오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대한민국 방문을 앞두고 가톨릭을 경계하는 개신교(기독교) 내부의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데다 내부에서도 '이단 논쟁'을 통해 타 종파를 배척하는 분위기가 강한 개신교인만큼 교황 방문을 경계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개신교계에서는 로마교황방한저지행동연대가 출범해 지난 5일부터 시복식이 열리는 광화문에서 진리수호구국기도회를 열고 있다. 또 '로마가톨릭&교황정체 알리기 운동연대'는 교황 방문 이틀 전인 12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3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성회를 준비했다.

앞서 지난 달 22일에는 광주겨자씨교회에서 개신교계 목회자들 2천여 명이 '기독교와 가톨릭 일치 반대 전국 목사 집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광주 전남 지역의 17개 노회 협의체인 광주전남협의회와 전북지역 16개 노회 협의체인 전북협의회 및 제주노회, 호남협의회, 호남지역노회장협의회, 광주전남노회장협의회, 전북지역노회장협의회, 광주원로목사회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행사에서 송춘길 목사(로마가톨릭&교황정체알리기운동연대 조직위원장) 등은 가톨릭으로부터 한국교회의 신앙 순수성을 지켜가야 함을 강조했다.

송 목사는 자신이 저술한 <가톨릭과 바람난 한국교회>, <흑백보다 더 다른 기독교와 가톨릭> 등의 서적을 통해 "성경적인 기독교의 정통성을 해치는 것이 가톨릭이고, 그들이 비록 성경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나 그들만의 교리서가 따로 있고 그것에 의해 행동하는 존재들이 가톨릭"이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역사적으로 가톨릭은 기독교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말로서 표현할 수 없는 잔혹한 핍박과 죄악을 일삼아 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개신교계에서는 교황 방문 반대 운동의 근거를 성경을 들어 설명하고 있지만 그 속내는 이와 다르다는 지적이 개신교계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개신교 관련 언론매체인 CBS노컷뉴스는 보도를 통해 "개신교계가 교황 방한을 반기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 교황 방한으로 개신교 인구 80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존 웨슬리 신학의 권위자인 조종남 박사는 세계적으로 가톨릭 신자들이 개신교로 개종하는 일이 많지만, 한국교회가 종교개혁정신을 상실했기 때문에 교인들의 이탈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천주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천주교 신자는 536만 1369명으로, 전체 인구의 10.3%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대비 1.6%(8만4959명) 증가한 수치로 천주교 신자는 지난 10년 간 소폭이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2005년 통계청이 공개한 종교인구 통계자료에 따르면 개신교인은 876만 6000여 명으로 10년 전보다 14만 4000여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각 교단의 총회 보고 통계에 따르더라도 지난 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통합)는 전년 대비 4만 명 이상, 기독교대한성결회(기성)는 2만여 명, 한국기독교 장로회(기장)가 8천여 명 교인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개신교계가 교황 방문을 반대하면서 이단 논쟁을 들고 나오고 있다는 사실에 곱지 않은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이단'은 성경 상에 제기된 개념이긴 하지만 성경 상에서 이단은 바로 예수이다. 당시 주류 교단이었던 바리새파와 사두개파에서 예수를 '나사렛 이단의 괴수'라 하여 정죄하고 죽음으로 내몰았다.

개신교 측은 교황 방문 반대 이유로 '가톨릭이 개신교를 이단으로 핍박하고 죄악을 저질렀다'고 주장하지만 이제 '이단 정죄'는 상대교단이나 소수종파를 핍박하는 개신교계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열릴 당시 개신교계 내부에서는 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치열한 찬반논쟁을 펼쳤다. 서로를 '이단'이라 정죄하며 상대교단을 향해 '사탄' '마귀' '적그리스도'라는 저주가 퍼부어졌다.

이단 해제와 금권선거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으로부터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 예장 고신,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등 국내 유명교단 상당수가 탈퇴했다. 이러한 분열 과정에서 상대교단에 대한 '이단 정죄'는 당연히 수반되는 의례절차였다.

이에 한기총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는 지난해 말 예장 합동을 탈퇴한 뒤 지난 5월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 창립을 선언했다. 홍 목사는 창립 선언 당시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을 겨냥해 "이들 교단은 조금만 하자가 있으면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교권주의자, 바리새파들과 다름없어서 종교개혁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 교단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단논쟁을 통해 상대교단을 핍박하기도 하고 자기교단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등 개신교계에서 '이단논쟁'은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 되고 있다. 교황 방문을 앞두고 가톨릭에 대한 이단 공세가 부쩍 심해지는 것은 이처럼 생존을 위한 개신교계의 본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여의도순복음교회 계열의 언론매체인 국민일보의 보도는 눈여겨볼 만한다. 국민일보는 모 신학대학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이단을 판별하는 기준을 제시한다며 '가톨릭은 성경에 교황을 더했으며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추가 사항이 성경과 비슷한 권위를 지닌다면 이는 이단'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교계 안팎에서는 "타 교단이나 종파를 이단이라고 정죄하기 전에 성경을 덮어둔 채 세속적 설교로 일관하면서도 구원의 통로를 자처하는 개신교계의 목사들에 대한 비판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태그:#개신교, #교황, #카톨릭, #기독교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