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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존상 수상한 내소사 전나무 숲길.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존상 수상한 내소사 전나무 숲길.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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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존상 수상한 내소사 전나무 숲 일부가 태풍 볼라벤 피해를 입었다. 맨끝부분부터 30여그루.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존상 수상한 내소사 전나무 숲 일부가 태풍 볼라벤 피해를 입었다. 맨끝부분부터 30여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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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숲은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함께 나누고 싶은 숲길'로 선정되어 아름다운 공존상(우수상)을 수상한 숲입니다.

이곳에 오면 모든 것이 소생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 내소사, 관음봉, 세봉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에 아늑히 자리한 내소사 입구에는 700여그루의 곧은 전나무가 울창한 터널을 만들고 있다. 하늘 향한 전나무가 짙게 드리운 그늘 속을 거닐다 보면 특유의 맑은 향기가 들이쉬는 숨과 함께 온 몸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어느새 속진에 지친 심신을 말 그대로 소생시킨다.

고색창연한 내소사의 사찰 숲이 가지는 역사성과 신비로움이 한껏 배어있는 전나무숲. 세월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쌓인 숲의 역사와 여전히 순환하며 생동하는 숲의 생명이 어우러진 전나무 숲길에서 진행되는 숲 해설과 숲 체험은 변산반도의 자연자원을 관찰하고, 전나무가 가지는 희소성과 보존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 내소사 전나무 숲길 안내문 전문

내소사 전나무 숲길 입구에서 만난 안내문 전문이다. 같은 장소도 누구와 언제 가는가, 어떤 마음과 눈으로 보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내소사는 청소년기부터 3년 전까지 여러 차례 갔던 절이다. 불교문화의 유적지 혹은 가볼 만한 절로 가곤 했었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은 선암사 숲길, 쌍계사 벚꽃나무길, 월정사 전나무 숲길과 함께 워낙 좋아하는 길이다. 나무도, 길도 인상 깊게 기억한다. 이런 내소사 전나무 숲길이 '제7회(2006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탔다는 사실을 알고 만나니,  새삼스럽게 더 소중하게 와 닿았다.

전나무 숲길의 나무도 그냥 '참 잘 자랐다. 멋있다. 예쁘다' 정도로 넘겼는데, 이제는 가꾸는 손길까지 헤아려진다.

"볼라벤 때 30여 그루 정도가 잘려 나갔습니다. 자연의 힘 앞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안타까움과 아픔에 우리 스님들이 전나무를 심고 가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나무가 한대성 식물인데다가, 우리나라 기후가 점점 더 따뜻해지고 있어서 그런지 신경을 써서 가꿔도 잘 자라지 못하고 자꾸 죽어서 아쉽고 안타깝네요. 그러나 최선을 다해봐야겠지요."

관심을 두고 걸었던 사람들은 보았을 것이다. 내소사 전나무 숲길 어느 한부분의 나무들 몇 그루가 무참히 잘려나간 것을 말이다. '아마 볼라벤 때 그랬나보다', 내소사를 다녀온 그 며칠 후 내소사 총무스님께 전화로 물어보니 이렇게 말하며 무척 아쉬워했다.

덧붙이면, 전나무는 '겨울눈과 열매 등에서 젖과 비슷한 백색 물질(수지)이 나온다고 해서 젓나무라고 부르기도(<한국의 나무> 참고)' 한다. 참고로 내소사의  전나무들은 150년 정도 자랐을 것이라 추정한단다.

2014년 7월 말 내소사.
 2014년 7월 말 내소사.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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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특히 많은 내소나 경내.
 나무가 특히 많은 내소나 경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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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숨통을 트여준 내소사의 생태 주차장. 이정도만 숨통을 트여줘도 흙이 썪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많은 사찰들의 주차장은 시멘트를 전부 발라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흙의 숨통을 트여준 내소사의 생태 주차장. 이정도만 숨통을 트여줘도 흙이 썪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많은 사찰들의 주차장은 시멘트를 전부 발라버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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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경내에서 느꼈던 바람, 그리울 것 같다

전나무 숲길이 끝나는 게 아쉬울 때쯤 만나는 다리가 있다. 이 다리를 건너 좀 더 걸어가면 천왕문이 나온다. 다리가 끝나는 곳부터 천왕문까지는 벚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내가 청소년기에 왕성한 모습으로 만났던 내소사 천왕문 앞 그 벚나무들 중 일부는 내년에 과연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애틋함까지 느껴질 정도로 몹시 쇠잔한 모습이었다.

그 벚나무들을 만난 지 30분쯤 지나 대웅전 옆 지장전 앞뜰에 제법 굵은 벚나무를 만났다. 스님께 물어보니 앞서 만났던 그 벚나무들과 같은 시기에 심어진 것으로 추정한단다. 그런데 내소사 경내에 있는 이 굵은 벚나무는 매우 건강한 모습이었다.

'아마도 법당 가까이 있어 아침저녁으로 목탁소리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는 법문을 자주 들으며 자란 덕분이 아닐까?'

이렇게 짐작하며, 그 건강한 모습에 감탄했다. 옷 위로 땀이 배어나올 정도로 무덥던 그날, 내소사 경내의 벚나무 곁에서 느꼈던 시원한 바람은 해마다 생각날 것 같다. 그리고 벚꽃 피는 계절이면 그 나무가 피워냈을 꽃들이 보고 싶어 몸살이 날지도 모르겠다. 

"나무는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을 부드럽게 해주고, 여름에는 뜨거운 바람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이런 나무를 제대로 가꾸는 것은 자연과 제대로 공존하는 방법 중 하나로 매우 중요한 일이지요. 자연 덕분에 살아가니 그 은혜에 당연한 보답이고요. 우리 스님들이 나무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전나무처럼 아쉬울 때도 많네요."

내소사 경내의 나무들은 가지치기 하며 키운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치된 느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나무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최대한 배려하면서 잘 자랄 수 있도록 신경쓴 덕분이 아닐까.

집에 돌아온 며칠 후 총무스님과 통화를 하며 그날 내가 느낀 것들이 틀리지 않음을 알게 됐다. 아마도 내소사라는 결코 작지 않은 절에서 바쁘실 텐데, 스님은 어떤 나무들이 자라고, 그 나무들은 어떤 특성들을 지녔는지 등 나무의 사정을 훤휘 알고 있었다.

불자인데다가, 나무 혹은 자연에 관심이 많다보니 어떤 절에 가면 절 사람들이 자연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부터 짐작해보곤 한다. 주차장은 물론 경내까지 시멘트를 깔아버린 절도, 온통 도시의 베란다에서나 자라는 원예품종들만을 잔득 심은 절도 그리 어렵지 않게 보곤 한다. 그 절들의 스님들은 시멘트로 눌러버린 흙들의 고통을, 차가운 산속 공기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식물들의 힘겨움을 왜 느끼지 못하는 걸까?

그날 내소사에서 만난 나무와 그에 깃들어 있던 스님들의 나무 사랑은 오래 잊히지 않을 듯하다. 

경내에 유독 아름다운 나무들이 많은 내소사.
 경내에 유독 아름다운 나무들이 많은 내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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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291호)과 3층 석탑(전북시도유형문화제 제124호), 그리고 괘불대.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291호)과 3층 석탑(전북시도유형문화제 제124호), 그리고 괘불대.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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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단청을 하지 않는가. 이렇게 방치했다가 보물로 지정될 만큼 가치가 높은 대웅전이 손상되는 것 아니냐?'며 따지듯 물어보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재청에서 1년에도 몇 차례 나와 세심하게 살피고, 방역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하고 있다. 보시기엔 단청이 다 벗겨진 것으로 보이나, 보존을 위한 조치가 다 되어 있다. 남대문의 경우를 보면 알겠지만, 천연염료를 구하지 못해 화학염료를 써서 단청을 할 바에야 하지 않는 것이 건물을 위해 훨씬 바람직하다. 멋이 우선인가. 전각이 우선인가. 중요한 문제다. 문화재청에서 이점을 충분히 고려해 필요할 경우 단청을 할 것이다."

못을 하나도 쓰지 않고 끼워 맞추는 방법으로 지었다는, 그 가치가 높아 보물로 지정된 내소사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의 퇴색한 단청을 보며 화가 났었다. 전각의 멋을 살리고자 단청을 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염료의 성분을 이용해 전각의 수명을 늘리고자 단청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안타깝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 스님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온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인 선운사(禪雲寺)의 말사인 내소사는 선덕여왕 2년인 633년에 신라의 중 혜구가 창건했다고 한다. 이 절의 원래 이름은 소래사.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석포리에 상륙해 절을 찾아와 시주를 해 내소사로 바꾸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지만 확실하지 않단다.

내소사 또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천년고찰들처럼 전쟁 중에 피해를 입는 등으로 여러 차례 중건과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절에 있는 중요문화재로는 대웅보전(보물 제291호) 외에 고려동종(보물 제277호), 법화경절본사경(보물 제278호), 영산회괘불탱(보물 제1268호), 설선당과 요사(전북시도유형문화재 제125호), 3층석탑(전북시도유형문화재 제124호)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내소사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고속버스를 이용해 부안으로 간 후 내소사행 버스를 타거나(50분 정도 소요), 기차를 타고 정읍역으로 간 후 곰소로(50분 정도 소요) 이동, 다시 곰소에서 내소사까지(10~20분 정도 소요)가면 된다. 대중교통편이 비교적 많아 그리 어렵지 않게 갈 수 있다.


태그:#내소사(부안), #고창 선운사,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내소사 전나무 숲길, #내소사 대웅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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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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