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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수입 전면개방으로 성난 농심이 사납다. 그러나 쌀 수입 개방은 농민들에게만 국한해서 볼 문제는 아니다. 쌀은 우리나라 식량주권과 밀접히 관계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쌀 수입 전면개방에 맞서 우리가 의연하게 빗장을 열어젖힐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이에는 쌀, 누룩, 물 이 세 가지만을 가지고도  헤아릴 수 없이 수많은 맛과 향기를 가진 술들을 빚을 수 있는 우리 전통술에 답이 있지 않을까 싶다. 쌀, 누룩, 물 이 세 가지는 우리 술을 만드는 기본이면서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전통술은 많은 이들의 숨은 노력 끝에 대부분 복원되었다. 또한 우리 전통술에 대한 식품학적인 또는 인문학적인 담론과 연구도 많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제부터는 "왜 우리 술인가?"를 놓고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간 정부와 민간에서는 쌀 소비 진작과 고품질화를 위해 떡을 비롯해서, 쌀과자, 쌀국수, 햇쌀음료 등 여러 가지 상품을 개발하며 부단히 애써왔다. 그러나 정작 우리 쌀은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쌀 관세화는 이미 20년 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 예고된 일이었고, 두 번에 걸친 유예기간이 있었다. 그러나 해마다 늘어나는 의무수입물량(MMA, Minium Market Access)에 치이어 헉헉대다가 이제야 갑작스레 수입개방을 맞게 된 듯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쌀 유통량 중에서 의무수입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9%를 넘어선 상태다. 이로 인해 해마다 애써 공들여 온 논이 없어지고 있다. 논은 없애 버리기는 쉬울지 모르지만 한 번 없애버린 논을 다시 되돌리기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벼 재배면적 감소 현황 자료출처: 농림수산식품부
▲ 벼 재배면적 감소 현황 자료출처: 농림수산식품부
ⓒ 우리술과천연식초연구회 <향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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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정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서남해안 일대 간척농지 벼 재배 임대계약 면적은 4574ha이다. 이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매년 애써 일군 서남해안 일대 간척농지 3배 이상에 해당하는 벼 재배면적이 <표1>과 같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 민간시행 서남해안 주요 간척지 현황 총괄 자료출처: 농림수산식품부
▲ 정부, 민간시행 서남해안 주요 간척지 현황 총괄 자료출처: 농림수산식품부
ⓒ 우리술과천연식초연구회 <향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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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대 초부터 벼 등 농작물 재배 또는 기타 목적으로 착공하여 준공을 마쳤거나 현재도 추진 중인 주요 간척지 면적(표2)을 살펴 볼 때, 매년 13~16천ha씩 벼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010년 정부는 "논에 조사료용 벼를 재배할 경우에는 쌀 수급안정, 조사료 자급률 제고와 수입대체, 축산물 품질 고급화 등 일석수조(一石數鳥)의 효과가 기대된다"며 사료용 벼 재배를 독려한 바 있다. 그러나 채 2년도 지나지 않아 쌀 소비량 감소와 벼 작황 등 과잉생산으로 쌀 감산정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사료용 벼 재배를 장려하며 "논의 형태와 기능을 유지하면서 쌀 생산을 조절하는 효과가 매우 클 뿐 아니라 유사시에는 쌀 생산 용도로 즉시 전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던 정부의 정책기조가 모호해질 뿐이다.

가뜩이나 쌀 생산농가들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밭작물, 약용작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때에 정부의 대안 없는 긴급처방식 대책은 농가 불안감을 부채질할 뿐이다. 쌀은 국제적인 식량무기화, 식량주권 문제와 밀접하게 관계된 품목으로 긴 안목으로 호흡해야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기조를 달리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술과 쌀 수입개방과는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아울러 어떻게 하면 우리 쌀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면서 소비를 늘릴 수 있을까?

시중에 대량 유통되고 있는 상업용 술, 특히 막걸리 중에는 수입산 쌀에 일본식 입국(粒麴)법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것을 우리 전통술이라는 이름을 붙여 판매하고 있는 것이 많다. 소비자들 대부분이 우리 전통술이라고 생각하며 마시는 술이 실상은 우리 농민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유럽 농업과 관광업 수준을 높인 것은 자신들의 토양에서 생산해 낸 포도로 빚어낸 술이다. 일본인이 갖는 사케에 대한 자부심도 자신들의 논에서 재배한 최고급 쌀에 있다. 프랑스 브루고뉴 와인을 미국 캘리포니아산 수입포도로 만들었다고 한다면, 일본 사케를 수입쌀 재고털이를 위해서 동남아산(産) 쌀로 만들었다고 한다면 그 명성은 물론이고 어마어마한 경제적 전·후방 효과를 과연 누릴 수 있었을까?  

물만 국산인 일부 상업용 막걸리에 점수를 준다면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수입쌀 재고를 해소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우리 술의 질을 떨어뜨려 고부가가치 산업을 망가뜨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술 산업은 경제, 문화, 정치, 예술 등 수많은 후방효과를 가져오는 산업이다. 또 술을 빚기 위해서는 토양과 미생물, 발효 등의 생명과학과 기술력이 받쳐 주어야 한다. 이는 경제적인 전방효과뿐만 아니라 무수한 일자리 창출까지 가능한 산업이다.

특히, 식량무기화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유사시에 식량자급자족이 가능해질 수 있게  우리 쌀 소비가 늘어나고 논이 늘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과자나 떡류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우리 전통청주 한 병(750㎖)을 빚으려면 보통 우리 쌀 2~3㎏ 정도가 소비된다. 어떠한 상품보다도 쌀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것이 술이다.  

어떤 양주법은 청주 한 병을 빚어내기 위하여 10kg 정도 쌀이 들어가기도 한다. 이 정도면 <춘향전>에 나오는 변사또 잔칫상에서 암행어사 이몽룡이 "금준미주 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 금동이 술은 천 사람의 피요)"이라고 읊은 시는 요즘에 비출 때 천인혈이 아니라 천인행(千人幸, 천 사람의 행복)으로 바꾸어야 한다.

그런데 전통술을 빚는 데 가장 나쁜 쌀은 어떤 것일까? 수입쌀이 아니다. 바로 혼합미다. 이 쌀 저 쌀이 섞이게 되면 맛을 컨트롤하기도 어렵거니와 일관성 있는 맛을 내기가 쉽지 않아 당연히 질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곡관리법을 보면 양곡 의무표시 사항인 품종에 대한 이름을 모르는 경우 '혼합'으로 표시하도록 되어 있다. 법이 이러다 보니 시중에 유통되는 쌀이 수입산, 국산, 묵은 쌀 등이 마구잡이로 섞여 유통되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법 개정과 제도 개선은 우리 쌀 소비 진작을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 고유 김장문화와 함께 가양주문화가 고스란히 전승되고 발전되었다면 쌀 수입 개방 문제는 별일도 아닌 것으로 쉽게 넘어 설 수 있었을지 모른다. 우리 전통술이 가진 변화무쌍하고 풍부한 양주법이 널리 보급된다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가진 이름만 해도 수십만 가지는 넘을 것 같은 와인과 리큐르의 아성을 뛰어 넘는 일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냉철한 사고로, 잃어버린 소중한 문화유산을 되돌아보는데서 어려움의 파고를 넘어서 보자.

덧붙이는 글 | 식량자급률이 20%대에 불과한 심각한 상황임에도 우리 벼 재배면적은 매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하여 설립한 단체(우리술과천연식초연구회 향음) 대표로서 우리 술과 쌀을 연구하면서 얻은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거침없는 토론의 장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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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전통술과 천연식초 등 발효식품을 교육연구, 제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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