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안산지역 교회 희생자 대책위 박인환 목사
 안산지역 교회 희생자 대책위 박인환 목사
ⓒ 이영광

관련사진보기


100일이 넘도록 지지부진했던 세월호 특별법이 지난 7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합의로 오는 13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 합의안에 대해 세월호 유가족이 반발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일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합의한 특별법은 겉으로 보기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한 발씩 양보해 합의해 이룬 듯 보이지만, 사실상 새누리당의 안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게 유가족들의 주장이다. 세월호 침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4개월이 되어 가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명확한 진상규명이 아닌 세월호 국면 타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감리교본부에서 '안산지역 교회 희생자 대책위' 감리교 대책위원인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를 만났고, 특별법 합의안에 대해서는 7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안산 화정교회는 희생자인 유예은양이 출석했던 교회기도하다.

다음은 안산 화정교회 박인환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 오늘(6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13일이 됐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제가 살아온 날들 중 4월 16일부터 오늘까지의 시간이 증발된 것 같은 느낌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매일 아침 동료 목사님들과 오전 7시부터 1시간 반 동안 탁구를 쳤습니다. 4월 16일 아침 탁구를 끝내고 같이 아침을 먹고 집에 돌아와 씻다가 세월호가 가라앉는다는 보도를 접하곤 그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탁구장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특별법과 관련하여 유가족들에 대한 왜곡된 여론을 시정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열심히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서명을 받았습니다. 오늘까지 제가 이리저리 모은 서명자 수가 7000명쯤 됩니다. 더 이상 무언가 속 시원히 할 수 있는 것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고 참담한 마음입니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하자는 심정으로 요즘은 우리교회 성도들과 함께 릴레이 단식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소문만 믿고 이상한 눈으로 유족 보는 사람들 있어"

- 화정교회가 안산 단원구에 있잖아요. 현재 안산 지역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제가 받는 느낌으로는 안산시민들의 말수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도시가 잿빛으로 바뀌었다고 말해야 할까요? 그런데 같은 안산에 살면서도 세월호와 관련한 왜곡된 소문을 믿고 유족들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안산기독교연합회를 주축으로 안산지역 교회들은 지금까지 안산분향소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계속되어 온 대형교회목사들의 망언, 세월호 서명에 소극적이거나 심지어 반대하는 교회의 행태 등 때문에 유가족들의 좌절감이 큽니다.

한 편에서는 상처받은 이들을 열심히 돌보려고 하고 한 편에서는 상처 난 이들의 상처에 소금을 끼얹는 모습이 안산시민들이 보는 한국교회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참 가슴 아픈 이야기입니다만 세월호 유가족들은 기독교에 대하여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과연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서 말로만 사랑하는 교회인가?" 하고 말입니다."

- 경기지역 목회자들은 단식에 나섰지만 한국교회 전반적인 분위기는 다른 종교에 비해 소극적인 것 같은데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 마디로 예수정신이 죽은 거죠. 바울이 그리스도인을 "죄에 대하여는 죽고 의에 대하여는 산 자"라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한국 기독교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얼마 전 한 신학대학 교수가 "이젠 한국교회가 나서야 할 때"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어떤 목사님이 "신학대학교수가 왜 선동하냐"고 글을 쓰더군요.

저는 그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예수님이 선동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입니다. 우리 교회나 목사들은 좋은 의미에서 선동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희가 외치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 지르리라"하지 않으셨습니까? 한국기독교가 침묵하고 오히려 유가족들을 폄훼하고 정부, 여당 편을 드는 사이 천주교나 불교는 아파하는 그들에게 오히려 위로를 주고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20~30년 동안 소위 성장신학이라는 거짓 신학이 한국교회를 지배하다 보니 강단의 메시지 내용이 '싸구려 은총'으로 전락하고 바알리즘과 맘모니즘이 한국교회의 주류가 된 것 같습니다. 크기와 관계없이 그 속에 무엇이 담겨있느냐가 중요한데 전혀 기독교와 무관한 생각들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마음이 '높은 자' '힘 있는 자'의 편에 가 있게 되는 것이죠. 예수님이 병든 자 가난 한 자, 힘없는 자를 찾아가셨던 것은 그저 예수님이 2000년 전에 그렇게 한 것이고 오늘 교회와는 상관이 없는 것처럼 무의식 중에라도 생각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월호와 관련하여 망언을 했던 여러 목사들이 거의 다 대형교회 목사라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제 한국교회가 살아나야 합니다. 살아있는 자만이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상식을 벗어난 '엽기적인' 사건"

9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수사권 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을 외치고 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촛불문화제 9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수사권 기소권 있는 특별법 제정'을 외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처음 세월호 사고를 접했을 때 어땠나요?
"문명화된 나라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고 또 단순히 해상교통사고는 아닐 것이란 느낌을 받았어요. 그리고 초기부터 유병언이라는 사람만 잡으면 다 되는 것처럼 토끼몰이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국민들을 부추겼는데 저는 처음부터 유병언이라는 사람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그 사람이 이 사건의 몸통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가 가라앉는다는 소식을 듣고 TV를 켰을 때 이미 거의 가라앉은 상태였는데 거기 저희 교회의 예은이가 그 배에 타고 있어서 "빨리 밖으로 나와라" 하고 전화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는데 못해서 후회되고 있어요."

- 단순한 해상교통사고가 아닐 것이라는 것과 유병언 회장이 몸통이 아닐 것이란 생각은 어떻게 하셨어요.
"선원들이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는 방송을 하고 부리나케 자기들만 빠져나간 것은 초중등학생 수준만 되어도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물며 뱃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죠. 구조할 충분한 여유가 있었음에도 구조하지 않은 것, 사고 나자마자 유병언이만 잡으면 다 될 것 같은 착각을 계속 매스컴을 통해 국민들에게 각인 시키는 것, 정부가 계속 뭔가 드러나는 것이 겁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을 보면서 직감적으로 깨달았죠. 세월호 참사는 상식을 벗어난 '엽기적인' 사건입니다. 단순한 해상사고도 아니고 유병언이 몸통도 아니라고 믿습니다."

- 희생된 유예은양의 가족이 화정교회 출석했던 것으로 아는데 예은양은 어떤 학생이었습니까?
"예은이는 밝고 명랑하고 예쁜 아이였습니다. 청소년부 회장이었습니다. 모범생 중에 모범생이라고 할까요? 남을 배려할 줄 알고, 항상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던 아이였습니다. 우리교회 아이들이 다 보배지만,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마음을 항상 기쁘게 해줄 줄 아는 보배로운 아이였습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었던 그 아이가 그 좋은 꿈을 채 펼치지도 못한 채 스러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어요."

- 그동안 장례를 많이 치르셨겠지만 예은양의 장례는 다른 때와 달랐을 것 같은 데 장례식은 어땠나요?
"그 절통한 분위기를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그런데 예은이 부모님이 의연한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마음을 아는 저는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 지난주부터 경기지역 목회자들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릴레이 단식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된 건가요?
"이것은 수원지역 목회자들이 논의를 했고 저는 릴레이단식 논의에 참여하지는 않았습니다. 수원 지역의 몇 목사님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휴가 간다는 소식에 청와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유민이 아빠의 뒷모습 사진에 눈물을 흘리며 "이대로는 안 되겠다, 목사들이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단식할 것을 결의하였고 이어서 경기도의 여러 목사님들이 동참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교회가 행사가 많은 시기이므로 릴레이 단식으로 1~2 명씩 돌아가며 하자고 결정하여 시작한 것이랍니다. 저는 유민이 아빠의 뒷모습에 눈물 흘린 소수의 목사님들'에게서 한국교회 희망의 씨앗을 봅니다."

- 국회 국정조사는 이제 청문회만 남겨두었는데 그동안 국정조사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국정조사가 다 용두사미가 됐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정조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집권 새누리당이 오히려 방해하고 언론 플레이하고 교묘하게 왜곡하고 언론은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쓸모없는 쇼입니다. 힘 있는 새누리당 주연, 무기력한 야당 조연, 만날 속고 사는 백성들 관중이죠.

국정조사의 성과가 "박근혜 대통령의 사고초기 7시간 이상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을 밝혀낸 것 하나라고 하대요. 국민들이 다 아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주었다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 참 헛갈립니다. 효과가 없을 거예요."

- 정부와 새누리당의 태도는 어떻게 보세요?
"재보선에서 이겨서 오만방자하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것은 그들이 독배를 들었다고 생각해요. 새누리당이 잘 해서 이긴 선거는 분명히 아닙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은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고 순수하게 특별법을 주장하는 세월호 유가족의 뜻을 왜곡해서 거짓말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면서 맘대로 하는데 아주 잘못된 거죠. 양아치들도 그렇게는 안 할 거예요."

-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 의장은 세월호 참사를 단순한 교통사고라고 했습니다.
"단순히 교통수단을 타고 가다 난 사고라는 의미에서는 교통사고라고 볼 수도 있지만 주 의장이 그렇게 말하는 의도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배타고 가다가 사고 나고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는데 구조하지도 않은 것 등 의혹이 너무 많아요.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라 밝혀져야 할 것이 많은 사고죠."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백성들의 불안 심리 이용"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27일째를 맞은 단원고 희생자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오른쪽)가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유가족 농성장을 찾은 백기완 선생의 손을 잡고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 백기완 선생 부축하는 유민이 아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27일째를 맞은 단원고 희생자 김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오른쪽)가 9일 저녁 서울 광화문 유가족 농성장을 찾은 백기완 선생의 손을 잡고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광화문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유가족은 특별법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하지만 새누리당은 사법체계를 흔들어서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사법체계를 흔든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새누리당은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유족들 대부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보상으로 사탕발림하면 흐지부지될 것으로 생각하고 쉽게 말하는 것 같은데 잘못 짚은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은 왜곡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이 알겠죠."

-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 위기론을 들어 세월호 국면을 타개하려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자당, 공화당이 해 온 방식이 그것입니다. '경제위기' '북풍' 등을 그럴 듯하게 잘 이용해 왔죠. 그 때마다 국민들은 속아 넘어갔고. 새누리당은 21세기인 지금까지 그 방법을 써 먹으려는 것입니다. 경제위기가 세월호 때문에 온 것은 아니죠. 위기가 닥칠 때마다 백성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해서 위기를 넘어서곤 했는데,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이제 더 이상 '양치기소년'의 거짓말에 넘어갈 정도로 우매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7일 여야가 특별법에 합의했지만 유가족은 반발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새누리당은 그렇다 치고 새정치민주연합에 대실망입니다. 도대체 뭐하는 정당인지 모르겠습니다. 특별법 합의를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특별법을 만들어야죠.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는 특별법은 만드나 마나입니다. 여당의 특별법합의는 진실을 감추려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들러리를 서 준 것 밖에 안 됩니다. 아까운 세금만 낭비하는 것입니다. 유가족만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할 줄 아는 국민은 다 반발하고 있다고 봅니다."

- 100일 지났지만 유가족은 물론 국민들도 세월호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유가족과 국민들에게 위로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엉뚱하게도 박정희 유신독재의 망령이 이 나라를 지배하는 듯합니다. 다시 30년 40년 뒤로 후퇴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을 것입니다. 돈이 우선인 사회가 아니라 사람이 우선인 사회가 진정 사람 사는 사회입니다. 사람의 생명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르는 자들이 사회의 지도층 행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들이나 백성의 아픔이 더 큽니다. 하나님은 항상 인간이 절망할 즈음에 새 길을 열어주신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고, 국민 각 자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하면서 기다려야 할 것입니다. '잔이 차면 물은 넘쳐 흐르게 되어 있다'는 순리를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lril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인환, #세월호, #기독교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세월호' 침몰사고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