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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 일병은 군 입대 후 112일 만에 부모 한 번 못 만나보고 선임병들의 구타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사망을 계기로 육군이 단 18일간 조사한 결과 3919건의 군내 가혹행위가 적발됐습니다.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많은 가혹행위가 자행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군이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합니다. 이제 군에만 맡기지 말고 외부에서 본격적으로 감시하고 개입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병영에 햇빛을' 기획 연재기사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최강욱 변호사.
 최강욱 변호사.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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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들은 병사를 헌법내 국가기관의 일원인 공무원이 아니라 소모품이나 노예로 대우한다. 노예처지에 있는 병사들은 힘드니까 자기가 편하기 위해 짬밥이 낮은 노예에게 자신의 불편함을 전가한다. 그렇게 유지되는 군대라면, 전쟁 나가서도 자기는 뒤에 있고 네가 나가서 싸우라고 할 거 아니냐."

최강욱 변호사(46)는 최근에는 MBC 등 방송 관련 문제와 민간인사찰 피해자 김종익씨 변호인 활동 등으로 많이 알려졌다. 2005년 군을 제대할 때까지 10년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등 군법무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군 인권문제와 군 사법체계 문제에 대해서 적극 발언해온 이 분야 전문가다.

지난 8일 그를 만났다. 도저히 근절되지 않는 군내 구타 문화에 대해 "일제 때부터 내려온 군사문화의 뿌리가 장교와 병사 가릴 것 없이 군 전반을 지배해온, 그야말로 대표적인 적폐"라며 자신이 목격했던 고위급 장교사이의 폭행상황을 전했다.

"군은 특수조직이 아니라 헌법내 기관임을 인식해야"

그는 군에 대한 황당한 통념의 대표 사례로 '분대장부터 최고지휘관까지 녹색 견장을 찬 사람들에게는 전시 즉결처분권(사살권)이 있다'는 얘기를 꼽았다. 그가 사단장, 군단장들한테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 "그럼 전쟁 중에 도망가면 헌병에다 신고하고 재판장 앞에서 재판받게 해야 하는 거냐"고 되묻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교들이 "법적 절차에 대한 의식이 없고 사병들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진심어린 승복을 얻어내서 지휘하겠다는 게 아니라 강압을 통해 복종시키겠다는 게 기본인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너무 늦었지만, 군대가 별도의 특수한 조직이 아니라 헌법 안에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군 장병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인식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6년께 '군 의문사 문제 해결의 모델'로 대만을 방문했다가 대만군 소장으로부터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인권보장이 요체다. 그걸 못해서 우리가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패배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딱히 외부에 내놓을만한 수사업적이 없는 군 검찰에서 대단히 예외적인 인물이다. 선배인 남성원 전 국방부 검찰단 보통검찰부장과 함께 창군 이래 최초로 현역 대장인 신일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구속했고, 2005년에는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당시 남재준 육군참모총장 소환조사까지 시도했다. 군 진급비리 사건으로 군을 요동치게 한 인물이다.

다음은 최 변호사와의 관련 문답 전문이다.

- 군 법무관 시절 숱한 사건을 경험했을텐데, 이번 윤 일병 사건 얘기 듣고 어땠나.
"이번 사례는 처음 본다. 70~80년대 군 의문사 진상규명관련 소송 대리할 때 봤던 사건들 같다. 2천년대 중반에 로스쿨이나 학부 특강을 자주 나갔는데, 군에서 한 대도 안 맞은 사람 있냐고 물어보면 그렇다는 이들이 꽤 많았다. 군 인권교육 교과서도 만들고, 영관급 장교와 군내 인권교육 담당자 대상 인권교육도 많이 하던 때라 성과가 나타나고 있구나 하고 뿌듯했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참 어이가 없다."

"MB정부 이후 인권보다는 기강 강조, 스트레스 더 가해진 듯"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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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게 볼 때 군내 가혹행위 문제가 이전보다는 나아진 건가?
"병영생활에서 본질적 변화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지금 실제 벌어지는 행태들을 보면 가혹행위가 더 악화된 것 같다. 중간에 잠깐 좋아졌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이후 정치·사회 환경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공화당이 집권할 때 미국에서 자살자가 늘어났다고 하지 않는가. 이명박 정부 이후 군에서 인권보다는 기강, 전투력을 강조하면서 통제를 강화했다. 병영생활에 스트레스가 더 가해진 게 아닌가 싶다. 제가 '현병철 인권위원회' 이전에 인권위 인권교육전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장병 인권교육과 관련프로젝트를 많이 했었다. 그가 위원장이 된 뒤 해촉됐는데, 현재 인권위에서 그 같은 활동을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개인의 성격결함이나 가정교육 결함 등으로 문제 원인을 축소하는 건 위험하다. 심리학자들은 모든 사람에게 폭력성이 있으나 그것을 발현하지 못하게 하는 게 문명이고 교육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군대는 적나라한 야만 상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조폭들 말고, 하급자나 약자에게 이렇게 가혹한 폭력을 가하는 분야가 어디 있나. 왜 유독 군대만 이런 것일까. 나이도 많지 않은 사람들이, 또 그들도 한때는 피해자였다는 것 아닌가. 그만큼 그 내부에 고질적인 병폐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 아닌가."

- 도대체 대책은 뭘까?
"핵심은,  너무 늦었지만 군대가 특수조직이 아니라 헌법 안에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군 장병들은 물론이고 국민들도 인식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국회나 법원이 헌법기관이라 하면 당연하게 받아들지만, 군대가 헌법기관이라는 것은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군이 헌법에서 괴리된 역사가 길었기 때문이다. 군사 정권을 오래 겪으면서 군대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괴물로 진화하고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민주주의 헌법체제에서, 군대의 역할은 대한민국 헌법이 표방하고 있는 헌법 질서를 파괴하려는 세력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그게 민주국가의 기본적 사명인데 우리 장교들은 사관학교 다니면서도 이에 대해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군은 지금까지 헌법 바깥에서 별개로 존재해왔다.

군에서 군대의 반대말로 쓰는 말이 사회다.  군은 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게 자기의 역할이라고 자임해온 측면이 있다. 사회가 혼란해지면 군이 개입해서 질서를 잡는다, 이게 군사 쿠데타나 계엄의 명분이었다. 지금 군 수뇌부는 계엄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향수가 많다. 2003, 2004년 무렵에 대장, 중장들에게 당신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사회가 뭐냐고 물어봤더니 통금시간 있어서 밤에 못 다니고, 머리 짧게 하고 다니고, 짧은 치마 못 입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사회는 너무 혼란스럽고 망가져 있다고 하더라.

나는 이 사람들이 미친 게 아닌가 했는데, 이들은 60년대 후반 70년대 초에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인이 된 사람들이다. 군에 들어온 이후로 사회 민주화 상황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다. 지금 한민구 장관이 71학번이고, 28사단 사건 때문에 옷 벗은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74학번이다. 딱 유신 시절에 군에 들어와서, 생각이 그 시절에 멈춰있을 가능성이 높다."

"늘 있는 일이고, 선배가 그러는 건데 감수해야 한다"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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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교 사회의 구타 실태는 어떤가.
"제가 사관학교 나온 사람에게 당신들 육사 졸업식때 모자 던지고 좋아하던데, 졸업하는 게 정말 그렇게 좋은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지금은 중장으로 예편한 사람인데 사관학교에서 두드려 맞고 기합 받는 게 일인데, 거기서 해방되기 때문에 정말로 좋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구타가 문제되면 때린 놈이든 맞은 놈이든 징계 당하고 퇴교 당하기 때문에 모면하고 덮는 게 체질화된다. 임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사고를 적발하면 당장 본인에게 불이익이 온다. 사관학교때부터 그렇게 반복돼 것이다. 이게 문제가 아닌가 의심할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한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줄었다고 하는데, 이런 장면을 본 적도 있다. 1999년에 국회 국방위 답변 잘못했다고 정회중에 국회의원들이 보고 있는데도 육군 중장이 해군 대령을 두꺼운 대법전으로 때리더라. 그래서 곁에 있던 다른 장성에서 저렇게 사람 때리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장교들은 이래야 돼'라고 했다. 그 무렵에 또 육사출신 국방 장관이 정회 중에 밑에서 써온 답변서를 검토하다가 의원들 보고 있는데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합참 소장에게 온갖 쌍욕을 해대더라. 그래서 소장에게 위로하는 말을 했더니 '우리는 늘 있는 일이고, 선배가 그러는 건데 감수해야 한다'고 하더라."

- 병, 장교 가릴 것 없이 군 전체가 그렇다는 얘기인데.
"일제때부터 내려온 군사문화의 뿌리가 장교와 병사 가릴 것 없이 군 전반을 지배해온 것이다. 그야말로 대표적인 적폐다. 폭력적인 분위기와 문화가 만연해 있었고 약한 고리가 발생할 때마다 계속 표출돼온 것이다. 병사들뿐 아니라 장교들은 더 하다. 병사들도 입대시점 갖고 고참 따지는데 장교들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웃기냐면 같은 해 임관했어도 육사, 학군, 학사, 3사, 간부사관(사병이나 부사관 출신)들이 임관날짜가 조금씩 다른데, 불과 일주일이나 한두 달 차이가 나도 경례 안 한다고 BOQ(독신자간부숙소)에서 때린다.  제가 군에 있던 10년 전 얘기지만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런데 '이렇게 안하면 군대가 통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여전히 대부분이다."

- 우리가 군에 대해 많이 아는 것 같으면서도, 모르고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군에 대한 황당한 통념이 많은데, 그 대표적인 게 분대장부터 최고지휘관까지 녹색 견장을 찬 사람들에게는 전시 즉결처분권이 있다는 얘기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재판절차 없이 쏴 죽일 거면 군사법원은 왜 있는 거냐. 지금 군사법원 폐지주장에 대한 최대 반박논거가 전시에 필요하다는 것 아닌가. 왜 그런 얘기가 나왔냐면, 6·25초기에 도망병이 많으니까 채병덕 총장이 사살령을 내린 거다. 그런데 미군이 와서 이걸 보고 전쟁범죄라고 강력하게 항의해서 6개월 뒤에 중단 명령이 내려 갔는데 이게 제대로 하달이 안 됐다.

사단장, 군단장들한테 전쟁법 교육 시간에 이런 얘기하면 '역시 법무관들은 뭘 몰라, 그럼 전쟁 중에 도망가면 헌병에다 신고해서 잡아다가 재판장 앞에서 재판받게 하냐'고 한다.  인격체로 존중하고 진심 어린 승복을 얻어내서 지휘하겠다는 게 아니라 강압 통해 복종시키겠다는 게 기본인식이다.

군기교육대도 징계위원회도 안 열고 그냥 막 보낸다. 지휘권이라는 이름으로 마구잡이로 보내는 게 아닌데, 병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장교들도 그 근거가 없다는 것을 모른다. 군에서 병사를 병력이라고 한다. 숫자로 보는 것이다. 죽으면 손실이라 하고, 없어지면 사고라 한다. 이렇게 하니 어디에 인권 의식이 자리잡겠나."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인권보장이 요체다"

- 대만에 가서 대만군의 인권 개선 상황을 파악하기도 했었는데.
"2006년쯤에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연구프로젝트를 맡은 적이 있었는데, 군의문사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고 있는 모델을 보기 위해 대만에 갔다. 장군 비리를 고발했다 구속됐던 법무관과 군에서 의문사한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친 '황마마'를 만났었다.

지금도 군에서 현안이 생기면 황마마 의견 듣고, 그가 주도하는 모임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한다고 한다. 그 때 대만은 군사법원 폐지 수준까지 갔었는데, 결국 올해 1월에 폐지했다. 당시 대만의 사회 분위기나, 경제 수준, 질서 의식이 우리보다 못하다고 봤는데, 군인 인권 문제는 우리보다 나았다. 우리와는 달리 분단돼 있기 때문에, 중공군 때문에 우리가 인권개선을 참아야한다 이런 말은 일체 나오지 않았다. 중국에 비해 절대적인 군사력 열세아닌가. 그런데 현역 소장이 '강군이 되기 위해서는 인권보장이 요체다. 그걸 못해서 우리가 장개석이 모택동에게 패배했다. 황마마 얘기가 우리에게는 소중하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한국에서 왜 우리한테 견학을 오느냐, 한국도 상황이 심각하냐고 해서 창피했던 기억이 난다."

- 병 상호간 명령을 금하는 법이 제출돼 있다. 병장이 일병에게 지시하지 않으면 그 소대, 분대가 돌아가겠냐는 반론이 많다.
"사병들도 각자 역할과 직책이 부여돼 있어서, 그 일을 하게 돼 있다. 병상호간 지시의 실 내용은 자기는 청소 않고, 군화 안 닦고 밑에 시키는 것 아닌가. 군대 일찍 왔으니 자기만 편하겠다는 것뿐이다. 이건 공사 구분 못하는 우리 군대의 고질적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미군은 소장도 중장도 근무때만 관용차를 쓴다. 휴일이나 일과시간 이후에는 사병들 터치 안 한다. 우리는 병사를 헌법내 국가기관의 일원인 공무원이 아니라 소모품이나 노예로 대우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노예처지에 있는 병사들은 힘드니까 자기가 편하기 위해 힘없는, 짬밥이 낮은 노예에게 자신의 불편함을 전가하는 것이다. 그렇게 유지되는 군대라면, 전쟁 나가서도 자기는 뒤에 있고 네가 나가서 싸우라고 할 거 아니냐."

[☞ 바로가기] 최강욱 변호사 인터뷰 ②
[병영에 햇빛을⑥-2] "징역 30년 한 달로 줄일 수도... 군사법, 일반법원이 흡수해야"



태그:#윤 일병 사망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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