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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표지
ⓒ 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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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한 번씩 시골에서의 생활을 꿈꿔봤을 것이다. 조용한 시골에서 새가 우는 소릴 들으며 잠을 깨고 작은 텃밭에 우리 가족이 먹을 야채와 채소들을 기르며 한적하게 사는 삶.

도시에서의 숨 막히고 퍽퍽한 일상은 미래의 여유롭고 한적한 삶을 위해 개인이 감내해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현재 도시에서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

사실 당장에라도 그만두고 시골로 돌아가도 좋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바쁘다. 아직은 돈이 부족하다, 더 모아야 한다, 아이들의 교육 환경은 도시가 더 좋다 등 현재의 편안한 삶을 포기하기가 힘든 것 뿐이다.

시골에서의 삶은 하나부터 열까지 품이 다 들어가게 된다. 청소부터 먹을 것, 집 손질까지.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은 다르다. 돈만 있으면 먹을 것도, 교통도, 일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도시 생활이 당장은 포기가 안 되기에 우리 현대인들은 막연한 시골에서의 삶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처음 회사에 들어가서  2년 만에 뛰쳐나와 시골에서 빵집을 차린 한 40대 아저씨가 있다. 일본 변방에 있는 오카야마 현 마니와 시 가쓰야마라는 작은 시골에서 빵집 '다루마리'를 운영하고 있는 제빵사 와타나베 이타루씨.

그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를 읽어보면 부패하고 순환되는 경제의 필요성과 우리들이 막연하게 동경해왔던 '시골'에서의 진정한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시스템 '밖'에서 살고 싶다

그는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갔다가 서른이 넘은 늦은 나이에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첫 취직을 했다. 시골에 대한 꿈과 농부에 대한 동경을 가진 그에게 유기농산물 도매회사는 적정한 임금, 원하는 분야로의 취업에 알맞았고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뭔가 이상했다. 회사는 땅에서 나고 자란 유기농산물을 있는 그대로 유통하고 판매하는 정직한 모습이 아니었다. 오직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한 각종 비리가 벌어졌고 타지 생산물은 어느 새 우리 지역 농산물로 탈바꿈 되어 있었다.

미래의 아내가 될 직장동료 '마리'는 그 모습을 보고 진작 회사를 그만두고 나가버렸다. 자본주의 밖에서의 생활을 꿈꾸었지만 차마 뛰쳐나올 용기를 내지 못한 이타루씨에게 할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빵을 만들어보렴"이라고 말한다. 그 말 한 마디로 그는 자본주의 밖에서 살기 위한 준비를 했다.

자본주의 밖에서 살기 위한 삶을 준비하면서 그가 먼저 한 것은 자본주의에 대한 공부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빵집을 차리기 위해 제빵기술도 4년 간 배우고 사업의 기초부터 배워갔다. 하지만 곡물의 수급 균형을 무시한 채 곡물 가격 끌어올리기에만 급급한 대규모 자본 유입에 이타루씨는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본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스템에 무력감을 느끼며 아버지에게 면담을 요청한 이타루씨. 평생을 공부와 연구로 살아오신 아버지께 지금의 현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실질적인 대안을 바라기보단 학자로서의 관점이 궁금했다.

아버지는 이타루씨에게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어보라 권하신다. 자본주의에 대해 무지했던 그는 자본론을 차분히 읽으며 자신의 빵집을 통해 어떻게 자본주의 밖에서 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지금의 모습과 산업혁명 당시를 비교하며 천천히 자본주의 시스템 밖 자신만의 빵집을 준비했다.

책에서는 자본론의 주요 내용을 알기 쉽게 설명해두었다. 상품은 무엇이고 이윤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린 마르크스 자본론 중에서 필요한 내용을 책에 옮겨두었다. 이타루씨에게 자본주의란 자신이 겪어왔던 삶 그 자체였다.

자본론이 쓰였던 그 당시 노동착취의 모습과 자신이 겪은 빵집에서의 수련 생활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지적하며 왜 저렴한 노동력이 왜 필요했는지를 지적했고 왜 노동자들은 착취당할 수밖에 없는지, 자본가들은 더 많은 돈을 벌 수밖에 없는지를 여실히 느꼈음을 책에서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자본론의 수많은 논리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경제활동을 통해 수익의 극대화만을 노리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노동력 대가를 인정하지 못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결함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거꾸로 말하면 자신의 노동력을 떼어 팔기 싫다면 자기 소유의 생산수단을 가지면 된다. 그 점을 깨달은 나는 제빵 기술을 익혀 내 가게를 열고, 생산수단인 믹서와 오븐 등의 기계를 갖추었다. 또 가급적 근처 농가에서 재료를 구입하여 불안정한 시장에 좌우되지 않고 재료를 구하는 방법을 실천했다. 그렇게 조금씩 희한한 빵집의 스타일을 완성해갔다.(본분 52페이지 중에서)

자본가들은 저임금을 통한 저가 판매로 더 많은 이득을 취하려 했다. 그 과정에서 폭력적이고 과도한 노동시간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고 노동력의 교환가치(임금)가 생활비와 기술습득 비용, 자녀 양육비의 합계액을 기준으로 정해졌다는 점을 생각해보자. 상품의 가격이 싸지면 생활비와 양육비까지 모두(경우에 따라서는 기술습득 비용까지) 낮아진다. 그 결과 노동력의 교환가치가 떨어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상품의 가격이 떨어짐으로써 돌고돌아 임금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자는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다. (본문 67페이지 중에서)

균이 바라보는 부패하지 않는 경제

이타루씨의 시골 빵집은 인위적인 효모를 사용해서 빵을 굽지 않는다. 모든 걸 지역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직접 구하고 균이 살 수 있는 최대한 자연스러움을 살려서 사람에게 좋은 균을 찾아낸다. 그런 균들을 이용하여 반죽을 잘 발효시킨다. 좋은 재료를 쓰는만큼 빵값이 조금 비싸지만 그에 맞는 건강한 맛을 보장하기에 시골 빵집에서 고소한 빵냄새는 여전히 가득하게 퍼진다.

이타루씨에서 지금의 자본주의, 신자유주의는 부패하지 않는 빵과 같다. 인위적인 식품가공 분야의 발달로 썩지 않는 음식들이 나오고 보기에 깨끗해보이는 과일에는 엄청난 양의 농약이 들어간다. 인공적인 재료는 먹거리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음식 안전에 대한 위험 노출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현대인들을 사로잡기 위한 인위적인 요소의 사용은 사회를 더욱 부패하지 않고 썩지 않는 자연의 섭리에 반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금, 자본을 묵혀두면서 이윤을 얻는 대금업은 부패하지 않는 경제, 부패하지 않는 돈을 만드는 장본인이라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통화'량'을 늘려 물가를 낮추고 경제활동을 부추길 수 있는 지금,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와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는 부풀려졌던 버블이 꺼지면서 세계적인 경제 침체를 불러왔다. 이는 결국 부패하지 않았던 돈이 가져온 예상된 한계였던 것이다.

부패하는 경제, 발효하는 빵. 이 발상이야말로 이타루씨가 자본주의 체제 밖에서 살기 위한 적합한 방법이었다. 발효되고 부패되며 삶이 가진 본래의 의미를 이해하고 좋은 발효를 통해 좋은 먹거리를 접하고 나쁜 부패를 통해 우리에게 좋지 않은 것을 걸러낼 수 있는 자정작용을 지닌 경제. 이것이 그가 꿈꾸는 빵집의 모습이었고 우리가 추구할 대안경제의 모습이었다.

균 본위제를 지키며 하루하루를 살다보면, 문득 균들이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들은 부패하지 않는 경제가 활개치는 이 세상을 어떻게 볼지 궁금해지곤 한다. 사람들은 돈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대량으로 투입해 경제를 뒤룩뒤룩 살찌게 한다. 내용물이야 어떻든 이윤만 늘면 된다, GDP만 키우면 된다, 주가가 오르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비만이라는 병에 걸린 경제는 거품을 낳고, 그 거품이 터지면 공황(대불황)이 찾아온다. 거품붕괴는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살쪄서 비정상이 되어버린 경제가 균형을 되찾는 자정작용이다. (본문 147쪽 중에서)

부패하는 경제를 만들기 위한 이타루씨의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공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천연균을 생산하여 발효하고 일본 제일의 주종 빵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천연 누룩균을 배양해보려고 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 이유를 모르고 헤매다 비료를 안 주고 작물이 스스로 자라게 하는 재배방법인 자연재배와 쌀과 균이 가장 좋아하는, 균의 시각으로 바라보아 균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과정을 거쳐왔다.

균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자연과 같게 하고 균을 배양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재료들까지 자연 그대로의 것을 가져다 쓰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결국 이타루씨는 천연 누룩균을 훌륭하게 개발해낼 수 있었다. 이를 책에서는 '균 본위제 빵'이라고 말한다. 자연의 소리를 듣고 자연을 중심에 두어 모든 것을 만들고 생산하는 빵. 아담 스미스가 말한 또 다른 의미의 보이지 않는 손이기도 했다.

계란, 버터, 이스트 등 빵의 맛을 풍부하게 해주기 위해 일반 빵집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넣지만 다루마리에서는 '뺄셈'의 미학을 통해 빵의 자연스러운 맛을 최대한 살린다. 균과 효모를 통한 자연적인 '발효'를 통해 '부패하는 경제'를 알아간다고 책에서는 말한다. 또한 이타루씨는 빵을 하나 만들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쌀, 지역에서 흘러왔던 깨끗한 물, 누룩균이 잘 살 수 있는 지역의 자연을 그대로 담아낸다. 정직하고 지역의 맛을 그대로 담아낸 빵을 정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과정을 통해 지역의 경제까지 순환시키며 함께 살아가는 협동의 경제를 몸으로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빵을 잘 만들겠다는 이타루씨의 노력은 그동안 자라오며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졌었던 도시에서의 생활 패턴을 바꾸게 해주었고,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성장했다. 빵의 맛이 풍요로워진 만큼 다루마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가치관도 점차 성숙해져왔다.

자본주의 밖에서 산다는 것,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

자본주의 밖에서 산다는 것이 참 이해하기 힘든 말이긴 하다. 읽으면서도 막연한 동경을 실제로 빵집을 통해 이뤄나갔던 이타루씨의 삶이 존경스러웠지만 막연하게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자본주의 밖에서 산다는 것을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던 부분이 있었다. 바로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말이 언뜻 이해가 안 가지만 자본주의 밖에서 살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자본주의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이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정태인 원장의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2008년 스타벅스는 세계적인 금융 위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보다 약 70%의 이익을 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이 예측한 것보다 낮은 이익을 냈다는 이유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이는 주주자본주의,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논리 때문이었다.

반면, 다루마리는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 노동자 생산 협동조합 방식을 통해 노동자가 직접 출자에서 매출과 노동에 따라 매달 월급을 정하는 형태의 조직으로 월 임금을 받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주인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돈의 흐름을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공개한다. 인건비와 재료비가 매출의 80% 정도 차지하고 있고 이윤과 착취가 불가하다는 것을 정보 공개를 통해 근로자들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즉, 동일한 규모로의 경영을 지속한다는 경영 마인드가 이윤과 착취가 없는 공정한 경영을 하게 한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다만, 이윤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해도 적자를 예사로 내서는 가게가 존속할 수 없다. 수입과 지출을 엇비슷하게 맞추고 손익분기점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 이윤 제로, 손익분기점 달성을 이루고나면 투자한 만큼은 반드시 돌아온다(월급도 투자의 일부). 그렇게 가게는 굴러간다. 이윤 덕에 덩치가 커지지도 않고 손실 탓에 위축되지도 않는 상태에서 다음 날도 변함없이 빵을 구울 수 있는 것이다...(중략).. 동일한 규모로 경영을 지속하는 데에는 이윤이 필요치 않다. p.193

이윤은 없지만 착취도 없는 가게. 자본주의 밖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몸으로 실현하고 있는 다루마리. 하루의 1/3 이상을 보내는 직장에서의 시간을 다루마리에서는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활용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작은 변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지금의 우리에게 일이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한 직장으로서의 관점보다는 '돈'을 벌기위한 수단으로서만 언급된다. 다루마리는 그러한 관점을 깨고 일과 삶이 동일시 될 수 있는 생활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 직접 보여준다.

부패하지 않는 경제라는 새로운 이야기와 그것을 작은 빵집으로 풀어가는 이타루씨의 삶. 시골에서의 삶을 막연하게 동경했던 사람들이라면, 내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 싶지만 너무나 막연한 방법에 답답했던 사람들이라면, 자본주의적 생활 시스템에 지쳐가던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무력했던 삶에 대한 자극제로도, 대안적 삶에 대한 또 다른 사례로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일 것이다.

최근에는 워크 라이프 밸런스(일과 생활의 조화-옮긴이)라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다루마리의 일상은 이렇게 일과 생활이 뒤섞여 있다 .생활 속에 일이 있고, 일 속에 생활이 있는 나날이다. 궁목수인 오가와 미쓰오씨가 "장인은 월급쟁이가 아니니 생활이 삶이고 삶이 직업이다."라고 한 것처럼 우리도 삶 그 자체가 직업이다. (본문 223쪽 중에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더숲(2014)


태그:#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루, #자본주의,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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