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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 책표지
 <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 책표지
ⓒ 풀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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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혼상제'라는 용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 동양권 몇몇 나라에서 쓴다. 그러나 지구촌 어느 나라에나 이 용어에 해당하는 풍습들이 저마다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거치는 관·혼·상·제인만큼 그 나라의 다양한 것들(역사, 문화, 풍습, 생활환경, 종교관이나 세계관 등)이 진득하게 녹아 있음은 물론이다.

<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풀빛 펴냄)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관혼상제에 관한 책이다. '특히 흥미로운 의식들만 모았나?'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다.

특별한 그리스 결혼식 장면

"아침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어. 그리스에서는 결혼식 날 신랑 신부 각자 집에서 손님을 먼저 맞이하는 이 전통이야. 흥미로운 것은 손님들이 잔득 모여 있는 앞에서 옷을 몇 번 갈아입어야 한다는 거야.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다시... 결혼식으로 갈땐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어야 하지. 게다가 머리 손질도 계속해야 해.

신랑도 옷을 몇 번 갈아입는데, 처음엔 팬티 바람이야. 많은 손님들 앞에서 팬티만 입은 채로 나와야 하는 것이지. 친구들은 양말부터 하나 둘 신겨주고 입혀주는데, 이 과정에서 얼마나 또 장난을 치는지 몰라. 거꾸로 입히기도 하지. 그리스 사람들은 가족과 친척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데, 많은 친지들이 모인 앞에서 옷을 입혀서 결혼식에 보낸다는 의미가 있어"-(<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에서)

<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 19번째 이야기(모두 40가지)는 그리스의 결혼식 풍경 일부다. 이른 아침부터 가족이나 친척, 친구 등 친한 하객들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절차가 매우 흥미롭다.

그리스의 결혼식에서 또한 흥미로운 것은, 아버지와 남동생이 신부에게 신발을 신겨준다. 이는 결혼과 함께 새롭게 걸어가는 여자의 앞길을 축복해 준다는 의미다. 모든 준비를 마친 신부에게 아버지는 오른쪽 구두를, 남동생은 왼쪽 구두를 신겨준다고 한다.

"그리스에선 이런 전통적인 결혼 말고도 종교식과 야외 결혼식 등이 열려. 씨앗이나 열매를 던지고, 실이나 끈으로 신랑 신부를 묶고, 신랑 신부가 함께 톱질을 하는 등 지방에 따라 다양한 결혼 풍습이 있어. 그러나 전통이 살아있는 결혼식이 가장 멋있는 것 같아. 특히 어느나라보다도 많은 사람이 축하해주는 것이 정겹고 아름다운 것 같아"-(<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에서)

그리스의 결혼식은 하객이 많기로도 유명하단다. 보통 500~800명 정도인데, 친척이 많을 경우 1천명이 넘을 정도란다. 신랑신부의 부모들은 이 하객들에게 일일이 볼 키스를 하며 인사를 주고받아 볼이 얼얼해지기도 한다고 한다.

그리스에선 결혼식 중인 신부의 신발을 신부 친구들이 벗겨 무언가를 확인함으로써 다음엔 누구에게 결혼의 행운이 돌아가나를 점치기도 한단다.

사실 그리스의 결혼식 이야기에 앞서, 이집트의 결혼풍습도 매우 인상깊었다. 이집트에너는 결혼 전에 시브카(이집트에서 신랑이 신부 집에 주는 선물)를 주는 것도 모자라, 2천 5백 달러 정도를 신부 측에 줘야한다(결혼에 필요한 비용이나 살림살이 장만을 위해). 또한 결혼식은 사는 집이나 동네의 골목에서 한단다.

"나투만은 열한 살이야. 번지점프를 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 아니냐고? 하지만 바누아투 공화국의 펜타코스트 섬에서는 열 살이 넘으면 번지점프에 도전해. 번지점프에 성공해야 어른이 될 수 있거든. 아파트 10층 쯤 되는 곳에서 뛰어내리는데, 땅바닥에 머리가 닿기 전에 얼른 몸을 쭉 펴서 발과 손으로 땅을 짚어야 해.

사실 이 행사는 아주 위험해. 발목을 포도 넝쿨이나 칡덩굴로 묶긴 하지만 줄이 늘어져 땅바닥에 그냥 떨어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는 어린이도 있거든. 번지점프대는 마을의 끝 야트막한 언덕에 있어. 보통 우리가 스포츠로 즐기는 번지점프의 점프대는 안전장치가 잘 갖춰져 있지만 여긴 달라. 그냥 대나무를 위로 잔득 쌓아 놓았는데, 그 위에 다리를 묶는 밧줄과 밧줄을 고정시키는 나무가 있을 뿐이야."-(<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에서)

온가족이 함께 읽으면 더 좋은 책

책은 관·혼·상·제 4부로 나눠 지구촌 곳곳의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하며, 죽은 사람을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먼저 죽은 사람을 추모하는' 흥미롭고 의미가 남다른 의식, 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주 독자층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조근조근 이야기 해주는 듯한 문장들이다. 초등학생이 주 독자층이라 하나 모르고 있던 세계 여러 나라들의 풍습들이라 어른인 나도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 온가족이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우리의 관혼상제 풍습을 4부에 모두 소개해 놓았다. 그동안 알고 있던 것들을 정리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스 신부 친구들은 신부의 신발 어떤 상태로 결혼의 행운을 점칠까? 바누아투인들은 왜 그 위험한 번지점프로 성인식을 치를까?

이들 이야기 외에 ▲ 이집트 신부들은 결혼 후 1~2주 동안은 부엌에 절대 출입하지 않는다? ▲ 터키에서는 왜 엄청난 크기의 7단 웨딩케이크를 만들까? ▲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절대 식사대접을 하지 않는 나라는? ▲ 베트남에선 장례식 비용을 평생 벌어야 한다? ▲ 부르키나파소란 나라의 구르마 족은 두세 달 동안 장례를 치른다? 어떻게? 등 아이들의 호기심을 쑥쑥 자라게 할 내용들이 많다.

좀 아쉬운 것은 몇 가지 이야기 빼곤 대부분 의식 자체만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 내 아이가 이 책에 흥미를 보인다면 이야기를 바탕으로 검색 등을 통해 그 나라의 풍습을 배우면 좋겠다.

이 책을 읽을 아이들 세대는 거품보다 결혼 본연에 더 충실했으면 하고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정인수 씀) (윤유리 그림) | 풀빛 | 2014-07-10 | 11,000원



둥글둥글 지구촌 관혼상제 이야기

정인수 지음, 윤유리 그림, 풀빛(2014)


태그:#관혼상제, #그리스 결혼식, #이집트 결혼식, #바누아투, #번지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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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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