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백상 장악하나' 27일 오후 서울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50회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에서 배우 김수현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중국에서 인기가 높아진 배우 김수현. ⓒ 이정민


지난 6일 배우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고 중국 내 인기 급상승 중인 배우 김수현이 소속된 문화콘텐츠 기업 키이스트가 자사 보도자료 및 전자공시를 통해 중국 4대 포털 사이트 중의 하나이자 온라인 콘텐츠 기업인 소후닷컴의 자회사 폭스 비디오 리미티드를 통해 150억 원 상당의 투자 및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이는 세간의 주목을 높게 받았는데 중국 포털 사이트 내지는 중국 자본의 첫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상장사에 대한 직접 투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광고 촬영, PPL 등 분야에서 중국의 자본이 들어왔다면 이번에는 한 기획사에 직접 투자를 진행하였다.

중국은 지리적 위치가 가깝고 정서가 비슷한 관계로 한참 전부터 한류 문화가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인기를 끌어왔다. 특히 1996년 중국 관영방송국 CCTV에서 첫 한국 드라마를 방영한 이후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 자본은 한류 문화를 젊은 학생이나 즐기는 문화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아직 저작권 법률 및 문화산업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았던 때라 중국 시장은 속칭 '사람은 많지만 돈은 안되는 시장'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국내 연예기획사의 입장에서도 중국 시장의 우선순위를 한국, 일본 시장보다 높게 보지 않았다.

이에 중국의 한류 팬들은 스타에게 중시받는 정도를 청나라 황실의 후궁에 빚대 "한국 팬은 '황후', 일본 팬들은 총애받는 '후궁', 중국 팬들은 황제에게 버림받은 '샤위허'(夏雨荷, 중국 드라마 <황제의 딸>에 나오는 가상인물로 황제와 사랑을 나누었으나 결국은 황제에게서 잊혀진 비극적인 여인)이다"라며 자신의 처지를 풍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 역사 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경색에 치달으면서 국민적 정서를 반영하듯 현재 일본발 한류열풍은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문화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정치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지만 국민적인 정서가 중요하게 작용하는 만큼 정체는 예상되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에서는 갑자기 한바탕 한드(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어닥쳤다.

"이민호·김수현, 중국으로 모셔오는 데 얼마면 되나"

물론 몇년 전에도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서도 인기가 있었지만, 방송국의 방영도 없이(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송국에 정식 방영되려면 엄격한 심의 및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기자 주) 인터넷을 통해 <상속자들>의 이민호와 김우빈부터 시작해,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 <닥터 이방인>의 이종석 등등 수많은 한류스타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바야흐로 '한드'의 시즌이 돌아온 것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한드 중국 진출이래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하였고 중국 인터넷 상에서는 '歐巴'(어우바, 한국어 '오빠'를 음역한 단어로, 잘생기고 멋있는 한류 스타를 의미하는 단어)가 신조어로 부상했고, 기존에 아이돌 가수 뿐만 아니라 배우들 역시 중국 내의 한류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SBS <상속자들> 이민호

SBS <상속자들> 이민호 ⓒ 화앤담픽쳐스


사실 위에서 언급한 스타들은, <시티헌터> <꽃보다 남자> 등에 출연해 중국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이민호를 제외하면, 히트작에 출연하기 전 중국에서는 한드 마니아들만 알고있는 무명에 가까웠다. 특히 김수현은 <별그대>에 출연할 때만 해도 중국 언론들이 '김수현' 대신 '전지현의 남자' 등으로 부르기 일쑤였으며, 심지어 지난 연말 상하이 모터쇼에 김수현이 초청되었을 때, 일반인뿐만 아니라 현지의 일부 연예 기자마저 그를 몰라봐 굴욕을 맛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3개월 후 이러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지명도가 낮다는 이유로 김수현과 광고 계약을 해지하려 했으나 결국 재계약한 모 제빵업체는 <별그대> 방영 이후 매출이 40% 이상 오르는 기적을 보게 되었다는 후문부터 중국의 한 방송사는 김수현을 초청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출연료에 전용기까지 제공하였고, 지난 4월 베이징 모터쇼 프레스 데이에 김수현이 온다고 하자 기자 및 일반인 8천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처럼 '오빠'들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되자 국내, 중국 업체 너나 할것도 없이 한국 '오빠' 모시기에 여념이 없게 되었다. 올해 상반년의 연예 뉴스에서 한류 스타들이 CF 출연료가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한 한류 에이전시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이제는 영세 브랜드에게서도 "이민호, 김수현을 초빙하는데 얼마면 되나? 돈은 충분하니 일단은 모시고 오자"는 식의 문의를 자주 받는다고 전했다.

배우 넘어 한국 드라마와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

그런 인기에 힘입어 한류 스타들이 광고를 진행하는 범위도 넓어졌다. 음료수, 식품 등 생필품은 물론 중국인의 생활과 연관된 학습기, 전기 자전거 등 분야까지 광고 영역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 한류 스타는 한중 양국에서 밀려드는 광고 러브콜을 수락하기 위해 자주 두 나라를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중국 국내에서도 홍보비를 많이 투입하기로 유명한 중국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를 운영중인 알리바바 사는 한류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직접 <쓰리 데이즈> <닥터 이방인> 등 한국 드라마에 제작 지원을 하며 PPL(간접 광고)을 투입하기도 하였다.

물론 알리바바 사는 한국에서 별다른 사업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이 광고 역시 중국 소비자들이 주 타깃이다. 참고로 현재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드라마 대다수가 중국의 방송국이 아닌 인터넷에서만 방송되고 있다. 즉, 온라인 상의 인기만 믿고 정식 방송도 되지않는 드라마에 PPL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중국 최대의 TV 프로그램 관련 행사인 상하이 TV 페스티벌 당시 SBS콘텐츠허브의 구자명 차장은 인터뷰에서 "<별그대>가 확실히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데 성공한 것 같다"면서 "예년에 비해 SBS 부스를 방문한 바이어 및 취재진이 늘어났다. 특히 <별그대> 때문에 SBS와 한국의 다른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구 차장은 "아직은 중국의 드라마 심의가 엄격해 주로 심의의 영향을 덜 받는 동영상 사이트 등과 주로 거래했으나, <별그대> 같은 인기 드라마는 중국의 엄격한 심의에도 일부 중국의 제작사 및 방송사가 '판권을 팔아달라.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다.

 SBS <별에서 온 그대> 마지막 회의 한 장면.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 분).

SBS <별에서 온 그대> 마지막 회의 한 장면. 도민준(김수현 분)과 천송이(전지현 분). ⓒ SBS


이처럼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하면서 동영상 사이트 등과의 판권 거래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예전만 해도 회차당 3천~5천 달러 정도에서 거래되던 한국 드라마의 전송권은 현재 회차당 수만 달러 내지 10만 달러를 넘는 가격에도 거래가 되고있다.

이대로라면 일본에서의 거래가를 추월할 날이 멀지 않았는데, 일본에서 거래할 때에는 주로 자금력이 풍부한 방송국과 거래를 하지만, 중국에서는 엄격한 심의로 인해 주로 규제가 느슨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와 거래를 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 즉,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부족하고 광고 및 제휴 외에는 별다른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들이 인기 및 흥행성 하나만을 보고 거금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 한류 스타들의 중국 진출도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한류 스타들이 중국에 진출해 외화를 벌어오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근래 한류 스타들의 팬미팅, 콘서트 내지는 현지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고, 중국 회사들도 한류 행사를 치르는 데 더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상하이 문화국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년(1~6월) 한류 스타 관련 문화행사가 지난 해 동기간보다 30% 이상 증가하였다고 한다.

여기에 이제는 스타가 아닌 제작자들까지 한류가 확산되고 있다. <별그대>의 장태유 PD는 아예 SBS에 휴직계를 내고 중국에서 영화 촬영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일부 프로그램의 감독 및 제작진은 중국에서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스타 못지않은 환대를 받기도 한다. 또한 한국에서 판권을 사들인 일부 현지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은 한국의 원작을 따라잡기 위해 한국의 제작진들을 초빙하기도 한다. 즉, 한류는 이제 스타뿐만 아니라 스태프 등 참여자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중국 지사 세우는 엔터 기업들...지나친 현지화는 독

서로의 우세를 활용한 한중 기업간의 전략적인 제휴 및 현지 법인 설립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비교적으로 오래 전부터 중국에 진출한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 5월, 중국 최대의 검색 사이트 바이두와 제휴관계를 맺고 전방위적인 제휴를 해나가기로 하였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중국 음반업체인 웨화오락과 제휴관계를 맺고 YG 중국 지사를 설립하기로 하였으며, FNC엔터테인먼트도 홍콩 법인을 설립하였다. 중국 진출 속도가 비교적으로 빠른 가수 중심의 기획사뿐만 아니라 싸이더스HQ, 판타지오, 스타하우스 등 배우 중심의 기획사 역시 중국에 지사를 세우는 등 다각도로 진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차이나 머니도 좋고, 중국 진출과 외화 벌이도 좋지만 경계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무엇이던 도가 지나치면 안된다는 말이 있듯이, 적당한 현지화는 필요하나 과도한 현지화는 오히려 한류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고, 한류의 순기능인 한국 문화의 전파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중국 팬들이 한류 스타를 좋아하는 이유는 중국 스타에게는 없는 것 때문이다. 만약 한류 스타가 중국 또는 홍콩에 가서 현지 스타일의 노래만 주구창창 부른다면? (물론 일회성은 괜찮겠지만) 한류 스타가 유덕화 등 현지의 톱스타보다도 잘 부를 수 있을까? 즉, 현지 정서를 고려한 현지화는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 이상으로 현지화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중국판 <런닝맨>인 <포기래! 호형제>의 홍보 포스터

중국판 <런닝맨>인 <포기래! 호형제>의 홍보 포스터 ⓒ 웨이보


그들은 현지의 스타들에게 없는 한류 스타만의 매력을 보러왔지 결코 그들이 어눌한 현지어로 노래부르는 것을 보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난 2월 경 SBS의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이 중국판으로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장 우려하고 가장 반대하던 사람들도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현지 팬들이었다.

물론 한류 스타가 한두번 정도 '샤오핑궈'(小苹果, 작은 사과, 현재 중국에서 가장 유행하는 B급 노래 중의 하나로, 중독성 있는 멜로디 및 가사가 특징이다.-기자 주) 같은 유행가를 불러주는 것은 중국 팬들에게 친근하고 따뜻한 이미지로 어필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금 중국의 인터넷 상에서는 이미 한류 스타를 비롯한 각종 버젼으로 리메이크 되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훨씬 열광적이다.

여기서 한 가지 확실한 점이 있다면, 한중수교 직후 중국에 진출하기 시작한 다른 산업에 비해 이제 막 진출하기 시작한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가능성이 높다는 것.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중국 발 대시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좋든 싫든, 이는 한국의 산업에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다.

만약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경험 및 자원 그리고 중국의 거대한 시장 및 자금이 합쳐지고, 중국의 거대한 자본이 다시 좋은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면 분명히 이는 한중 양국이 모두 윈윈(win-win)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중관계가 밀월기에 진입한 지금, 양국간의 우호증진에도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 한류 중국 이민호 별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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