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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을 떠나는 스탠리 오큘라 검사는 당초 14년 형을 주장했었다.
▲ 스탠리 오큘라 검사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을 떠나는 스탠리 오큘라 검사는 당초 14년 형을 주장했었다.
ⓒ 박숙희/뉴욕컬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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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오전,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은 중국계 인도네시아 와인 딜러 루디 쿠니아완(Rudy Kurniawan, 37)에게 10년 징역형을 내렸다.

루디 쿠니아완 위조와인 재판에서 리처드 버만 판사는 피의자에게 10년의 징역형과 더불어 2000만 달러를 추징할 것을 명령했다. 피해자들은 2840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불법체류자인 쿠니아완은 지난 2012년 3월 위조와인 사기로 체포돼어 29개월간 뉴욕에 수감되어 있었다. 10년 형을 마친 후엔 추방될 예정이다.

리처드 버만 판사는 이날 법정에서 억만장자 와인 콜렉터 윌리엄 코크, 부동산 재벌 피터 파스치텔리, 캘리포니아 레스토랑 재벌 데이빗 도일, 유니비전 커뮤니케이션의 최고재무책임자인 앤드류 홉슨 등 7명의 피해자를 거론했다. 윌리엄 코크는 쿠니아완으로부터 병당 최고 10만 달러 하는 프랑스 와인을 500병 가량 구입했다고 밝혔었다.

이날 재판에는 기자를 포함 25명 내외의 와인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참관했다.

부자에게 사기를 치면 형량을 낮춰도 된다?

배심원들은 지난 2013년 12월 쿠니아완을 우편과 송금 사기로 유죄를 평결했었다. 검찰측은 쿠니아완이 2004년부터 2012년 사이 와인 콜렉터, 경매사 등을 상대로 사기를 친 죄로 최고 14년형에 처할 것을 주장했다.

루디 쿠니아완은 자신의 부엌에서 캘리포니아의 저렴한 와인을 섞어 보르고뉴와 보르도 명품와인으로 위조해 팔다가 수감된 첫 케이스다. 쿠니아완은 2006년에만 경매에서 1만 2000병, 3500만 달러어치를 팔았다.

2012년 3월 FBI가 캘리포니아 외곽 아카디아에 있는 쿠니아완의 집을 수색, 위조와인 제조에 쓰인 빈 병, 코크, 인쇄기와 컴퓨터 안에 스캔된 레이블 이미지 등을 발견했다. 복사된 레이블 중엔 1950년 페트뤼스, 1947년 라플레어, 라피트, 로마네 콩티 등을 포함 톱 빈티지 세계 명품 와인 27종, 1만9000장의 레이블을 압수했다.

뉴욕주 검찰측은 당초 쿠니아완에게 최고 14년형을 요구했었다. 검찰은 쿠니아완이 사기를 통해 진품 와인, 럭셔리 자동차, 비버리힐스 맨션, 프라이빗 제트 비행기, 디자이너 시계, 의류, 미술품 등 사치에 써왔으므로 더 긴 형량이 내려져야한다고 주장했다. 쿠니아완은 데미안 허스트와 도날드 저드 등의 미술품을 수집했으며, 럭셔리 시계만도 55만달러 가치에 달하는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니아완의 변호사 제롬 무니는 쿠니아완은 피해자 없는 범죄에 가담했으며, 부자들 사이에 인기를 얻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것뿐이라고 밝혔다. 변호사는 이어 "한 모금당 얼마가 될지는 모르지만, 와인 한 병이 사람이 1년에 버는 액수의 3배가 되는 와인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아무도 죽지 않았고, 아무도 저축한 돈을 잃지 않았다"고 형량을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버만 판사는 "부자가 사기를 당하면 사기 친 사람의 형량이 줄어든다는 원칙인가?"라고 되물었다. 버만 판사는 이날 판결에서 "대중은 우리의 음식과 음료가 안전하다는 것을, 마녀의 잠재적으로 위험성이 있는 양조주가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회색 죄수복에 굵은 테의 안경을 착용한 쿠니아완은 선고에 앞서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쿠니아완 변호 측은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

루디 쿠니아완 위조와인 사기를 보면 몇 가지 의아한 부분이 생긴다. 아래는 그 궁금한 것을 항목별로 정리한 것이다.

- 쿠니아완은 위조 와인을 몇 병이나 팔아왔을까?
2006년에만 1만2000병을 팔았다. 루디 쿠니아완이 위조와인을 몇 병이나 제조해 팔아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쿠니아완은 이에 대해 침묵해왔으며, 희귀 와인 콜렉터들이나 와인상도 수치심에 밝히기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희귀 와인을 다시 팔 생각이었을까?

- 위조 와인의 경로는?
쿠니아완은 2명의 형제가 자카르타와 홍콩에 살고 있다. 부엌에서 수만 병의 위조와인을 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디서 가짜 와인들이 수송됐는지는 미지수다.

- 단독 범행일까?
쿠니아완 형제가 범죄에 가담했을까? 뉴욕의 와인딜러들은 쿠니아완의 와인을 경매에 붙여와 수백만 달러 어치를 팔았으며, 쿠니아완에게 수백만 달러를 빌려줬다. 뿐만 아니라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경매사에서는 와인의 진품여부를 감정하고, 입증할 의무가 있다. 이들이 범죄에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 루디 쿠니아완 이외의 위조와인 사기꾼들은 어디에?
쿠니아완은 위조와인으로 기소된 첫 번째 인물이다. 그는 불법체류자이자 외국인이다. 그러나 위조와인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퍼슨 와인 사건 등 이전에도 위조와인 사건이 있었던 점을 보면 과거에도 위조와인 사기꾼들이 성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희귀 와인 콜렉터들의 셀러엔 얼마나 많은 위조와인이 있을까?
부자들은 희귀 와인으로 부를 자랑한다. 그러나 트로피와 같은 희귀 와인을 바로 마시지는 않는다. 특별한 날 오픈했을 때, 그것이 진품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어렵다. 희귀 와인은 허영의 모닥불이다.

- 쿠니아완이 위조한 와인이 얼마나 중국과 한국 등지로 흘러갔을까?
다큐멘터리 <레드 옵세션>(Red Obsession)에 따르면, 중국 부호들의 명품 보르도에 대한 집착은 광적이다. 샤토 라피트의 빈 병조차 500달러에 팔릴 정도다. 전문가들은 진품 확인이 어려운 희귀 와인이 대거 중국과 한국 시장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욕컬처비트(NYCultureBea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루디 쿠니아완, #위조 와인, #희귀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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