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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친구 중에 천주교 신부님이 한 분 계신다. 지금까지 3만여 개의 세월호 배지를 무료로 세월호 유가족과 관련 분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왜 나눠줄까? 그가 궁금했다.

현정수 신부님이 세월호 유가족와 관련분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배지.
 현정수 신부님이 세월호 유가족와 관련분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배지.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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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안양시 비산동 성당의 주임신부로 있는 현정수 신부님을 지난주 토요일(2일)에 만났다.

현 신부님은 기자가 2006년 처음 만난 당시부터 줄곧 청소년의 꿈과 비전을 외치고 있다. 이름 하여 '꿈보비아 – 꿈은 보는 만큼 생기고, 비전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한다. 청년이 살아야 이 사회가 산다고. 그래서 청소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고. 청소년 사목이 본인의 소명이라는 얘기다.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이 살아갈 사회를 이대로 물려줄 수 없다는 사실에 공감하며,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묻고 있는 역사적 의의가 무엇인지 그의 얘기를 따라가 보았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현정수 신부, 성당에서 강연하는 모습.
 현정수 신부, 성당에서 강연하는 모습.
ⓒ 현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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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계시지요? 2010년 제 아들(현 중2)이 인터뷰하고 나서 이렇게 제가 또 인터뷰하게 되었네요? 가문의 영광입니다.
"아, 네. 이동호 기자.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많이 컸지요? (웃음)"

- 현재, 아들은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중2'입니다. 요즘도 여전히 청소년을 위주로 한 사목활동에 많이 애쓴다고 들었습니다.
"네. 청소년을 그 중심이 두고 활동하는 것은 청소년이 젊음, 사고, 가치가 살아있어야 그 사회가 희망이 있는 것이니까요. 이름 하여 청사희망 프로젝트입니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에 '청사희망'을 치면 더 자세히 알 수가 있습니다."

2010년 7월 '꿈보비아'에 대해 인터뷰했던 아들과 현 신부 모습.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이고, 현재는 중학교 2학년생이다.
 2010년 7월 '꿈보비아'에 대해 인터뷰했던 아들과 현 신부 모습. 당시 아들은 초등학교 4학년이고, 현재는 중학교 2학년생이다.
ⓒ 이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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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하다 보면 주위에서 신부님을 불순한 정치적인 목적으로 호도하는 이가 혹시 있지 않나요?
"저는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니고 천당입니다. (웃음) 그러나 분명히 투표합니다. 전체의 내용을 토대로 의미를 해석하지 않고 파편화하여 단어 몇 개로 이상하게 말하는 분들이 간혹 있지요.

보수냐 진보야, 좌냐 우냐로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편 가르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명확하게 말씀드려 '진리'에 관심이 있습니다. 변하지 말아야 할 가치가 있고(보수), 변해야 하는 가치(진보)가 있는데 단어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저는 '진리'에 관한 것에는 목숨을 걸 수밖에 없습니다."

- 어떤 '진리'인지 말씀하시는 건가요?
"진리와 생명, 거룩함과 은총, 정의와 사랑 그리고 평화입니다. 보수 또는 진보가 좋은가를 논하기보다 지켜야 할 것에는 보수적이고 바꿔야 할 것에는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네. 그렇군요. 현 사회를 보면 잘못된 것이 너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데요, 이 때문에 변화를 위한 진보에 많은 사람이 목말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어느 시대나 변화의 목소리는 항상 있었던 같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변화해야 할 때는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어떤 시점에 어떤 사건으로 인해 그 변화 요구가 촉발되거나 분출되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 어느 시점과 사건 그리고 어떤 변화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먼저 1962년 제2차 바티칸공회 때입니다. 당시 교황님은 요한23세인데 쇄신을 선언하십니다. 주위 고위 성직자들은 저항을 했던 모양입니다. 이때 교황님은 발코니 쪽 창문을 여시면서 "2000년 된 공기, 이제 외부의 신선한 공기 좀 받아들이자"라고 했습니다.

사실 이 말은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었죠. 이때의 핵심가치는 해방, 경제, 성장이었습니다. 다음으로는 1984년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 교황 요한바오로 2세의 한국 방문이었습니다. 이때의 핵심가치는 민주, 정의, 평화였습니다.

이후 우리 사회는 정치적 민주화를 이룩하게 되죠. 그리고 1991년 서태지를 통한 젊은이 청소년의 등장이었습니다. "됐어 됐어~~~"라고 시작하는 노래 <교실이데아>, 기억 나시나요? 이때부터 젊은 층이 제 목소리를 내게 되었고 음악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할 수 있죠. 이때는 변화, 기쁨, 희망이 핵심가치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002년 한일 월드컵도 있습니다. 다들 국민 스스로 놀랐던 때였죠.

이때는 열정, 표현, 방법이 키워드였습니다. 그리고 올해 2014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났죠. 지금은 생명, 인권, 소통이 핵심가치일 것입니다."

이어 현 신부님은 선물이라며 세월호 노란 배지 한 봉지를 건네준다. 현재까지 3만여 개를 세월호 유가족이나 관련 분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 이건 무슨 배지입니까?
"제가 세월호 유가족과 관계하시는 분들에게 제공해 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약 3만 개쯤. 처음엔 유가족도 경계하셨는데 이제는 직접 전화해서 배지 더 필요하다고 요청하십니다."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2014년 현시점 사회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시겠습니까?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세 가지가 있다고 보는데요. 첫째가 '불신'으로 시작되는 갈등입니다. 유병언 죽었다고 정부가 발표해도 믿질 않죠. 두 번째는 상대주의적인 가치로 시작되는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절대적인 가치나 진리를 부정하고 모든 것을 상대적인 잣대로 저울질해요. 세 번째가 환상으로 시작되는 세속화입니다.

4대강을 하면 이렇게 좋아진다. 의료 민영화하면 이렇게 좋아진다고 단기적이고 표퓰리즘적인 환상을 만들어서 사실을 왜곡하지요. 하나 덧붙이자면 지도층이나 기득권층의 우월주의를 들 수 있습니다. 엘리트주의나 선민사상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데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폭격이 그 좋은 예일 것입니다."

- 해결책이 있을까요? 있다고 듣고 싶네요.
"있습니다. 의외로 간단합니다. 첫째, 공부하자. 둘째, 가난함을 실천하자."

-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부연 설명을 좀 부탁합니다.
"'공부하자'라는 말은 개인 각자가 의식으로 공부하는 것입니다. 역사공부가 우선 중요하겠지요. 제가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역사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는 모르기 때문일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공부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들 학교 다닐 때 현대사를 제대로 배우질 못했죠. 알게 되면 깨어납니다. 공부해서 이론적으로 무장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가난'해 져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종교적인 의미가 있는데, 간단히 말씀 드리면 '가난'하다는 것은 나누려는 마음입니다. 이 가난한 마음을 가지면 주위를 돌아보면 부족한 것에 대하여 채우려 하게 되며, 이는  봉사를 통한 실천으로 연결됩니다.

결국, 가난해져야 한다는 것은 실천을 전제하는 것이죠. 이론으로 무장하고 이를 실천하면 되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페이스북에 '좋아요' 보다 '공유하기'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 간단하지만 쉽지 않네요. 그럼 신부로서 이 사회에 대한 역할은 어떤 건가요?
"어떻게 살아야하는 것인데요. 세 가지입니다. 왕직, 사제직, 예언직입니다. 왕직은 봉사생활을, 사제직은 봉헌생활입니다. 시간도 정신도 봉헌하죠. 그리고 이 시대와 사회에 대한 예언자적인 역할입니다. 이 시대의 징표가 무엇인가? 이 시대가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이걸 고민하고 각 시대별 담론에 충실히 응답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진리에 위배하는 것에 까칠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 정치적으로 보이게 되는 것이죠. 분명히 말씀 드리는데 정치화는 아닙니다. 언어란 게 참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 결기가 보이십니다. 혹시 신부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계실 것 같습니까?
"(당황) 생각 안 해봤는데…. 음… 노숙자 (웃음) 정말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 많은 활동으로 바쁘실 텐데, 책은 어느 정보 보시나요?
"필요한 만큼 봅니다. 그리고 책 한 권 읽고 안다고 떠드는 사람 싫어해요. (웃음) 영화도 좋아해서 자주 보는 편입니다. 최근 영화 <군도>도 봤습니다."

- 저도 그 영화 봤는데, 감독이 만들면서 고민 많이 했겠다고 생각되더라고요. 너무 현실 비판적이 되지 않도록 수위 조절하고, 흥행성도 고려해야 하고, 시대상도 반영하고 스케일적으로도 소화도 해야 하고, 어떤 메시지도 전달해야 하고….
"그게 창작자들의 즐거운 고통 아니겠습니까? (웃음)"

- 혹시 극 중 '강동원'을 어떻게 보십니까?
"악으로 보이지만 저는 그렇게 보이질 않더라고요. 또 다른 피해자로 보이던데요."

- 최근 뉴스에서 오는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을 두고 일부 정치인과 정부에서 일조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어이가 없어요. 교황님은 여름휴가 포기하고 오시는데요. 아시아청년대회와 순교124인의 시복을 위해 오십니다. 하등 정치인이나 정부와는 관계가 없어요."

- 끝으로 한 말씀 부탁합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삶을 닮아가고 싶은 분이 있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으로 김대건 신부님 다음 시차적으로는 두 번째 신부님인데요. 과로사를 돌아가셨습니다. 정말 신부로서 완전연소하고 가신 분인데 저도 미사 봉헌하다가 죽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가 진행 중인 청소년 사목 한국 토착화 프로그램을 위해 후원 좀 부탁합니다. 종교를 떠나 한국의 올바른 청소년을 양성하는데 일조한다고 생각하시고 전화 한 통 부탁합니다."

전국 성당을 돌며 '이노주사-이대로 노래판에 주저앉고 싶은 사람들'과 공연하는 모습.
 전국 성당을 돌며 '이노주사-이대로 노래판에 주저앉고 싶은 사람들'과 공연하는 모습.
ⓒ 현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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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시작할 때 부엌에 있는 칠순의 노모에게 "마미, 손님에게 마실 것 좀 부탁해요"하는 다정한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매일 설레며 그리움과 간절함을 꿈꾸는 열정적인 신부님의 여정이 아름답다. 좀 더 많은 깨어있는 지도자와 시민이 절실한 때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현정수 신부 (천주교 수원교구)
2000년 사제서품을 받았고, 수원 카톨릭대학교에서 실천신학 석사, 경기대학교에서 청소년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경기대학교 청소년학 겸임교수이며, 교구 청소년사목 연구소 정책위원, 청소년사목 토착화 연구회 회장, 주교회의 청소년 사목 위원이다.



태그:#세월호, #교황방한, #청소년, #현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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