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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7일 오전 10시 41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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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 사건'은 자칫 단순 질식사로 덮일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이아무개 병장 등 가해자 6명은 지난 4월 6일 오후 의무반 후임 윤아무개 일병이 자신들에게 집단 구타 당해 의식을 잃고 의료원으로 후송되자 사건 은폐를 위해 입을 맞췄다.

헌병대 조사에서 이들은 모두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다가 호흡곤란을 일으켜 쓰러졌다, 화목한 분위기로 회식이 진행됐다"라고 허위진술했고, 의무반 장기입원자로 구타 현장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본 김아무개 일병에게는 "OO씨는 자고 있었던 거예요"라고 압박했다. 사건 발생 다음 날(4월 7일) 오전 증거인멸을 위해 윤 일병의 군용수첩 일부를 찢어 버리기도 했다. 가해자들이 윤 일병에게 외우라고 강요했던 선임병들의 계급·성명·군번 등이 적힌 부분이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윤 일병 사건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같은 은폐시도를 뒤집을 결정적인 제보자가 있었다.

이날 오후 가해자 중 한 명인 지아무개 상병이 우연히 흡연장에서 A상병을 만났다. A상병이 윤 일병 후송 이유를 묻자 지 상병은 "아, 나 육군교도소 갈 수도 있겠다"라면서 괴로운 마음을 털어놨다. A 상병이 "윤 일병이 냉동식품 먹다가 쓰러져 병원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하자 지 상병은 사실을 말했다.

"고백하고 용서 구하라" 설득하다 결국 제보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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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두 사람은 흡연장에서 다시 만났다. 지 상병이 "아까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둘만 알고 있자, 입을 맞춰서 헌병대에서도 거짓으로 진술했다, 단순 사고로 처리하겠다"라고 하자 A 상병은 "윤 일병이 깨어나거나 또는 잘못돼 부검이라도 해서 폭행 흔적이 나오면 어떻게 할 거냐, 사실대로 말하라"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지 상병은 "윤 일병이 이대로 안 깨어났으면 좋겠다, 그냥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 나 이거 사실대로 말하면 (가해자 핵심인) 이 병장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다, 나도 지금 불안해 죽겠다"라면서 거부했다. 재차 A 상병은 다시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라"라고 했으나 지 상병은 "모르겠다, 나만 입 닫고 있으면 잘 해결될 것 같다"라고 하면서 생활관(옛 내무반)으로 들어갔다.

이후 고민 속에 잠을 못 이루던 A 상병은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을 경우 차후 내 자식이 군에 갔다가 억울한 일을 당할 것 같다"라는 생각에 결국 이날 오후 10시 40분께 본부포대장 김아무개 대위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들은 내용을 제보했다. 그는 제보 이유를 묻는 포대장에게 "사람이 죽어 가는데…, 도저히 양심에 찔려서 입 닫고 있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 제보에 따라 포대장은 사고 발생 다음날인 4월 7일 오전 1시 30분께 가해병사들을 불렀으나 이들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전날 구타현장을 지켜봤던 장기입실자 김아무개 일병도 불렀다. 김 일병은 처음에는 "자고 있어서 잘 모르겠다"라고 했으나 제보 내용을 근거로 한 질문에 결국, 자신이 목격했던 내용을 이야기했다.

"제보 후회되지 않는다, 윤 일병과 부모님들 억울하지 않았으면"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윤 일병 집단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군 헌병대가 윤 일병 사망 5일 뒤인 지난 4월 11일 실시한 현장 검증 사진.
ⓒ 군 수사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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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의무부대원 11명이 한 달 넘게 구타당하는 장면을 지켜봤음에도 신고하지 않고, 연병장 응급처치 교육 현장에서 44명의 병사가 윤 일병이 확성기로 폭행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외면하고, 군 검찰은 제대로 기소하지 않고, 전모를 보고받은 국방장관이 사단장 징계도 하지 않는 아수라장속에서 그래도 '의인'이 있었던 것이다.

A 상병은 헌병대에서 '이번 제보로 보복이 두렵거나 후회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후회되지 않는다, 윤 일병과 부모님들이 억울함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후 군 수사과정에서 가해자들도 제보자 A상병에 대해서 알게 된 상태다.

이런 결정적인 직·간접 증언들이 있었음에도, 그 뒤 군의 대응은 또 늦었다. 바로 가해자들을 체포하지 않고 당일 오전 9시가 넘어 헌병대 조사에 넘긴 것이다. 이들은 헌병대 조사 직전까지도 증거인멸을 위해 윤 일병의 군용수첩을 찢었다.

이들에 대한 체포가 늦어지면서 2차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계속 은폐하자는 이 병장과 불안해 하는 다른 병사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고, 이런 상황에서 자살이나 탈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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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기자.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자세히 보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A political reporter. I'm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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