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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를 당한 후 사망한 28사단 윤 일병이 선임병 등으로부터 상상을 초월한 잔인한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하고 있던 윤 일병에게 가해진 폭력이 소속 부대에 국한한 것인지 아니면 군 전체의 병리현상의 일부인가?

군 당국의 수사 결과 윤 일병에 대한 지속적인 가혹행위가 있었고 집단폭행으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났다. 숨진 윤 일병에 대한 선임병들의 폭행은 가혹행위를 넘어 고문에 가까웠다. 바닥에 뱉은 침을 핥게 하는가 하면 잠을 재우지 않았고, 포도당 수액을 맞혀가며 폭행을 가했다. 이런 행위는 너무 악마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군과 같은 폐쇄적인 조직에서 음성적으로 특정인을 낙인찍어 집단 폭력을 가하는 것은 초등학교에서 흔한 왕따 또는 따돌림 현상과 유사한 측면이 강하다. 군과 학교 사회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집단 가학 행위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앓고 있는 깊은 병의 하나다. 이는 너 죽고 날 사자 식의 막가파적 경쟁 사회의 부정적 측면이다.

세월호 참사를 소수의 비극만으로 규정지으려는 집권층의 시도 또한 집단적 가학 행위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적폐 해소와 국가 개조 약속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이 참사를 교통사고로 규정짓고 그 가족들을 노숙자로 폄훼하기도 했다. 사회 통념상 과도한 배상 등을 요구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은 유사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한 진상 규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단식 투쟁까지 벌이고 있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관련 제도의 미비와 공무원과 사기업간의 유착, 부패의 구조 속에서 발생한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등을 적대시 하는 입장으로 돌변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의해 발족할 특위에 수사권,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국내 대다수 변호사, 법대 교수들이 정당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법체계를 흔드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0여일이 지났지만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경제 살리기를 할 때라고 한 목소리로 외친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서 벗어나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시다. 이런 태도는 대통령이 말한 적폐의 해소는 수구세력의 응집력을 약화시킨다는 두려움이 작용한 결과인가, 아니면 당분간 선거도 없으니 시간 끌기로 가면 사회적 망각 속에 묻힐 계산의 결과인지 분명치 않다.

다시 참혹하게 생을 마감한 28사단 윤 일병의 경우를 살펴보자. 국방부는 파문이 커지자 국민들에게 사과했고 육군은 구타와 가혹행위를 금지하는 공식 명령을 35년 만에 전 부대에 보냈다. 하지만 사안이 심각한 데도, 연대장 이하 지휘라인만 징계했을 뿐 최종 감독 책임이 있는 사단장은 징계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당연히 윗선 봐주기 논란과 함께 부대 내 폭력행위 근절에 대한 군 당국의 의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군 당국이나 정부가 신성한 국방의무를 모든 장병이 기쁜 마음으로 솔선수범해서 수행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도 꼬리 자르기 식으로 매듭짓는 지극히 불성실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태도는 유사한 사건마다 되풀이 되고 있어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최근 전방부대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큰 충격을 준데 이어 엽기소설에나 나올 법한 군 폭행사망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군과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마찬가지다. 이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한 것은 참사에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 정부와 사기업 등의 부적절한 면을 들춰내서 고쳐야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면서 규제철폐를 외치기 전에 그 긍정, 부정적인 측면을 정밀 조사해야 진정한 국민의 행복을 위한 정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진상 규명과는 거리가 먼 태도를 보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몰고 온 관련 제도 미비점을 수정 보완키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지만 재보선에서 압승한 뒤로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 나아가 세월호 가족들을 모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경쟁적으로 뱉어내면서 다수 국민이 그들을 왕따 시키도록 힘을 쏟고 있다.

정상적인 정치 집단으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대국민 폭력이다. 지금과 같은 새누리당 태도는 결국 더 심각한 참극의 발생을 불러 오는 비참한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을 자초할 것으로 우려된다. 군과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되어 있는 소수자 낙인찍기와 가해 행위는 이제 근절되어야 한다. 이 사회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 심각성을 아직도 인식치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미디어라이솔에 실렸습니다.



태그:#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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