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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 사는 최관순(40, 직장인)씨 가족 5명은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단식농성장 앞으로 휴가를 왔다. 지난 7월 26일 세월호 유가족들은 시민들에게 '광화문 국민 휴가'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행동하는 방'에서 엽서를 쓰는 아이들
 '행동하는 방'에서 엽서를 쓰는 아이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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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을 통해 이를 접한 최관순씨 가족은 휴가 첫날 기차에서 내려 제일 먼저 광화문 광장 앞 농성장으로 향했다. 원래 서울 여행 계획대로라면, 이틀째에 광화문 농성장을 가는 것이었지만, 7·30 재보궐 선거 결과를 보고 이곳에 제일 먼저 오기로 했단다.

최관순씨는 "1박 2일 행진에, 단식에, 선거 결과까지 여러 모로 지쳐있을 유족들을 생각하니 이곳(광화문 광장)에 먼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최씨가 농성장을 찾은 또 다른 이유는 초등학생인 두 딸과 아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유가족 단식농성장을 둘러보던 두 딸은 '행동하는 방'이라고 적힌 천막 안으로 들어가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언니 오빠에게 엽서를 썼다.

"언니 오빠 미안해요."

최관순씨는 "부모로서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이 더운 날씨에 유족들이 19일째 단식을 하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고 개탄했다. 그는 또 "유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하루빨리 추진되기 위해선 국민과 언론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연인도 한 마음으로 "특별법 제정해야"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을 그리다'에 참여한 사람들
 광화문 광장에서 '광화문을 그리다'에 참여한 사람들
ⓒ 송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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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이인 김아무개(40, 직장인)씨와 정아무개(35, 직장인)씨도 휴가 첫날을 광화문 광장 앞에서 보냈다. 두 사람은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진행하는 '광화문을 그리다' 행사에도 참여했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당시 해외출장 중이어서 참사가 일어나고 일주일 뒤에야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집회 등 국가적으로 큰 행사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매번 해외출장이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면서 "얼마 전 페이스북을 통해 광화문 농성장에서 휴가를 보내는 행사를 알게 돼 이때다 싶어 휴가를 내고 왔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인 정씨도 남자친구를 따라 이날(1일)부터 일주일 동안 일부러 휴가를 냈다. 그는 "제가 이렇게 하루라도 유가족들과 같이 휴가를 보낸다고 해서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래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함께 지내면 조금은 힘을 보탤 수 있을 것 같아서 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못하고 장기화 되는 것을 우려했다. 정씨는 "여당이 세월호 참사 유족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유명무실한 법을 만들지 말아야 할 텐데, (특별법 제정이) 제대로 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독립된 특별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잠깐 들른 시민부터 일일 단식 동참자까지... 유족들 "고맙습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휴가를 맞이해 유가족 단식농성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줄을 이었다. 잠시 농성장을 들러 유가족에게 응원의 말을 건네고 가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오전부터 일일 단식을 하러 온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대전에서 당일치기로 서울에 온 최영연(40, 직장인)씨에겐 이날이 휴가 마지막 날이었다. 최씨는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광화문 농성장에 있는 유족들과 함께 일일 단식을 했다. 그는 "농성장이 밝고 활기차서 의아했다"며 "매번 지방에서 기사로만 봐서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은 하루만이라도 이곳에 와서 단식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장승희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어제, 오늘 약 10명의 사람이 광화문에서 유가족들과 휴가 보내는 것에 대해 문의를 해 왔다"며 "내일(2일)은 민권연대(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에서 약 20명이 1박 2일로 이곳(광화문광장)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성장에 있던 단원고 2학년 5반 세월호 유족들은 찾아주는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고 이호진 학생의 어머니 김미옥씨는 "정말 고맙다"면서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텐데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주니 저는 휴가를 못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참사, #광화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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