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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부분은 피해자가 쓰러져 있었는데 가해자들이 보니 다리에 멍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다리) 멍든 부분에 안티프라민을 발라주면서 피해자에게 성기 부분에는 '본인이 직접 발라라' 이렇게 얘기를 했다. 그래서 추행 의도가 불분명한 것으로 판단이 되었고, 향후 필요하다면 강제추행이나 가혹행위로 추가 기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 (1일 오전 육군 공보과장 최용한 대령)

지난 4월 7일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들의 집단구타로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하루 만에 숨진 윤아무개 일병 사망 사건과 관련해 육군이 가해자들의 성추행 의도가 불분명하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1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최용한 육군 공보과장은 "(피해자의 다리) 멍든 부분에 안티프라민을 발라주면서 피해자에게 '성기 부분에는 본인이 발라라'고 얘기했다"면서 "(때문에) 성추행 의도가 불분명한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치료 목적 아닌 가혹행위 목적 드러나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28사단 집단구타 사망사건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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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가해자들이 피해자의 성기에 스스로 안티푸라민을 바른 행위가 마치 상처 치료를 위한 목적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지만, <오마이뉴스>가 1일 입수한 가해자 이아무개 병장의 헌병대 진술조서 따르면 육군의 해명과는 다르다.

가혹행위 경위를 상세히 진술하라는 수사관의 질문에 이 병장은 "저와 병장 하OO, 상병 이OO, 지OO이 폭행하여 멍이 든 피해자 얼굴 및 허벅지에 멍을 지우기 위하여 안티프라만을 바르게 하였으며 피해자가 평소 똑바로 하지 않고 저를 무시하고 반항하는 것 같아서 피해자에게 성기에 안티프라민(액체)을 바르게 하였으며…"라고 답변했다.

치료 목적으로 스스로 안티푸라민을 바르게 한 것이 아니라 가혹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음이 가해자의 답변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사단장과 군단장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모두 성추행 사실에 대해서는 '금시초문이었다'고 답변했다"면서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성추행 사실을 상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가해자들에 대한 성추행 혐의 추가 적용이 논란이 되자 이날 오후 육군 관계자는 "성추행 혐의 부분에 대해서 군검찰에서는 가혹행위를 한 부분으로 파악했는데, 추가적으로 법률검토를 해서 가능하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해자들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에 대해선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고 급소를 가격하지 않아 살인 고의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서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면서 "살인죄로 공소장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군 수사기관, 가혹행위 병사 4명·묵인한 하사 등 구속기소

한편, 군 수사기관은 윤 일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 약 1개월 간 상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아무개(25) 병장 등 병사 4명과 가혹행위 등을 묵인한 유아무개(23) 하사 등 5명을 상해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군은 또한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연대장과 대대장 등 해당 부대 간부 16명을 징계했다.

윤 일병이 목숨을 잃었던 28사단 예하 포병연대 포병대대 의무지원반은 평소 간부들의 관리·감독이 부실한 사각지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관계자는 "포병대대 의무반은 본부중대 통제를 받아야 하는데 이 의무반은 다른 중대에 소속돼 있었다"면서 "대대장이 관리 책임을 명확하게 부여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했다"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선임병들이 윤 일병에게 상습적 가혹행위를 한 이유에 대해서 "말과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폭행을 했다"며 "나이가 가장 많은 병장이 주도해서 심하게 폭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태그:#28사단 집단구타, #군대 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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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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