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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함께 작물이 자라고 있는 텃밭, 평화롭고 안전한 생태계는 풀에서 시작된다.
 풀과 함께 작물이 자라고 있는 텃밭, 평화롭고 안전한 생태계는 풀에서 시작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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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어떻게 할거요. 농약 안치고 농사가 제대로 되겠어."
"네, 결과로 보여드릴께요."

해마다 농사철이면 듣는 말이며 나의 대답은 농사가 된다는 말이다.

안전한 생태계는 풀에서부터 시작

풀이 있으면 농사가 안 된다는 것은 풀이 작물의 양분을 뺏어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것은 맞는 것 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설령, 풀이 작물의 양분을 가져간다고 하더라도 심각하게 작물의 성장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흙속에서는 동물의 사체나 식물체의 유기물 분해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으며,  유기물이 분해된 것을 식물은 양분으로 사용하여 성장한다.

유기물을 분해하는 것은 미생물이다. 농사에 좋은 흙이라는 것은 다양한 미생물이 활동하고 있는 흙을 말한다. 흙속의 미생물은 식물과 공생관계를 갖고 있으며 식물이 필요로 하는 유기물을 분해하여 양분으로 공급해주기도 하고 그 자신도 죽어서 양분이 되기도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작물에 피해를 주는 병충해를 막아준다는 것이다. 식물과 공생하는 미생물이 흙속에 많이 있게 하는 방법은 풀을 키우는 것이다. 풀의 종류가 다양하고 많을수록 미생물도 그만큼 늘어난다.

풀과 함께 자라는 작물도 공생과 경쟁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풀을 키우는 것은 미생물을 증식하는 것이고, 미생물은 작물에게 피해를 주는 병충해를 막아주기에 풀과 공생하는 것이다.

경쟁은 흙 속의 양분이 아닌 저 먼 우주로부터 비춰주는 햇볕을 두고 다툼을 벌인다. 흙속에 아무리 많은 양분이 있더라도 햇볕을 통한 광합성으로 만들어지는 양분이 부족하면 식물은 건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풀과 함께 고추가 익어가는 텃밭, 풀은 흙을 보호하고 작물을 보호한다.
 풀과 함께 고추가 익어가는 텃밭, 풀은 흙을 보호하고 작물을 보호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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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필요에 의해 육종(育種·품종개량)되고 온실에서 키워진 작물은 오랜세월 흙에서 살아온 자연의 풀을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풀이 작물보다 크게 자라는 것은 광합성능력이 월등하기 때문이지 흙속의 양분이 아니다. 햇볕을 풀이 먼저 차지하게 되면 작물은 성장하지 못한다. 반대로 작물이 풀보다 커서 햇볕을 차지하게 되면 그늘을 만들어서 풀을 이겨낸다. 풀이 작물보다 커지려고 할 때  한두번만 잘라주면 이후 부터는 작물이 스스로 풀을 이겨낸다.

중요한것은 풀을 뿌리째 뽑는것이 아니라 밑둥만 잘라내서 뿌리를 살아있게 해주는것이다. 흙속의 미생물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잘라낸 풀은 그자리의 흙 위에 그대로 놓아준다. 겉흙이 햇볕에 노출되지 않도록 풀과 같은 식물체로 덮어주면 가뭄에도 수분을 유지하는 보습효과도 있고, 풀은 썩어서 작물의 양분이 된다. 풀을 키우고 뿌리를 뽑지 않아야 하는 이유도 가뭄에 흙의 보습을 유지하고 비바람에 양분이 많은 겉흙이 사라지는 침식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자연농사 가능하다

학교급식과 관련해서 농약은 과학이라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전쟁에서 살상무기로 쓰였던 독가스를 농약으로 바꾼 기술을 과학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농약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죽이는 독(毒)약이다.

풀을 죽이는 제초제와 곤충을 죽이는 살충제의 사용은 흙속의 유용한 미생물과 풀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를 다 죽인다. 풀 한포기 없이 맨 흙이 드러난 흙에서 홀로 자라는 작물은 병충해에 맞서 싸울수 있는 저항력을 잃어서 순식간에 쓰러진다. 농약사용을 멈추지 않으면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순환만 되풀이 할 뿐이다.

풀이 있는 텃밭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모여들며 그들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한다.
 풀이 있는 텃밭에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모여들며 그들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한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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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술센터의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수농산물 인증제도(GAP)의 농민교육용 자료에는 농약과 GMO를 허용한다고 되어 있다.
 농업기술센터의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수농산물 인증제도(GAP)의 농민교육용 자료에는 농약과 GMO를 허용한다고 되어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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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업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와는 반대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우수농산물인증제도 GAP(Good Agricultural Practices)은 농산물에 농약사용을 권장한다.

농약을 사용한 농산물을 우수농산물이라고 인증을 해주는 어처구니가 없는 무지한 정책만 보더라도 농업을 생명이 아닌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생산자인 농민과 소비자인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농약을 권장하는것은 농약을 만드는 기업의 이윤을 챙겨주는것으로 밖에는 이해가 안된다.

2008년 국감자료를 보면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농약 사용량 1위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농약 중독으로 1일 평균 9명 이상 사망하며,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1만7084명이 농약 중독으로 사망.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록 의원 국정감사 자료-

텃밭의 고추들이 풀과 함께 자라고 있다. 해충이라고 불리는 곤충과 거미를 비롯한 많은 생명체들이 풀숲에서 쉬고 있지만, 해충이라고 잡아내지는 않는다. 그냥 놔둬도 그들 스스로 개체수를 조절하여 작물에 큰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고추는 농약 안 치면 건질 것이 없다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풀과 함께 고추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다. 평화롭고 안전한 생태계는 풀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운영위원이며 농부입니다.



태그:#GAP, #농약, #텃밭, #유기물, #병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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