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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출근 준비로 부산을 떠는 동안 아내는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생활 습관이 많이 바뀌고 시리얼과 토스트, 김밥 등이 아침 식탁을 점령하며 아침을 밥으로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줄었다고 하지만 아내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나 똑같다.

아침밥을 준비하며 한숨 쉬는 아내를 위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우유에 토스트를 먹어보기도 했지만 이미 밥과 국, 김치에 길들여진 나에게 토스트나 우유 한 컵은 아침 허기를 달래는 것보다 장의 압박만 더욱 가중시킬 뿐 식습관의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

이런 내가 미웠을까? 아내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요일별로 밥과 시리얼, 모닝빵으로 식단을 구분해서 아침을 준비한다. 매일 아침 두 번이나 아침을 준비해야 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의 아침 식단에 대해서는 크게 관여를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토스트에 우유를 먹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하고 밥을 챙기지 않는 아내가 얄밉기도 했지만 예상하지 못한 막내의 투정으로 인해 진땀 흘리는 아내를 보며 토스트 하나에도 아내의 손길이 많이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날도 평소처럼 나는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때마침 일찍 일어난 큰 아이는 엄마가 정성스럽게 구워 놓은 토스트를 먹으며 텔레비전을 시청했고 빵 굽는 냄새에 눈을 뜬 막내도 소리 없이 밥 상 앞에 앉았다.

그런데 토스트를 받아든 막내가 슬그머니 토스트를 놓으며 말을 꺼낸다. "엄마! 왜 치즈가 없어요?"
 그런데 토스트를 받아든 막내가 슬그머니 토스트를 놓으며 말을 꺼낸다. "엄마! 왜 치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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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누나와 똑같이 막내에게도 토스트와 우유 한 컵을 건네며 아침을 권했다. 그런데 토스트를 받아든 막내가 슬그머니 토스트를 놓으며 말을 꺼낸다.

"엄마! 왜 치즈가 없어요?"
'어 미안, 오늘은 치즈가 없는데 그냥 먹으면 안 될까?"
"그럼~ 치즈 사오시면 되잖아요."
"지금은 돈도 없고 마트도 문을 열지 않았는데 어떻게 치즈를 사지?"

치즈를 찾는 막내 아이에게 아내는 돈이 없다는 핑계와 함께 아침이라 마트가 문을 열지 않아 치즈를 살 수 없다고 설명을 했다. 그러나 치즈가 먹고 싶었던 막내는 집요하게 아내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면요 은행가서 돈 뽑아 치즈사고 또 돈 떨어지면 가서 또 뽑고 하면 되잖아요."
"..."
"아빠랑 엄마랑 은행가면 돈 많이 뽑을 수 있잖아요. 네?"

은행가서 돈 뽑아 치즈 사달라는 막내의 말에 아내와 나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실 아내가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댈 때 나는 막내 아이가 한푼 두푼 동전을 모아놓은 뽀로로 저금통을 들고 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내가 어리석었던 것일까?

막내는 아빠랑 엄마랑 은행에 가면 돈을 많이 뽑을 수 있고 그 돈으로 치즈를 많이 사면 되지 않느냐며 아내와 나를 조르기 시작했다. 이에 보다 못한 아내가 막내에게 한 마디 했다.

"식빵에 쨈 발라먹는 것도 고맙게 생각해야지 이 녀석아!"
"아빠는 매일 백반에 식사하시는데 어디서 치즈 타령이야!"


태그:#치즈타령, #아침식사, #백반, #치즈,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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