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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동자꽃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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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가문장마를 실감한 것은 대관령 깊은 산 속의 청정계곡이었다.
계곡물은 흐르고 있었지만, 유속이 느려진 계곡 바위에는 이끼들이 끼어있었으며, 강원도 계곡 특유의 청정함이 퇴색되어 있었다.

특정한 곳만 그런 것이 아니라 계곡 윗쪽으로 오염원이 없음에도 대관령을 감싸고 도는 계곡들마다 바위엔 유속이 느려서 생기는 이끼가 먼지처럼 덮여있었다.

조금은 실망이다.
계곡물에 얼굴을 박고 벌컥벌컥 물을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은 그냥 상상으로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씀바귀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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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탓에 청정계곡이 무색한 강원도의 계곡들에 실망하고 있을 때 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저 가뭄에도 꽃들을 피어내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다.

그래, 그 어떤 세상이라도 늘 새로운 것들이 희망을 품고 피어나기 마련이지 싶다.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인듯 하여도, 불의를 행하는 자들이 기득권을 잡은 것 같을지라도,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 현실이 아닐지라도, 이뤄지지 않을지라도 버릴 수 없어 희망이고 정의인 것이 있기 마련이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큰까치수영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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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바늘꽃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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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은꿩의다리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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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나 볼 것이라 생각했던 꽃들이 아직도 남아있다.

큰까치수영은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피어나는 꽃인데, 평지에서는 이미 지난 달 거반 꽃이 다 진것 같은데, 이곳엔 아직도 한창이다.

대관령의 큰 일교차 때문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여름꽃만 피어난 것이 아니라 봄꽃도 남아있고, 가을꽃이라 할 수 있는 꽃들도 피어났다. 대표적인 가을꽃인 참취와 며느리밥풀꽃이 그것이다.

며느리배꼽이나 며느리밥풀꽃이 피어나면 가을인데, 절기상으로 입추가 멀지 않으니 그들이 빠른 것이 아니라, 무더운 날씨에 계절감각이 무뎌진 것이다.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참취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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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여로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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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이질풀꽃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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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흰물봉선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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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며느리밥풀꽃 대관령 삼양목장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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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피어나던 꽃들이 잠시 쉬는 계절이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앞다퉈 피어나던 꽃들의 행렬이 잠시 뜸한 계절, 그 계절이 여름인 것이다. 그리고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나면 그 끝자락을 잡고 꽃들이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른바 가을꽃들이다.

가을꽃은 인내, 기다림의 꽃이다.
저 봄부터 싹을 냈으되 오랫동안 인내하고 기다리다 가을에 꽃을 낸다. 게다가 겨울로 접어드는 시간엔 아침저녁으로 급격한 기온차를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가을꽃 중에서는 고난을 상징하는 보랏빛 꽃이 많다.

피어나지 않을 듯, 그러나 어디에 숨었다가는 이내 피어나는 꽃처럼, 희망이 실종된 것 같은, 정의가 실종된 것 같은 이 시대에 희망과 정의의 꽃이 활짝 피어났으면 좋겠다.



태그:#동자꽃, #삼양목장, #며느리밥풀꽃, #참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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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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