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연기하는 구원영과 조정석.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연기하는 구원영과 조정석. ⓒ 쇼노트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에서 배우 구원영이 연기하는 존스턴 부인은 아들과 생이별하는 아픔을 겪는 비련한 어머니다. 쌍둥이를 낳았는데 둘 다 키울 능력이 되지 않아서 아들 가운데 한 명은 다른 곳으로 입양을 보내야 나머지 아들 한 명을 겨우 키울 수 있게 된다. 구원영은 아들과 생이별을 해야 하는 장면이 가장 마음이 아파서 무대 뒤에서 흐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한데 구원영이 최근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랭킹 1위를 달리는 일이 일어났다.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송창의와 조정석이 함께 공연하는 구원영에 대해 언급하는 바람에 프로그램을 보던 시청자들이 그의 이름을 검색해서 일어난 일이다. 방송에서 조정석은 구원영에 대해 "누나일 뿐"이라고 했는데, 구원영은 조정석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을까.

"공연 한 달 넘었는데도...입양 보낼 때 눈물이 나"

- 존스턴 부인은 쌍둥이를 낳지만 양육할 능력이 되지 않아서 아들 중 하나인 에디를 부잣집으로 입양 보낸다.
"존스턴 부인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아이를 입양 보내기 전까지는 아이를 입양 받는 라이언즈 부인과 존스턴 부인이 좋은 친구로 남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존스턴 부인은 순수하고, 라이언즈 부인은 기품 있는 여자다. 낳은 엄마 입장에서는 차마 아이를 보내고 싶지는 않지만 세련된 라이언즈 부인을 보고는 '이런 여자라면 내 아이를 보내도 잘 키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믿고 아이를 보낸다."

- 연출가는 배우들에게 자기 연민에 빠지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존스턴 부인은 자기 연민에 빠지기 가장 좋은 캐릭터다.
"연출가는 공연 직전까지 자기 연민과 싸우게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요즘은 막장드라마가 많아서 아이와 엄마가 생이별하는 정서에 무감각하기 쉽다. 하지만 존스턴 부인이 겪는 상황은 머리로만 이해하기에는 비극의 강도가 크다.

공연한 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공연 중에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배우가 울어서 슬프게 보이기보다는 슬픔을 이기는 상황을 연기할 때 관객은 생각할 여지가 열린다. 하지만 바람과는 반대로 우는 때가 울지 않는 때보다 많다.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제어하기가 어렵다.

2막의 끝에 존스턴 부인이 인생에서 감당하기 너무나 어려운 상황을 맞는다. '이게 아닐 거야' 하고 부정하고 분노하기 쉽지 슬픔이 느껴질 여지가 없다. 막상 울음을 참기 힘든 장면은 쌍둥이 중 하나를 라이언즈 부인에게 입양 보낼 때다. '쌍둥이 하나는 하늘나라 갔어' 라고 거짓말을 해야 할 때에는 미칠 것처럼 괴롭다. 무대 뒤에서 많이 운다."

"조정석과는 정말 잘 맞지만, 서로가 이상형 아냐"

블러드 브라더스 에서 존스턴 부인을 연기하는 구원영

▲ 블러드 브라더스 에서 존스턴 부인을 연기하는 구원영 ⓒ 쇼노트


- 성악을 공부하다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클래식을 좋아해서 어릴 적에 성악을 공부했다. 중 2 때 레슨비로만 300만 원을 지불했다. 당시 물가로는 대학생 등록금보다 비싼 비용이었다. 언니는 대학생이라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중 2짜리가 레슨비로만 300만 원이 나가니 회사원 아버지의 월급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성악을 그만두고 친구와 <지하철 1호선>을 보았다. 공연을 보고 나서 연기에 대한 꿈을 꾸고 연극영화과 진학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 연영과 출신인데 방송이나 영화는 쳐다보지 않고 뮤지컬에만 올인했다.
"뮤지컬이 좋아서 대학에 들어간 게 아니라 연기에 대한 꿈으로 대학교에 들어갔다. 영화에 진출한 선배들이 많아서 다른 학교보다 영화에 진출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대학생 때 상업영화를 두 편 찍었는데 저와는 맞지 않았다.

어릴적부터 사람을 좋아하는 사교적인 성격이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제가 사는 아파트의 모든 집에 인사를 할 정도였다. 뮤지컬은 배우와 스태프가 아침에 만나서 밤까지 함께 작업하는 시스템이었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가족보다 자주 만난다. 그런 인간적인 시스템이 적성에 잘 맞았다."

- <아가씨와 건달들> 때보다 살이 더 빠졌다.
"제가 이십대까지만 해도 뮤지컬 여배우는 글래머 몸매가 대세였다. 서른 전까지는 말랐다는 사실이 큰 콤플렉스였다. 서른이 넘어가면서부터는 '뮤지컬 배우 중에 마른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살이 찌는 걸 포기했다.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아들레이드를 연기할 때에는 보통 뮤지컬보다 노출이 심한 쇼걸 복장을 입어야 한다. 너무 마르면 안 되겠다 싶어서 먹고 또 먹어서 살을 만들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블러드 브라더스> 하면서 몸매에 신경을 안 쓰니까 살이 다시 빠졌다."

-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송창의씨가 조정석씨에게 "(구원영 누나와) 둘이 잘 만났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제가 언제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해보겠는가. 조정석과 무인도에 단 둘이만 갖다 놓아도 (연애가) 잘 될 일이 없다. 남자친구의 개념이 아니라, 남녀 사이에도 우정의 개념에서 친구가 될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조정석이다.

작품을 보는 연기관이나 생각이 다르면 대화하기가 힘들다. 그런데 정석이와는 작품을 보는 눈이 잘 맞는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렇게 해석하고 저런 식으로 캐릭터에 다가가는 게 제가 생각한 거랑 똑같다. 공동체 생활을 함에 있어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도와야 하는가 하는 사회관도 똑같다. 생각은 같은데 조정석의 이상형이 제가 아니다. 저 역시 남자에 대한 이상형이 조정석이 아니다. 이성으로 친한 게 아니라 우정으로 친해서 이성으로 발전할 일이 없다."

구원영 블러드 브라더스 황금어장 조정석 송창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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