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7월 27일에서 8월 3일까지 경기도 광명 시민 체육관에서는 2014년 한국 아이덱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IDEC(아래 아이덱)'은 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ence의 약자로 세계민주교육한마당입니다. 지난 1993년 시작되어 20년 동안 이스라엘, 영국, 독일, 미국, 캐나다, 일본, 인도 등 다양한 나라에서 IDEC이 열렸고, 전 세계 30여 개 나라의 100여 개의 단체에서 온 8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안교육 국제행사입니다.

아이덱에서는 매번 제 3세계 참가자들을 위한 후원 기금을 모금하고 의미있는 학교를 초청합니다.

이번 한국 아이덱에도 필리핀, 네팔,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의 중요한 대안교육 현장들이 초대되었습니다. 그중에 눈길을 끄는 곳 중 하나가 아프리카 콩고의 대안학교인 '착한 마음 학교'의 학생과 교사가 초대되었습니다.

착한 마음 학교는 전 세계 에스페란토 운동가들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르완다와 콩고의 국경 지대인 고마에 있는 착한 마음 학교는 600만 명이 희생되고, 13년간 계속된 콩고 내전을 거치면서 생겨난 전쟁고아 청소년을 지원하는 학교입니다.

착한 마음 학교를 초대하는 과정에는 대안교육연대의 여러 회원 학교와 함께 한국에서 그동안 착한 마음 학교를 지원하고 있던 에스페란토 평화연대 회원들의 오랜 노력의 결실입니다.

저는 선애학교 교장이고 에스페란토 평화연대에 참여하는 회원입니다. 에스페란토 운동은 평화의 언어인 국제어 에스페란토로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영어 중심으로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사회를 넘어 모든 사람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하길 원하는 언어 평화 운동입니다.

지난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아이덱에 참여하면서 16살 콩고 소녀 카리네와 나눈 경험입니다.

경기도 광명시민체육관과 하안북초등학교에서 진행되는 세계대안교육대회에서 한국의 문화 방에서 부채를 만들고. 부채에 태양, 나무, 나비를 담았다.
▲ 아프리카 콩고 소녀 카리네 경기도 광명시민체육관과 하안북초등학교에서 진행되는 세계대안교육대회에서 한국의 문화 방에서 부채를 만들고. 부채에 태양, 나무, 나비를 담았다.
ⓒ 김재형

관련사진보기


아프리카 콩고 소녀 카리네는 에스페란토 언어를 가지고 한국의 대안교육세계대회(IDEC)에 참가했다.

그녀가 사는 곳은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국경지대 코마다. 오랜 내전으로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한 '착한 마음 학교 (Solidareco Bona Volo)'. 16살 소녀 카렌은 그곳에서 왔다.

국가와 민족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세계어인 에스페란토. 에스페란토가 열린 언어이지만,사용할 기회가 많지 않기에 이 언어를 말로 한다는 건 쉽지 않다. 에스페란토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교사의 열정도 있었겠지만, 무엇보다 열린 세계를 향해 소녀의 가슴에 날개가 돋아나야 가능하다.

영어를 못하는 소녀가 한국 광명에서 열리는 세계대안교육대회 (IDEC. International Democratic Education Conferance)에 에스페란토를 가지고 왔다. 아프리카 콩고에서 아시아의 동쪽 끝 한국까지.

영어로 소통하는 세계에서 외로운 소녀. 소녀에게 "살루톤(soluton,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 한마디는 비밀의 언어, 암호처럼, 소녀의 외로운 얼굴에서 환한 미소를 얻어낸다.

우리는 이틀 동안 같이 밥 먹고, 산책하고, 공연을 보고, 친구를 만났다.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아름답고 낭만적인 시간이었다.

피아노 공연 도중 윤효간 선생님이 카리네를 무대로 초대했다. 2014 세계대안교육대회. 아이덱.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 피아니스트 윤효간 음악회에서 초대 손님으로 피아노 공연 도중 윤효간 선생님이 카리네를 무대로 초대했다. 2014 세계대안교육대회. 아이덱. 최고의 신데렐라로 떠오르는 순간이다.
ⓒ 김재형

관련사진보기


윤효간 선생과 함께 한 피아노 공연 시간. 소녀는 전자기기의 강렬한 소리에 겁에 질렸다. 그런 정도 큰 소리는 소녀에게는 전쟁을 상징했다. 소녀의 몸 어디에서도 전쟁을 느낄 수 없었다. 함께 있으며 전쟁 속에서 자란 소녀가 어떻게 이렇게 맑고 밝고 아름다울까? 계속 의문을 가졌는데. 이 순간 전쟁의 몸을 느낄 수 있었다. 숨어있던 전쟁의 몸이 움틀 거린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영상과 이야기 속에서 소녀는 놀란 가슴에 이어 자신에게는 없는 엄마를 느껴야 했다. 모두에게 즐겁고 감동적인 음악들이 소녀에게는 전쟁 속에서 죽어간 엄마의 슬픈 기억이었다. 윤효간 선생이 공연 중간에 자신의 CD와 책을 선물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가장 멀리서 온 분 나와 주세요."

카렌 말고 누가 있을까? 그녀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이틀 동안 비행기를 탔다.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했다. 카렌이 신데렐라처럼 2014년 한국 아이덱 최고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다음날 열린 콩고의 대안교육과 착한 마음 학교 소개 시간은 교실이 작아 사람이 다 들어갈 수 없을 정도. 소녀는 한국에서 누리는 게 너무 많았다. 밥을 먹기도 힘든 삶을 살아왔기에 밥도 조금씩 먹었고, 늘 소유하지 않고 살아왔기에 조금만 남는다 싶으면 언제든 나누어 주었다. 소유라는 개념이 없었다. 만들기 시간에 만든 부채도 친구에게 기꺼이 선물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정현수 선생님이 카리네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프랑스어 그림책을 여기저기서 여러권 구해왔다. 카리네는 이 책을 받고 정말 기뻐했다.
▲ 책을 받고 기뻐하는 카리네 출판사에서 일하는 정현수 선생님이 카리네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는 프랑스어 그림책을 여기저기서 여러권 구해왔다. 카리네는 이 책을 받고 정말 기뻐했다.
ⓒ 김재형

관련사진보기


딱 하나 소녀가 욕심을 낸,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던 하나. 그건 '프랑스어 책'이었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데, 한 번도 내 책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카렌, 이 책은 카렌에게 주는 선물이고, 책이 무거우니까 출국할 때 가져가게 해줄게. 한권만 보고 맡겨둘래."
"아뇨. 무겁지 않아요. 이렇게 행복한 적 없어요."

카렌을 보며 한국 소녀와 아프리카 소녀, 누가 전쟁을 겪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정서와 정신의 세계에서 전쟁은 한국에서 일어났을 지도 모릅니다. 대안학교는 그 전쟁에서 상처 입은 소녀들을 치유하는 공간인지도 모릅니다. 아프리카에 전쟁 고아를 위한 학교가 필요하듯이, 한국에는 입시 전쟁 피해자를 위한 배움터가 필요합니다.

알폰소 선생님이 진행한 콩고 민주교육 소개 시간에는 교실이 가득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국제어 에스페란토의 의미가 깊이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 세계대안교육대회 콩고 민주교육 코너에서 착한마음연대 알폰소 사무장 알폰소 선생님이 진행한 콩고 민주교육 소개 시간에는 교실이 가득찰 정도로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 시간을 통해 국제어 에스페란토의 의미가 깊이 이해되기도 했습니다.
ⓒ 김재형

관련사진보기


콩고 전쟁고아들을 위한 대안학교 [착한 마음 연대(Solidareco Bona Volo)]
전쟁과 폭력의 절망 속에서 희망을 꽃피우는 작은 거인들

1. 착한 마음 연대(Solidareco Bona Volo)란?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국경 지대에 위치한 고마에는 오랜 내전으로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 착한 마음 연대(Solidareco Bona Volo; 이하 SBV)가 있습니다. 고마의 아이들은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먹을 것이 언제나 부족합니다. 잔혹한 전쟁은 여러 부족들과 마을 공동체들 사이에 분열과 분쟁을 불러왔으며, 수많은 전쟁고아들은 부모를 잃고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왔습니다. 게다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어린 소녀들이 낳은 어린아이들은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사회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에이즈(HIV) 환자이며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합니다.

고마의 대안학교 착한 마음 연대(SBV)는 1998년에 세워졌습니다. 그 뒤로 2004년부터 두일리오 마그난(Duilio Magnan) 신부님이 갈 곳 없는 고아 63명을 돕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학교는 고마의 상징처럼 되었습니다. 하지만 몇 해 전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종교 단체의 지원도 모두 끊기고 말았습니다. 현재는 16명의 중고등부 학생들과 21명의 초등학생을 합쳐 총 37명의 고아들이 이곳에 남아 있습니다.

2. 전쟁 속에서 희망을 꽃피우기 위하여
몇몇 헌신적인 에스페란티스토들의 도움으로 고마의 대안학교 착한 마음 연대(SBV)에서는 현지 청년들이 학과 공부는 물론, 세계와 소통할 수 있도록 평화의 언어 에스페란토(Esperanto)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착한 마음 연대(SBV)와 에스페란토 가족 만들기 프로젝트는...
에스페란토 가족프로젝트는 인권재단 사람에서 운영하는 CMS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 기금은 콩고 공화국 SBV 단체에 전달되며, 후원회원 체결과 동시에 가족으로서 이메일과 편지로서 소통하실 수 있습니다.
에스페란토 평화연대 및 국내·외 평화, 인권단체 간 교류와 연대활동 관련 소식을 메일링으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김재형 기자는 대안교육세계대회(IDEC) 교사입니다.

서울시 도봉구 창2동 621-32 백운아트빌 A-202호/ 홈페이지 http://solidareco.cafe24.com/ 이메일 kara12345@gmail.com



태그:#에스페란토, #착한 마음 학교, #콩고, #카리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