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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다. 정신없이 웃다가도 문득 뒷맛이 씁쓸해진다. 지난해 11월부터 다음 웹툰에서 연재되고 있는 '노점묵시록'에 대한 반응이다. 2011년 '산송장'이라는 문제작과 함께 등장했던 금사리 백봉장군(33·본명 지정환)이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끌어당기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는 5월 15일에 진행하였다.

'본격 코믹시사만화', '노점에서 한국근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평이 댓글로 달린다. 떡볶이, 오뎅, 붕어빵 따위를 파는 노점을 배경으로 주인공이 요리대결을 펼치는 이야기 속에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 등 우리 사회의 갖가지 문제를 담아내고 있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그리고 싶었어요. 노점 명인들도 자기 욕심이 먼저거든요. '붕식푸드'라는 거악이 있지만 욕망에 따른 악행의 경중이 다를 뿐 절대 선은 없는 거죠."
   
대기업의 골목상권 점령 등 사회문제 다뤄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백봉작가.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주는 만화가가 되겠다는 백봉작가.
ⓒ 김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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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이홍덕(떡마귀)이 붕식푸드라는 대기업에 맞서 동료들과 노점 상권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솔직하게 각자의 욕망을 드러낸다.

골목까지 파고든 대형프랜차이즈 분식, 대기업에게 붕어빵 특허를 뺏기는 노점상, 성공을 위해서 양심을 버릴 수 있는 '메피토스트(메피스토펠레스+토스트)', 연예인이 괴로워해도 악착같이 따라다니는 '사생팬' 등 등장인물들은 어느 뉴스에선가 본 듯한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이다.

'묵시록'이란 제목에서 드러나듯 이 만화는 성경에서 여러 상징을 빌려왔다. 정부의 노점상 단속에 저항한 인물은 '지저수'다. 그가 최후의 야참에서 오뎅국물을 마셨던 종이컵은 '성배'가 된다. 해당 교계의 반응이 걱정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화계에는 어기지 말아야 할 불문율이 있어요. '정치나 종교 같은 분야는 건드리지 않는다' 같은 암묵적인 룰이죠. 그런 금기들을 넘어서고 싶었어요. '성경도 이렇게 이야기하면 재미있지 않니? 정치적인 요소도 조금 넣어서 풀어 나가도 괜찮잖아?'라고 말하고 싶었죠."

 특허를 노린 식품회사의 횡포는 실제 대기업의 모습과 닮았다.
 특허를 노린 식품회사의 횡포는 실제 대기업의 모습과 닮았다.
ⓒ 박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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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묵시록은 현재 노점운영권을 둘러싼 대결을 본격적으로 연재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 주인공 그룹과 붕식푸드의 요리사들이 이소룡 출연 영화 <사망유희>처럼 한 단계 한 단계 겨루는 과정을 흥미롭게 펼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작가의 전작 '산송장'은 '한국형 좀비만화'를 시도하며 인간 내면의 욕망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 화제를 모았다. 그런데 지금은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없어 네티즌은 상상 속의 새인 '봉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가는 "당시 너무 자만심이 컸던 것 같고 주제의식이 넘쳤던 것 같다"며 "다음 기회에 리메이크(다시 제작)할 생각으로 포털에 서비스 중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스승 허영만과 롤모델 박재동, 일상 묘사에 영향

"고등학교 졸업할 무렵 직업선택의 최우선 조건이 출퇴근을 안 하는 거였어요."

필명에 들어간 전남 고흥군의 금사리가 고향인 작가는 만화를 쉽게 접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부모님이 장에 다녀오면서 사다준 <아이큐점프>나 <소년챔프> 같은 주간 소년만화잡지가 만화와의 유일한 접점이었다. 그런데 전남 순천시로 나와 보낸 고교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게 됐고 가까운 순천대학교의 만화애니메이션학과로 진학하게 됐다.

만화를 그리기 위해 갔지만 대학생활이 썩 즐겁진 않았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온 뒤 공모전에 당선돼 <만끽>이라는 온라인 만화잡지에서 <여왕벌 미인촌> 연재를 시작했지만 회사 사정으로 중단하는 등 풍파를 겪었다. 그러다 <타짜>와 <식객>의 작가 허영만의 문하생으로 들어갔다. 이미 등단한 작가로서는 드문 일이었다. 그는 허 화백 밑에서 기술적인 면을 다시 배웠다고 한다. 배경묘사 등 전반적인 화풍은 허 화백을 따르면서 표정묘사나 과장된 동작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더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백봉 작가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만화가는 박재동 화백이다. 한 컷 속에 이야기가 있고 위트(재치)와 해학을 담아내는 박 화백의 시사만화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 영향인지 그는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나 무거운 갑옷을 입은 기사들이 나오는 중세물, 무림고수들이 하늘을 나는 무협 같은 장르가 아닌 우리 주변의 일상적 모습을 그린다. 취재과정도 독특하다.

"우선은 관찰을 해요. 떡볶이를 먹으면서 노점상들을 보고, 분식을 사먹는 사람들 면면을 눈에 담으려고 하죠. 내성적이고 정적인 성격 탓에 발로 뛰는 취재는 어려웠어요. 만화 내용이 음식보다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보니 관찰한 사람들의 이미지로 이야기를 떠올려요. '세운상가블루스'를 그릴 때도 세운상가에는 한두 번 간 게 전부예요."

그림 솜씨보다 중요한 건 이야기 만드는 능력

백봉 작가는 현재 웹툰 만화계에 인력이 과잉 집중된 상태라며 만화가 지망생들에게 '만화를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뛰어들지는 말 것'을 조언했다. 만화를 그리는 것은 기능이고 배워서 익힐 수 있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재능이 필요한 부분이다. 따라서 만화를 좋아하고 지금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가보다 자신이 '이야기꾼'으로서 재능이 있는지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점묵시록의 인물들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욕심을 드러낸다.
 노점묵시록의 인물들은 솔직하게 자신들의 욕심을 드러낸다.
ⓒ 백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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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이 소속된 <누룩미디어>의 강풀, 주호민, 양영순 작가 등과는 달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다. 귀찮은 게 싫고 기계도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작품에 달린 댓글과 이메일 등을 챙겨보면서 독자의 반응을 살핀다.

"산송장을 끝내고 1년 넘게 작품 구상을 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었어요. 우선은 독자들에게 맞추는 게 맞다. 산송장에서는 제 생각만 집어넣으려 했거든요."

그는 독자 반응에 일희일비 하며 매회 만화를 수정하진 않겠지만 대중을 고려하면서 작품을 그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렇게 해서 인정을 받아가며 서서히 작품에 자신의 생각을 담는 것이 '독자와 소통하는 만화'를 그리는 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온라인 미디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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