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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내는 집만 생각하면 마냥 즐겁다고 한다. 보통의 신혼부부가 그렇듯 우리 부부도 결혼 후 이집 저집 집주인 눈치 보며 전세살이를 했지만 이제 곧 새로운 집으로 입주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입주하는 집이 새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결혼생활 하면서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이기에 기쁨은 더 크다. 그런데 문득 이사를 앞둔 시점에서 십여년 전 이사와 관련된 일이 떠오른다.

십여년 전 서울에 상경 후 친구와 자취를 하던 시절 계약기간이 만료가 됐다. 이곳저곳을 돌며 값싸고 좋은 집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다. 그리고 논현동의 어느 한 주택을 본 순간 친구와 나는 가격은 조금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직장을 고려해 계약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가 살았던 그 집은 거실장식을 비롯해 큰 방과 작은방 모두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벽지와 장판의 상태도 좋았다. 그리고 아이가 있어서 인지 화장실도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었다. 여기에 이삿날이 겹치지 않았고 건물 주인과도 흥정이 잘 돼 친구와 나는 쾌재를 부르며 이삿날을 기다렸다.

하수구에는 '곰팡이', 화장실을 열자마자...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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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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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전날. 친구와 난 집 청소를 위해 강남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현관문을 들어서는 순간 코끝을 찌르는 악취가 진동을 했다.

"야 이거 무슨 냄새냐?"
"글쎄, 생선 썩는 냄새 같은데?"

친구와 난 집안 이곳저곳을 살피며 악취의 근원지를 찾아 나섰다. 곧 악취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싱크대 배수구라는 것을 알아냈다. 전에 살던 사람들이 오래전에 생선을 먹고 음식물 뒤처리를 하지 않은 채 그냥 떠난 것이었다.

싱크대 배수구에는 생선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물 쓰레기도 가득 쌓여 있었다. 물이 하수구로 빠지지 않아 습기를 먹은 곰팡이도 올라오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이 분노. 그러나 싱크대와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통은 양반이었다. 싱크대의 악취로 인해 극심한 두통이 대뇌의 전두엽을 관통하는 그 때 화장실 문을 열어젖힌 친구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우웩~ "
"왜 그래? 상태가 많이 심각해?"
"우웩~"

친구는 연신 헛구역질만 하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고통스러워 하는 친구의 뒤로 화장실을 보는 순간 나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흰색 타일의 밑 부분은 마치 검정색 달팽이가 줄을 지어 이사가는 모양처럼 울퉁불퉁 곰팡이가 번식을 하고 있었다. 변기는 사람이 앉는 부분마저도 검은 점들이 붙어 있었다.

"야 우리가 이 사람들에게 뭐 잘못 한 거 있냐?"
"아이 키우는 사람들이 이지경이 되도록 청소를 안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
"야 난 더 이상 이집 청소 못하겠다. 차라리 우리 돈 조금 보태서 청소업체 부르자."

친구는 단호했고 내 생각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청소를 포기하고 돈이 조금 들더라도 깨끗한 집을 위해 주변에 있는 청소업체를 불러 견적을 의뢰했다. 집을 다녀간 두 곳의 업체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건 청소를 해서 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차라리 집주인에게 타일과 도배 장판을 다시 해달라고 하세요."
"그래도 어떻게 안 될까요?"
"우리야 청소를 요청하시면 해 드리면 되지만 이건 청소로 해결 될 문제는 아니에요."

도대체 이 사람들 언제부터 청소를 하지 않았단 말인가? 청소업체의 말에 따라 우리는 집 주인에게 연락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주인을 대신해 관리실 직원이 왔다. 현관에 들어서서 미관을 잔뜩 찌푸린 관리실 직원은 집안 이곳저곳을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집에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수리는 곤란할 것 같습니다."
"아니 상태가 이 정도면 최소한 타일과 도배장판은 다시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전세는 본인들이 알아서 하는 겁니다."

이런 젠장! 친구와 난 잠시 잊고 있었다. 월세와 전세의 차이를. 그리고 우린 청소업체도 포기하고 곰팡이와 생선 썩는 냄새가 가득한 집 구석구석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싱크대와 배수구부터 화장실까지 박~ 박~ 밀고 또 밀며 눈물의 청소를 해야만 했다.

덧붙이는 글 | 더러운 이야기 응모글



태그:#더러운 이야기, #입주청소, #곰팡이, #음식물쓰레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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