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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 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 신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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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6일 토요일 오후, 수원 팔달구 인계동 나혜석 거리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나혜석 예술시장의 인파로 활기가 가득했다. '나혜석 예술시장'은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 열리는 행사로, 시민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수공예 작품들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에, 항상 사람들이 몰리는 즐거운 분위기가 가득한 지역 행사이다.

"예쁜 꽃다발 보고 가세요~"

예술시장의 여러 수공예품 판매자들 속에서 직접 만든 생화 꽃다발을 판매하는 이들의 테이블 앞에 유독 사람들이 몰려서 저마다 마음에 드는 예쁜 꽃을 고르고 있다.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해요~"
"예쁘게 말려 집에 장식하고 싶은데 어떤 꽃이 좋을까요?"
"어머~ 너무 예쁘다~ 이 꽃 이름은 뭐예요?"

꽃을 판매하는 사람도 구매하는 사람도 밝은 미소가 꽃과 같이 환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예쁜 꽃을 마주하고 미소 짓지 않는 사람은 없나 보다.

또 한쪽에서는 유치원생 나이쯤의 어린이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꽃을 고르며 꽃바구니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고, 어린이의 부모는 그 모습을 소중히 카메라에 사진으로 담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해주는 꽃을 예쁘게 다발로 만들어 예술시장에서 판매하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 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 신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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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꽃을 판매하고 있는 여섯 명의 여성들은 '나는 플로리스트입니다'라는 플로리스트 모임의 회원들이다. 그러고 보니 그녀들이 단체로 맞춰 입고 있는 검정 앞치마에 'I am a florist' 라는 문구가 하얀 꽃 한 송이 그림과 함께 정갈히 자수로 새겨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모두 플로리스트 직업을 가지고 꽃집에서, 또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이들은 꽃을 사랑하는 공통된 마음을 분모로 서로 인연이 되어 모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온라인 상의 친목 모임이었다. 친목 도모 외에도 서로가 지닌 재능을 한데 모으면 시너지를 내며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오프라인에서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저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꽃을 다루는 일로, 무언가 뜻 깊은 일을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나혜석 예술시장을알게 되었고, 사람들에게 복잡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꽃이 주는 작은 즐거움과 설렘을 전해주고 싶어 참가하게 되었어요. 저희가 예술시장에서 판매하는 미니다발은 부담스럽지 않은 디자인과 가격으로 쉽게 꽃을 즐길 수 있으실 거예요. 또한 비교적 말리기 쉬운 소재들을 모아 만들었기에 드라이 플라워로도 오래 즐기실 수 있어요." 

모임의 가장 맏언니이며, 곧 꽃가게 개업을 앞두고 있다는 플로리스트 김민서씨의 설명이다.

사실 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스승의 날, 어버이날, 졸업이나 입학 같은 특별한 날에만 사게 되고, 일상 속에서 꽃을 많이 접할 기회는 적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들이 판매하는 작은 크기의 꽃다발들은 일상 속에서 즐기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졌다. 친구나 지인에게 건네는 작은 선물로도 부담이 없고, 저녁 식탁에 조금 꽂아 놓아도 식사공간의 공기가 따뜻해질 것만 같다.

"이번 프로젝트 명은 'YOUR FLOWER'예요. 당신에게 선물하고 싶은, 당신만의꽃이라는 뜻을 가지고 꽃다발을 만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더 꽃과 쉽게 가까워졌음 좋겠어요. 다행히도 이번 행사에서 저희의 생각을 공감해서 많은 분들이 예쁘다고 좋아해 주셔서 즐거워요. 수원에 거주하고 있어서 나혜석 예술시장은 거의 매달 구경해왔고 작년에는 다른 품목으로 참가했었는데, 이번에는 플로리스트 모임 회원들과 뜻을 함께하여 제가 가진 재능을 살려 꽃을 판매하게 되었어요."

"이번 행사에서 꽃을 판매하는 수익금의 일부는 지역 저소득층 청소년 예술교육 장학금으로 쓰여요. 작게나마 저희도 좋은 일에 보탤 수도 있고, 예쁜 꽃으로 사람들과 작은 행복을 나눌 수 있어서 더 뜻깊습니다."

예술시장에 판매작가로서 두 번째 참여한다는 플로리스트 전아인씨의 설명이다.

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 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나혜석 예술시장의 꽃다발
ⓒ 신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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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의 말처럼, 꽃을 고르고 사가는 이들의 얼굴엔 작은 행복이 묻어나는 듯 보였다. 꽃은 시간이 지나면 시들겠지만, 꽃이 전달해준 소소한 행복감은 꽃이 시든 후에도 오랫동안 남아있을 것이다. 이렇게 꽃과 친해지고 꽃을 일상 속에서 더 쉽게, 많이 즐길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그녀들의 바람인 것이다.

그녀들은 앞으로도 각자의 본업인 플로리스트 일을 충실히 해가며, 틈틈이 모임 활동을 통해 구성원들의 재능을 한데 모아 사람들과 꽃이 더 친해질 수 있는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신들의 재능을 살려 좋은 일에 기부도 하고, 사람들에게 설렘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들의 열정 있는 모습에서 힘차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싱그러운 꽃이 연상된다.

꽃을 사랑하는 그녀들이 건네는 작은 꽃다발로 인해, 우리의 복잡한 현대 사회생활이 조금 더 향기롭고 즐거워지지 않을까. 다음 예술시장에서도 그녀들이 건네는 작은 행복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태그:#나혜석 예술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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