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유공자협회 황이모 회장은 이날(30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단지 세월호 희생자들을 의사자로 인정하려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가유공자협회 황이모 회장은 이날(30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며, 단지 세월호 희생자들을 의사자로 인정하려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 박정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주말 저녁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친분 있는 교민 어르신이었다.

7월 30일(현지시각), 한인회 사무실에서 세월호특별법 반대규탄대회를 할 예정이니, 급히 취재를 와 달라는 부탁이었다. 국가유공자협회와 해병전우회 등이 주관하는 행사로 교민 참석인원이 50명쯤 될 것이라고 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약속된 장소로 카메라를 들고 갔다. 연세 지긋한 교민 십여 명이 '세월호특별법 제정 반대'가 어깨띠를 두르고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들 대부분은 무궁화와 금테를 두른 검은색 국가유공자협회 모자를 썼다.

규탄 모임을 하기로 한 오후 2시 무렵, 행사를 준비하는 인원 외에는 참석자가 없어 보였다. 행사 시간이 임박하자, 준비하는 측도 여러 지인에게 전화하는 눈치였다. 50대 중장년 두세 명 정도 늦게 참석했을 뿐, 이날 집회 행사는 예상 참석자 수를 채우지 못했다. 20~30대 젊은 참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규탄 집회 장소를 한인회로 정했지만, 주최 측을 표시한 현수막에는 한인회 이름이 빠져 있었다. 상근직 한인회 임원들만 일부 참석했고, 더욱이 한인회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최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두고 교민사회에서도 '갑론을박' 의견이 갈린다. 서로 잘 아는 교민들 사이에서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보니, 행사 참석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였다.

결국, 계획했던 시간보다 약 40분 정도 지연된 가운데 현지 국가유공자협회장의 사회로 집회가 열렸다. 황이모 회장은 국민의례 등을 마친 후 곧바로 세월호특별법 제정 반대 내용을 담은 성명서 사본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고 이를 낭독했다.

세월호특별법 제정 두고 교민사회도 의견 갈려

지난 30일(현지시각) 재캄보디아 한인회 사무실에서는 국가유공자협회 등 십 여명의 보수단체 소속 교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의사자 지정 반대성명서 발표를 겸한 소규모 집회를 가졌다.
▲ 세월호 특별법 의사자 지정 반대 집회가 열린 한인회 사무실 지난 30일(현지시각) 재캄보디아 한인회 사무실에서는 국가유공자협회 등 십 여명의 보수단체 소속 교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희생자 의사자 지정 반대성명서 발표를 겸한 소규모 집회를 가졌다.
ⓒ 박정연

관련사진보기


세월호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한다는 내용 대신, 특혜 논란으로 시끄러운 희생자 의사자 지정을 반대한다는 내용이 성명서의 주요 골자다.

베트남전 참전용사로 대위 출신이기도 한 황이모 협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세월호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국가유공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 세월호 희생자들을 의사자로 인정하는 건 절대로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서해교전 당시 전투 중 산화한 고 윤영하 대위는 의사자 신분임에도 그 유가족들은 고작 보상금 5000만 원을 겨우 받았다. 형평성의 문제가 크다.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기도 하다"며 "조국을 위해 산화한 순국 순열, 자신의 목숨을 걸고 다른 소중한 생명을 구한 의사자들의 영혼과 그 유가족들의 명예를 손상하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요구는 진상규명이며, 의사자 지정이 아니다"고 지적하자 베트남 파견 청룡부대 출신의 나이 지긋한 참석자는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그 정도는 안다. 지금 우리는 세월호 유가족들 탓하자는 게 아니다. 여야 정치인들이 유가족과 제대로 된 사전 상의나 의견 조율도 없이 특혜나 잔뜩 줘서 대충 사태를 마무리하려는 모습에 분노하는 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진실을 숨기고, 특혜논란 부추겨 진상규명에 물타기나 하려 하고, 야당도 입으로만 떠들 뿐 제대로 하는 거 하나도 없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보수성향이 짙은 교민사회 일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 SNS에는 하루에도 수건씩 세월호특별법 관련 뉴스가 올라왔다. 

카카오톡 단체문자 발송은 아침, 저녁으로 하루에 많게는 10여건 이상씩 왔다. 여기에는 세월호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기사나 비판적인 내용의 블로그 글이 담겼다. 시도때도없이 울리는 카카오톡 도착 알림소리가 듣기 싫어 일부로 전화기 전원을 꺼 놓은 적도 있다. 그래도 보수 성향의 일부 교민들은 세월호특별법 반대주장이 담긴 글을 부지런히 공유하고, 퍼 날랐다.  

그렇지만 지나친 반응은 교민들도 대부분 경계하는 눈치다. 최근 '엄마부대봉사단'이라는 극우보수단체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막말한 사실에 대해서도 많은 교민은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이날 참석자 중 한 명도 "나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인데, 그 사람들(엄마부대봉사단 지칭)은 너무 심했다. 자식과 가족을 잃은 희생자 가족들 앞에서 그게 가당키나 한 행동인가"라고 말했다.

'엄마부대봉사'의 막말은 보수성향 교민도 반감

이날 보수단체 참석자들은 세월호특별법 제정 반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면서, 세월호 희생자 의사상자 반대에만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지난 7월 24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독도사랑국제연합 총재이자, 국제NGO 단체를 운영해 온 김정욱씨가 세월호특별법 제정 반대 1인시위를 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세월호 참사 100일째 되던 날,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1인 시위를 벌인 교민 김정욱씨의 모습.
▲ 세월호 특별법 반대 시위 지난 24일(현지시각) 세월호 참사 100일째 되던 날,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반대 1인 시위를 벌인 교민 김정욱씨의 모습.
ⓒ 박정연

관련사진보기


당시 김씨의 1위 시위 소식은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교민사회 커뮤니티에 빠르게 퍼졌다. 이에 대한 찬반양론도 극명하게 갈렸다.

50대 이상 중장년층 교민들은 "정말 잘한 일이다"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지지의사를 보냈다. 일부 진보성향의 '교민사회 망신'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태그:#캄보디아, #세월호 특별법 반대, #세월호 특별법 의사자 지정, #프놈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