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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강의 무사히 마친 민달팽이들의 수료식 사진
▲ 청년주거상담사 2기 수료식 10강의 무사히 마친 민달팽이들의 수료식 사진
ⓒ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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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가좌역 모래내시장 '노매드'에서 민달팽이 유니온(아래 민유)에서 주관한 '청년주거상담사 2기'의 수료식이 있었다. 지난 7월 2일부터 진행된 이번 청년주거상담사 2기는 10강의 강의와 워크숍으로 진행된 이번 아카데미는 청년 총 14명의 수료자를 배출하며 마무리됐다.

나는 지난 2013년에 민유에 가입했다. 서울에 혼자 살면서 별로 살만하지 않은 공간임에도 40만~50만 원을 넘는 방값이 부담스러웠다. 저렴한 주거비를 위해 반지하에서 3년 살이를 했다. 30만 원 이하의 주거비로 살려면 곰팡이와 축축한 집을 감수해야 했다. 현실을 직접 경험하고 나니, 서울에서의 1인 청년가구가 얼마나 살기가 힘든지 몸소 느낄 수 있었다.

나도 주거 빈곤인에 속한 청년 중 한 명이었다. 여러 캠페인, 연구조사 등 다양한 사업들을 통해 청년 주거를 사회문제화 시켜가는 민유의 활동을 늘 응원했다. 민유 회원으로서 더 큰 응원과 지지를 보낼 수 있는 활동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이 있던 찰나에 청년주거상담사 2기를 용기 내어 들어보았다.

집주인보다 세입자가 되기 쉬운 우리나라에서 주거권에 대한 인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정당하게 집수리를 요구해도 '네 잘못 아니냐'며 오히려 집주인에게 면박 당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임대차 관계가 이런 상황에서 청년주거상담사 과정을 이수한 것이 조금이나마 세입자로 살아가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청년 주거, 왜 꼭 청년이어야 하는가?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등 청년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사회적 약자 계층이 있다. 왜 굳이 청년 주거, 1인 주거문제가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비싼 집값과 열악한 환경에서 산다고 '징징'대는 것은 나약한 모습이라고 면박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미래 세대를 구성한다. 향후 경제 활동의 주된 계층이 되는 세대이다. 생애주기 모델로 보았을 때 현재 청년들은 수입보단 지출이 많을 수밖에 없다. 향후 안정적인 직업을 얻어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 주된 경제활동 주체로서 자리를 잡게 된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청년들이 연 700만~1000만 원에 육박하는 대학등록금을 감당하기 힘들어 학자금 대출을 받아 졸업한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 시급 5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100시간을 일해야 한 달 주거비 50만 원이 마련되는 상황이다. 고등학생 중 80%가 대학을 가는 대한민국에서 20대 초반에 곧바로 일을 시작해 자산을 형성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층의 안정적인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가 바로 청년 주거 안정화다.

출처: 민달팽이 유니온 페이스북
▲ 청년주거상담사 2기 커리큘럼 출처: 민달팽이 유니온 페이스북
ⓒ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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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거상담사, 그 한 달 간의 이야기

주거 불안정으로 오는 삶의 질 하락, 계속 되는 이사에 쌓인 피로감 등 청년 주거가 동반하는 문제는 많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스무 명의 청년들이 모여 청년주거상담사 교육이 진행되었다.

민유는 이 과정에서 이들과 함께 실제 '주거권'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집이 매물로서가 아닌 인간이 반드시 가져야 하는 하나의 '권리'로서 어떻게 인식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집을 '매물'로서만 보지 않고 사회학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많은 내용들을 알뜰하게 담아냈다.

또한 임대인보다는 임차인으로 오래 살아갈 청년들을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대한 상세한 해설과 사례를 통한 강의도 진행해 실제 '상담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강의도 진행되었다.

실제 집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서의 인식 전환을 위해서도 공공임대주택은 충분히 확보되어야 한다. 민유는 안정적인 주거임대 시장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며 공공임대주택의 역할에 대한 강의도 진행했다.

희망하우징 등 대학생과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관련 정보를 잘 알지 못한다. 장기임대주택 등 20대 중반인 나에게는 조금은 생소했던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역사, 관련 정책, 향후 진행 방향 등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이런 종류의 강연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다.

청년주거상담사 모집 포스터
▲ 청년주거상담사 2기 온라인포스터 청년주거상담사 모집 포스터
ⓒ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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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꿈꾸는 미래의 청년 주거권

마른 장마로 조금은 선선했던 지난 7월 25일. 이 날 강의는 하루 일정의 워크숍으로 진행됐다. 역할 놀이를 하고 민달팽이 신문을 만드는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하여 청년들간의 친목을 다지고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먼저 상담에 대한 실질적 기술에 대한 강의를 전국세입자협회 공인중개사이신 박동수 중개사가 진행했다. 여러 임대차 사례에 지금까지 배운 지식을 적용해보고, 임대인, 임차인,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되어 연극을 진행했다. 각각의 역할을 이해하고 실제 세입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떤 식으로 공인중개사가 대처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많이들 부끄러웠지만 유쾌하고 에너지 넘치는 청년들이 모인 자리였기에 금세 재밌고 화려한 연기로 장식될 수 있었다.

공인중개사 역할로 연극을 해보니 무조건 세입자 편을 든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필요한 건 세입자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사전에 충분한 설명을 해주는 공인중개사다. 누구도 억울하지 않게 공정한 거래를 '중개'해주는 공인중개사가 필요하다.

워크숍 프로그램 수행중인 수강생들
▲ 청년주거상담사 2기 워크숍 워크숍 프로그램 수행중인 수강생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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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주거상담사 2기가 가좌동 노매드에서 진행되었다
▲ 청년주거상담사 2기 워크숍 청년주거상담사 2기가 가좌동 노매드에서 진행되었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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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와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기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무사히 수료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내용이 많아 단박에 이해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강의 대부분이 만족스러웠다. 청년 주거에 대한 인식을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 풍부해졌던 시간들이었다.

개인적인 만족도는 높았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청년 주거권, 임대차 계약시 주의해야 할 점 등 개괄적인 흐름은 잡았지만 과정을 이수하고도 세부적인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았다. 청년주거상담사 1기 때는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끼리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따로 스터디도 진행했다고 한다.

주거상담사가 직업으로 자리를 잡고 활동을 진행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청년주거상담사 교육과정이 상담 진행에 대한 실무적이고 법률적인 내용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그보다는 주거권이 인권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청년들의 주거가 왜 시스템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집과 관련된 내용은 항상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 주거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풀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발견한 시간은 아니었을까?

마지막 강의를 진행했던 변창흠 교수는 "민유를 중심으로 청년들의 주거문제가 사회 문제로 인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청년 주거문제가 정책적 사안으로 다루어지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가칭 '청년주거복지센터'가 설립되기를 바란다"며, "청년주거상담사들이 직접 일을 하면서 일자리까지 창출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많은 청년들이 깊이 공감했다.

청년주거상담사는 지난 2013년에야 1기 교육을 시작했다. 이제 막 작은 발걸음을 뗀 이들 앞에 주거상담사 내용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청년들과의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임대인들과의 갈등도 언제든 예상되는 문제다. 하지만 청년 주거에 대한 공감을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수 있다. 청년주거 상담사는 주거 문제의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기 수료생으로서 자부심도 생기고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심화' 아카데미가 구성되고, 청년 주거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되기를 바란다. 청년 주거 문제 해결사로서 당당히 나아가는 민달팽이 유니온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오리엔테이션 후 단체사진
▲ 청년주거상담사 2기 오리엔테이션 후 단체사진
ⓒ 민달팽이 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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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의 출석률로 받은 수료증과 명함
▲ 청년주거상담사 2기 수료즈 80%의 출석률로 받은 수료증과 명함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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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민달팽이 유니온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새롭게 주거약자계층으로 대두된 청년층의 당사자 연대로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고, 제도 개선을 실현해 '청년주거권 보장', '주거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단체입니다.

민달팽이유니온 홈페이지: http://minsnailunion.org/
민달팽이유니온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page.minsnailunion
민달팽이유니온 블로그: http://minsnailunion.tistory.com/



태그:#청년 주거, #민달팽이 유니온, #청년주거상담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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