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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마을 토박이식당 곤드레 돌솥밥
 오색마을 토박이식당 곤드레 돌솥밥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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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약수와 온천

남설악 오색은 내가 이따금 찾는 곳이다. 오색 주전골 계곡은 기암괴석과 비경으로 경치가 뛰어날 뿐 아니라 용소폭포까지 등산로는 가파르지 않아 쉬엄쉬엄 오를 수 있어 좋다. 더욱이 오색 계곡 들머리의 약수와 온천은 다른 곳에서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전유물이다.

10년 전 어느 겨울 아침, 아내와 함께 이곳 마을에서 일박한 뒤 이른 산행을 하고 아침을 먹고자 주전골 들머리 식당가를 기웃거렸다. 이른 시간이라 대부분 밥집은 그때까지 문을 열지 않았는데 이 집은 노부부가 문을 열고 손님 반갑게 맞았다.

밥집 상호가 토박이 집이라 하여 속을 것 같지 않아 식당에 들고는 된장찌개를 주문해 먹었더니 그 맛이 일품이었다. 그날 영감님 양근석(80)씨는 첫 손님이라 반가웠든지 특별히 당신이 주전계곡에서 딴 머루로 담근 것이라며 새빨간 머루주를 한 잔 주는데 그 맛이 상큼한 게 별미였다.

그날 이후 나는 그곳을 찾을 때마다 그 집에서 밥을 먹었는데 지난봄 그동안 먹었던 된장찌개나 산채비빔밥 대신 곤드레 돌솥밥을 먹고는 그 밥맛에 홀렸다. 그 맛을 못잊어 올 여름 다시 찾았더니 그동안 가게를 지키던 영감님 내외는 일선에서 물러나시고 아들 양승국(50)씨와 며느리 이은미(46)씨가 가게를 물려받았다.

오색마을 주전골 계곡
 오색마을 주전골 계곡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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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드레 밥의 유래

곤드레 밥을 주문하자 20여 분 후 따끈따끈한 돌솥밥이 나왔다. 그 돌솥밥을 양은대접에 옮긴 뒤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자 갑자기 입안이 행복해졌다. 궁금했던 이런저런 점을 물었다.

- 왜 가게 이름이 토박이식당입니까?
"오색 이 마을에서 13대째 300년을 살았기 때문이며, 밥집은 50년 전부터 시작했습니다. 저희 부자가 남설악에서 산나물을 채취하여 삶아 말린 뒤 1년 내 식재료로 씁니다"(아들 양승국씨)

토박이식당 양승국, 이은미 씨 내외
 토박이식당 양승국, 이은미 씨 내외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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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드레 밥의 유래는?
"곤드레는 원래 구황나물이었어요. 옛날에 양식을 늘이고자 밥 위에다 넣은 겁니다.(며느리 이은미씨)

지난날 우리나라 사람은 세 끼 밥을 지어먹는 집이 드물었다. '이밥에 고깃국을 먹다'는 것은 부유하게 산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한국전쟁 당시 공산 측 선전삐라에도 이 말이 등장한다.

'이밥에 고깃국을 배불리 먹으려면 넘어오라'

곤드레 밥은 건강식

옛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게 평생소원이었다. 하지만 이즈음에는 이밥에 고깃국보다, 그 시절 구황나물 밥이 건강식으로 오히려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구황음식은 지방마다 집집마다 달랐다. 내가 살았던 경북지방에서는 밥에 콩나물, 무, 고구마 등을, 강원도 지방에서는 감자, 옥수수, 곤드레 등을 넣어 먹었다.

1970년대까지도 그랬다. 그 무렵 예비군 동원훈련을 강원도 고성에 가서 민간 집에서 밥을 시켜 먹자 밥사발에 밥은 반 정도요, 그 위는 감자였다. 아마도 강원도 사람을 '감자바위'라고 부른 까닭이 거기에 있는 모양이다.

- 이 집 곤드레 밥맛의 비법은 무엇입니까?
"곤드레 나물을 푹 삶고 쌀을 씻어 돌솥에 안친 뒤 삶은 곤드레에 굵은 소금를 뿌리고 들기름에 묻혀 넣은 뒤 밥을 짓습니다."(며느리 이은미씨)

아무튼 이 집 곤드레 밥은 맛도 향기도 매우 좋다. 이 집에는 이밖에도 황태구이, 더덕구이, 산채정식 등 메뉴가 다양하다. 부모 때부터 10년 단골손님이라고, 그들 부부의 따뜻한 전송을 받으며 오색계곡을 떠났다.


태그:#곤드레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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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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