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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콘서트> 책표지
 <천문학 콘서트> 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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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게오르크 루카치의 명저 <소설의 이론>은 이렇게 기막힌 문장으로 시작한다. 별을 길잡이 삼아 육로와 해로를 떠돌았던 고대의 나그네에게서 읽히는 낭만과 고독의 변주가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도시화 비율이 80%가 넘는 한국 사회에서 밤하늘의 별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늘을 올려다볼 겨를이 없을 만큼 분주한 한국인들의 일상이 첫 번째 원인일 터. 두 번째 까닭은 휘황한 도회의 불빛과 매연으로 더럽혀진 하늘일 것이며, 세 번째 이유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 모두 보고도 보지 못하는 눈뜬장님이기 때문이다.   

<천문학 콘서트>에는 '쉽고 재미있게 풀어쓴 한 권으로 읽는 교양천문학'이란 부제가 동행한다. 이미 부제에서 우리는 이 책이 쉽고 재미난 교양서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천문학의 역사와 내용, 그것과 관련한 과학자들의 면면은 결코 작지 않음을 암시하는 것이 '한 권으로'라는 구절이다. 얼마나 방대하고 대단할 것인가, 천문학은?!

천동설도 맞는다고?!

1543년 죽음에 임박한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가 출간된 이후 인류는 천동설과 작별한다. 140년 무렵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에서 확립된 천동설이 1400년 만에 최초의 타격을 입은 원년이 1543년이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란 표현은 기존의 사고나 인식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일컫는 말로 임마누엘 칸트가 발명자다.

기원전 3세기에 사모스 섬 출신의 고대 그리스 사람 아리스타르코스가 이미 지동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처럼 거대한 천체가 지구를 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반면에 코페르니쿠스는 한층 더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에 도달한 것은 태양의 거대한 크기 때문이 아니라, 태양을 중심으로 모든 행성들이 돈다고 생각하면 행성 움직임을 예측하는 수학이 더욱 아름답고 간결해지며, 행성의 역행운동 역시 쉽게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33쪽)

달리는 열차 안에서 창밖의 풍경을 보면 풍경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열차 밖에서 달리는 열차를 보면 움직이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열차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를 중심으로 놓고 보느냐, 아니면 태양을 중심으로 놓고 보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되, 지동설이 더 과학적인 것은 사실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관을 걷어낸 뉴턴

지은이는 중세의 자연관을 지배한 인물로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를 든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계를 천상세계와 지상세계 둘로 나누었다. 두 세계의 경계에 있는 것은 달이었다. 천상세계는 신성하고 완전하며 원운동하고, 따라서 천상의 별들은 모두 원운동 한다고 결론지었다. 반면에 달 아래 지상세계는 변화하고 소멸하는 불완전한 세계로 직선운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프톨레마이오스 천동설은 여기 기초한 것이다." (42-43쪽)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천상세계는 결국 비물질적이고 관념적이며 완전한 세계이고, 지상세계는 물질적이며 인간적이고 불완전한 세계다. 그런데 인류의 가장 위대한 지적 유산으로 평가받는 <프린키피아>(1687)에서 아이작 뉴턴은 운동의 3법칙에서 추출한 중력의 법칙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분법적인 자연관을 일거에 붕괴시킨다.

관성의 법칙, 가속도의 법칙,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으로 명명된 '운동의 3법칙'은 케플러가 발견한 '행성운동의 3대 법칙'과 함께 우주만물의 운동을 설명하는 복음이 되었다. "자연은 일정한 법칙에 따라 운동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기계"라고 생각한 뉴턴의 역학적 자연관은 18세기 유럽을 지배한 계몽사상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수와 마호메트 다음으로 인류를 변화시킨 인물로 추앙받는 뉴턴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젬병이었던 모양이다. 개와 고양이를 함께 길렀던 뉴턴은 담벼락에 고양이가 다닐 수 있는 구멍을 뚫어주었는데, 개가 너무 커서 그리로 다니지 못하자 개를 위해 그 옆에 큰 구멍을 뚫어주었다고 한다. 독자라면 어떻게 그 문제를 풀었을까, 궁금하다!  

어두운 밤하늘과 시간여행

보름달이 아무리 밝아도 밤은 낮보다 언제나 어둡다. 밤하늘이 어째서 어두운지 생각해 보셨는지?! 이것이 몇 세기 동안이나 천문학자들을 괴롭힌 문제라고 한다. 산문시 <유레카> (1848)에서 애드가 알란 포는 다음과 같이 쓴다.

"광활한 우주공간에 별이 존재할 수 없는 공간이 따로 있을 수 없는데도, 대부분의 우주공간이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까닭은 천체에서 방출된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35쪽)

과학적이고 설득력 있는 추론이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포는 아마추어 천문가이기도 했다.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포의 추론에 절반을 기대고, 나머지 절반은 팽창우주론에 기대면 된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우주소멸 이전에 밤하늘이 밝아질 일은 없을 것이라 하니, 밤의 낭만과 달콤한 잠을 즐기는 우리에게는 여간 다행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낮을 환하게 밝히는 태양빛보다 빨리 날 수 있다면 시간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른바 '시간기계'에 대한 추론은 거기서 발원한다. 가능한 얘긴가?

"물체의 속도가 빨라지면 질량이 증가한다. 물체에 가해진 에너지의 일부는 속도를 높이는데 쓰이지만, 일부는 질량을 증가시키는데 쓰인다. 아무리 에너지를 높여 속도를 증가시켜도 광속에 이를 수 없다. 광속에 가까울수록 질량이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172쪽) 

인간과 우주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더러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아마 '우주는 얼마나 클까' 아닐지! 혹은 '우주는 얼마나 멀까' 내지 '얼마나 많은 별이 우주에 박혀 있는 것일까' 등등이리라. 그것은 태초의 인간부터 현세에 이르기까지 공통된 문제제기로 보인다. 지극히 유한한 인생의 덧없음을 느낄 때 우러러는 하늘의 가없음과 허다한 별의 노래라니!

고대인의 우주는 지구 중심이었고, 코페르니쿠스에 이르러 태양 중심의 우주론이 형성된다. 뉴턴은 중심이 없는 무한우주를 생각했고, 칸트는 섬 우주론을 그리고 허블은 팽창우주론을 주장한다. 지난 20세기에는 허블의 팽창우주론과 영국의 호일이나 본디 등이 주장한 정상우주론이 팽팽하게 대립했다고 전한다.

"우주는 넓게 보면 어느 쪽이나 등방하고 균일한 것처럼 시간적으로도 언제나 변함없이 같다는 주장이 정상우주론이다.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따라서 진화도 하지 않은 채 이대로 영원하다는 것이다." (204–205쪽)

은하들이 지구로부터 엄청난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1912년 밝혀진다. 여기에 기초하여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더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음을 확인한다. 우리가 알고 있던 정적이고 평온한 우주가 아니라, 동적이고 팽창하는 우주가 드러난 것이다. 이것이 20세기 천문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견으로 간주되는 팽창우주론의 근간이다.

결론을 대신하여

<천문학콘서트>에는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하다. 궁극의 입자 쿼크, 별에서 온 인간, 별자리와 점성술 그리고 문명, 왜 태양과 달은 크기가 엇비슷하게 같아 보이는 것일까?! 아쉬운 점도 있다. 수치의 오류가 도처에 있다. 무엇이 옳은가?!

"우주에는 1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은하 하나에는 1천억 개의 별이 있는데, 이것을 계산하면 별은 모두 100해 (10의 22제곱) 개가 된다. (지구상의 모래알 개수 정도!)" (192쪽)
"우주에는 은하가 약 2천억 개 있고, 은하의 평균 항성 수가 2천억 개니, 항성의 총수는 10의 23제곱이 나오는데, 이것은 지구의 모든 모래알 개수를 웃도는 수치다." (224쪽)
"우주에 있는 은하의 총수는 1400억 개나 된다." (293쪽)
"태양이 은하를 한 바퀴 도는데 2억 5천만 년이나 걸린다." (290쪽)
"2억년에 한 번 은하계를 한 바퀴 도는 태양." (301쪽)

그럼에도 오뉴월 복더위도 살짝 잊을 만큼 유쾌한 서책이다. 오랜만에 올려다본 하늘과 별에 새삼 친근함이 느껴진다. 동주의 <서시> 마지막 구절이 떠오르는 밤이다.

덧붙이는 글 | 천문학 콘서트, 이광식 지음, 더숲, 2011.



천문학 콘서트 - 우리가 살면서 한 번은 꼭 읽어야 할 천문학 이야기

이광식 지음, 더숲(2011)


태그:#천문학, #아리스토텔레스, #코페르니쿠스, #뉴턴, #애드가 알란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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