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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펴낸 이광재 전 강원지사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펴낸 이광재 전 강원지사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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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인도 격언인데요.

'가난은 이성으로 구제한다. 심장으로 구제하는 게 아니라 이성으로 구제한다.'

결국은 좋은 의지가 있더라도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진보, 보수를 떠나서 한 분야의 일가를 이룬 분들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생각했습니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이야기 카페. 독서모임 '경연'에 참여하는 20∼30대 청년들이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만났다. 그는 정치인이지만 정치인이 아니다. '박연차 게이트'로 10년간 공무담임권, 피선거권, 선거권을 박탈당해 제도권 내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는 그이지만 여전히 공부를 하고 있었다.

도지사직을 상실한 2011년, 그는 중국 칭와대에서 공부하며 <중국에게 묻다>라는 책을 펴냈다. 또한 그는 한러미래포럼(가칭) 창립을 준비, 남경필 경기지사, 우윤근 새정치연합 의원 등과 함께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을 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에 대한 공부에 열심인 그가 지난 시대를 수놓았던 원로들을 찾아다니며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지혜와 가르침을 듣고 <대한민국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책을 펴냈다.

이젠 진영논리를 넘어 정책소비자 운동할 때

"무엇을 반대해서 세상을 바꾸기 쉽지 않아요. 반대를 할 때 새로운 아젠다를 가지고 끌고 가야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똑같이 어떤 논리 대 논리가 아니라 그를 넘어서는 사상이 있을 때, 진영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을 때 사회가 바뀌는 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정책 소비자 운동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이광재 전 지사는 우리나라는 과거 10인 1색 사회에서 현재는 1인 10색 사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남북문제를 보수적이고 다른 문제는 진보적일 수 있듯이 개인의 정책의 수요가 다양화 되었다는 것. 국회의원에게 운명을 맡기지 말고 정책을 스스로 만들어서 그걸 지지하는 후보를 당선시키는 정책소비자운동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소비자 운동을 만들면서도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동조합비를 노동절, 연말 선물에 쓰지 말고 사회의 담론을 학습하고 만들어내는 정책 연구소를 만들어 정책 역량을 늘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인터뷰의 주요 내용.

- 원로들의 공통된 조언은 어떤 것이었나?
"'선진국이 돼야한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주변국가 눈치 보지 않는 국가위상이 선 대한민국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첫 번째는 막혀있는 남북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두 번째는 교육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 번째는 보수는 복지를 생각하고 진보는 성장을 생각해야 경제가 일어날 수 있다. 네 번째는 분열하면 죽는거고 통합하면 사는 것이다.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 정리하면 대한문국(大韓文國). 야만적 상황을 끝내고 문명국가로 가는 것이다."

유아교육과 공급자 위주 교육을 개혁해야

- 원로들이 조언한 교육개혁의 방향은 무엇인가?
"아이는 과도한 학업으로 지쳐있고, 부모는 사교육비 때문에 지쳐있고 애들은 선행학습 다녀와서 수업시간에 30명 중 10명은 졸고 있고, 통제불능 상황에 놓인 교사도 지친다. 이 상황을 극복해야한다. 공부하는 법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한다.

0세부터 8세까지 지능의 80%가 발달하게 되는데 유아원, 유치원은 사실상 부모한테 맡겨놓은 상태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공립유치원에 들어가려 애쓴다. 그러나 공립유치원 선생님이 월급 150만 원 받는다. 일반 유아원은 130만 원 받는데 이직률이 높다. 유럽처럼 0세부터 8세의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이 최고의 교육수준을 갖는 분들이 되어야한다. 유럽은 오히려 중고등학교 선생님 학력수준이 유치원선생님보다 낮다."

왜 하버드 대학 교수는 고등학교 교사가 될 수 없나?

"우리나라는 교사를 하려면 교대, 사범대 나오고 교직을 이수해야만 한다.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소수의 나라만이 이런 제도를 가지고 있다. 물론 교대는 다 똑똑한 사람이 가는데 대부분 외워서 가는 것이다. 오히려 이 문을 자유롭게 열 필요 있는 것이 아닐까? 유연성이 있어야 공부하는 게 많아진다. 제가 공대 처음 다닐 때 공식교수 10명이 채 안되었으나 지금은 전자과는 교수가 70명이다.

기술이 다변화 되고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제는 아이들이 인공위성에 대해서 공부를 6개월 하면 어떤 선생보다 지식을 많이 알 것이다. 예전에는 교과서와 선생이 지식을 전수해주는 것이지만 지금은 공부하는 방법을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교사의 충원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교육구조가 좋아질 수가 없다. 새로운 지식으로 훈련된 사람이 새로운 걸 가르칠 수 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독서모임<경연> 참가자들. 이날 만남은 처음부터 강연 방식이 아닌 질의응답 및 토론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독서모임<경연> 참가자들. 이날 만남은 처음부터 강연 방식이 아닌 질의응답 및 토론 방식으로 이뤄졌다.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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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를 해결해야 한다.

"제가 나온 원주고등학교에 현재 수학2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수학선생님이 그대로이다. 그 이후 새로운 수학선생님이 충원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사회과목은 사회1, 사회2 늘어나고 있다. 문과과목 늘어나는데 이것은 철저히 아이들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체제가 교사충원 구조이다.

예전에는 이공계나 카이스트 가면 군대를 면제해줬다. 공부를 더 하게 하고, 국비유학생 보내고. 그래서 이공계 진학생중 우수한 사람은 군대를 면제해줘야한다. 이공계에게 군 혜택을 주면 인센티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공계 진학 높여야 한다."

과도한 문·이과 구분을 없애야한다

"일본 노벨상 수상자의 80%는 동경, 와세다, 게이오대학이 아니라 교토대학 출신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가 아닌 다른 대학에서 80%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것이다. 교토대학은 2학년까지 문·이과 구분이 없다. 자유교양을 들어야 한다. 그러다보니 차츰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

-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심각하다. 해법은?
"유럽에서는 100년만에 진행된 고령화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2~30여년 사이에 급격화 되었따. 지금처럼 한국 사람들이 애를 낳지 않으면 2500년이면 대한민국은 인구 5만3천 명이 된다. 대한민국 인구상황은 심각하다. 그렇다고 애국심만 가지고 누가 애를 몇 명 더 낳겠나?"

-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민자를 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민도 중요하다. 하지만 문화적 이질감도 클 것 같다. 그보다 북한 문제를 푸는 것이 빠르다. 북한이 GDP 3천, 5천불이 되면 반드시 베이비붐 세대가 나타난다. 인구 1억이 돼야한다. 그래야 기본 시장이 생긴다. 2050년쯤 되면 일본의 인구는 1억 미만으로 줄어들고 북한 경제가 일어나면 베이비부머 세대가 생겨나 젊은 인구 1억을 갖게 된다. 동북아에서 인구가 역전 되어 젊은 한국이 되었을 때 동북아의 새로운 주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

과거 한미FTA를 하며 최종목표를 남북한 FTA에 뒀었다. 만약 성공하게 되면 우리가 5천만, 북한이 2700만, 젊은 노동인력이 천만인데 한 달 임금이 100불인 노동자가 일을 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되면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연내 타결 될 한중FTA로 중국이 그걸 인정하는 시대가 왔다.

또한 개성공단을 북한을 설득해서 국제화 하는 것이다. 남한만 하니까 자꾸 때가되면 문제가 생기니까 독일, 스웨덴, 중국이든 해서 국제화공단을 넓혀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공단을 몇 개만 가지고 있으면 북한을 안정적으로 개방도 시키고, 경제성장하면 자연스레 인구 성장이 일어난다. 나중에 대한민국이 인구구성이 젊어지게 된다."

이광재 전 지사는 대화, 경쳥을 통한 성장과 진화에 대한 중요성을 반복해서 말했다. 공부모임을 가지며 많은 정치인을 만났지만 그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적 대안을 다양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는 드물었다.
 이광재 전 지사는 대화, 경쳥을 통한 성장과 진화에 대한 중요성을 반복해서 말했다. 공부모임을 가지며 많은 정치인을 만났지만 그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정책적 대안을 다양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이는 드물었다.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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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지사의 강연은 7·30 재보궐 선거 일주일 전에 치러졌다. 이 인터뷰를 복기해보며 현재 야권에 이만한 비전과 철학으로 유권자를 설득한 정치인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강연을 들어보니 현 정부가 절대 임기 중에는 이광재 지사를 사면복권해주지 않을 것 같다"는 한 참가자의 소감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이 전 지사는 독서모임 참가자들을 조만간 평창으로 초청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강원도로 가는 기차에 황급히 몸을 실었다.

독서모임 '경연'은 오는 8월 23일(토) 오후 2시에 신촌 이야기카페 미플에서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 <다윗과 골리앗>을 읽고 97번째 모임을 열 예정이다.


태그:#이광재, #강원지사, #노무현, #다준다연구소,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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