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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내가 받은 표창장. 정년 후 3년을 보장한다니, 계산해보면 시가가 무려 5000만 원에 달한다.
 30일 내가 받은 표창장. 정년 후 3년을 보장한다니, 계산해보면 시가가 무려 5000만 원에 달한다.
ⓒ 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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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홍경석씨가 우리 보안(경비) 파트에선 유일하게 우수사원 상을 받을 것 같습니다."

직장의 직속상관으로부터 이런 언질을 받은 건 야근에 들어간 7월 28일 오후의 일이었다. 반가움과 동시에 상품이 뭔지 궁금했다.

"그래요? 그거 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근데 상품은 뭘 주나요? 현금이나 상품권이면 좋겠는데. 하기야 그거 받아봤자 술을 사자면 모자를 테지만요."

돌아온 답변은 뜻밖이었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준답디다."

"네? 전 차도 없는데요. 그럼 아들이 차를 살 때까지 기다렸다가 줘야겠네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30일은 주간근무라 평소처럼 오전 5시 40분에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오전 7시도 안 돼 출근하신 직속상관께서 "오늘 오전 8시 반에 시상식을 한다고 하니 같이 지하 2층 방재센터로 가자"라고 말했다. 이윽고 시간이 돼 내려갔더니 조회를 마치는 즈음이었다.

잠시 후 직속상관보다 한 계급 위인 센터장님이 시상식을 주관하셨다.

"표창장, 위 사람은 각별한 애사심으로 매사에 솔선수범하고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타의 모범이 되어왔으며 특히 고객서비스 만족도 향상으로 회사 이미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가 지대하므로 이에 표창합니다."

먼저 방재실의 김OO 과장님이 표창장을 받으셨고 다음엔 미화부의 감독님에 이어 끝으로 내가 수상했다. "감사합니다!"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시상식을 마친 센터장님께서는 의미심장한 '보너스'를 덤으로 주셨다.

"우선 1년에 단 한 차례 실시하는 시상식에서 수상하신 세 분께 거듭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오늘 받으신 표창장은 후일 여러분들의 정년(퇴직)이 닥치더라도 제가 책임지고 3년 더 연장 근무하는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그 말씀에 수상자 우리 셋은 물론이거니와 비(非) 수상자들 역시 부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충 따져 봐도 3년을 더 일할 수 있다면 무려 5000만 원이나 '더 버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근무지로 돌아오자마자 표창장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다.

그리고는 아들과 딸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더니 금세 답장이 왔다. "와~ 축하드려요!! ㅎㅎ"  시가(市價)로 무려 '5000만 원짜리 표창장'을 받아 고무된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오후 2시부터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모 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에 "이러저러하여 제가 오늘 표창장을 받았으니 축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금세 담당 작가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생방송으로 전화인터뷰까지 했다.

딸은 이번 주 토요일에, 아들은 다음 주에 집에 온다고 했다. 직장인인 두 아이에게 모처럼 올바른 아빠 노릇을 한 듯 싶어 괜스레 어깨에 바람이 들어갔다.


태그:#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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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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