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걸스데이 민아-손흥민 교제로 가려진 것."

지난 29일 이아무개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의 휴대전화 70여 대 분석해보니…"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를 공유하면서 올린 글이다.

이글에는 30일 오후 8시 현재 약 14만5000번의 '좋아요'와 160여 개의 댓글이 달렸고,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에 의해 4000번 가까이 공유되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댓글을 단 상당수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가수 민아와 축구선수 손흥민의 열애설이 터진 것을 두고 '정부의 세월호 참사 책임론을 덮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트위터에서 '유병언 시신'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의료민영화와 군 사이버사령부의 선거개입을 덮기 위해 유병언의 시체를 공개했다'(@de_ren****)는 추측성 게시물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게시물은 30일 오후 9시 현재 300여 회 리트윗(RT)됐다.

이 게시물들의 공통점은 하나의 사안이 다른 사안을 감추기 위해 조작됐다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 사법당국이 잇달아 허술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자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부의 발표나 언론 보도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언론을 향한 음모론이 많아지고 그것이 공감을 얻는 이유는 정부의 부실한 발표와 언론의 편향된 보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발표나 언론 보도를 믿을 수가 없어서..."

시민들은 정부 발표와 언론보도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음모론을 제기하는 글을 참고한다고 말했다. 30일 기자가 서울 광화문 광장 '세월호 특별법 천만인 서명장'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걸스데이 민아- 손흥민 교제로 가려진 것'이라는 게시물을 보여주며 이런 주장글을 어느 정도 신뢰하느냐고 물어봤다.

김화영(18, 고등학생)씨는 "페이스북을 열 때마다 이런 추측성 게시물을 보게 된다"라며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음모론이 담긴 게시물을 참고한다"라고 말했다. 이광호(26, 직장인)씨도 음모를 주장하는 글들에 대해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나냐'라는 말처럼 근거 없는 의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정부 발표 등이 사실 믿을만한 게 없고 결국 나중에 보면 덮으려고 터트린 사건도 많았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허은선(25, 직장인)씨는 "언론과 정부을 믿지 않다 보니 이런 글을 참고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수빈(23, 대학생) 씨도 "이런 게시글은 하루에 한 번은 꼭 본다"며 "언론도 정부 발표도 안 믿는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의견과 추측을 하는 건 당연한 현상"

전문가들은 이런 음모론이 힘을 얻는 이유는 정부나 경찰이 신뢰 있는 정보를 발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주창윤 미디어 비평가는 "사람은 부족한 정보가 있으면 그것을 메꾸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며 "요즘 공적 정보가 신뢰하기 어렵다 보니 국민들이 차라리 본인들이 직접 정보를 찾고 개연성 있는 정보들을 엮어 궁금증을 해소하고 사건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이명석 대중문화 비평가도 시민들이 음모론을 참고하는 이유에 대해 "광우병 사태 때부터 음모설이 많이 터졌는데 그때도 주류언론들이나 정부가 신뢰감을 주는 발표나 해석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라며 "오히려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SNS에 있는 집단지성이 밝혀내는 사건들도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못하면 언론이 그걸 해야 하는데 언론은 좌우로 크게 나뉘면서 정치적 해석을 전하게 되니까, 시민들이 직접 흩어진 정보를 찾고 사건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써 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음모론이 힘을 얻는 양상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창윤 비평가는 "천안함 침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GOP 총기 난사 사건 등이 터질 때마다 공적 기관에서 허점투성이인 정보를 계속해서 발표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개인의 추측성 의견이 힘을 얻고 사실처럼 떠도는 건 한동안 지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명석 비평가도 "광우병 사태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런 음모설들이 많이 터졌다"면서 "정보의 불신과 시나리오 양상은 계속 갈 것이며 개인이 올바른 정보를 잘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참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