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한국시각),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홈 경기장인 터너 필드에서는 한국의 야구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을 떠올릴 듯한 경기가 열렸다.

이날 경기의 원정 팀이었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선발투수는 감사용(전 삼미 슈퍼스타즈)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날이 첫 선발 등판이었다. 하지만 그 경기가 있기까지 그에게는 선수 인생의 바닥을 찍고 올라온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원래 이날 샌디에이고의 선발투수는 2011년 21승으로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한 클레이튼 커쇼와 함께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던 베테랑 투수 이안 케네디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케네디가 부상으로 등판할 수 없게 되자, 버드 블랙 감독은 급히 임시 선발로 제이슨 레인을 등판시켰다.

사실 이날 경기에서 홈 팀인 애틀랜타의 팬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선발투수 어빈 산타나가 개인 최다 탈삼진 경기 기록을 세우는지, 삼진의 숫자를 세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8이닝 11탈삼진으로 개인 최다 탈삼진 경기(12개) 기록을 넘기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홈 팀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언론이 주목한 선수는 제이슨 레인이었다. 레인은 원래 2002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데뷔한 좌투우타 외야수였다. 2005년 휴스턴의 베테랑 제프 배그웰과 스위치 타자 랜스 버크먼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사이에 레인은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타율 0.267에 26홈런 78타점으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타격 정확도는 약간 부족했지만 남다른 파워로 구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레인은 휴스턴이 창단 이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출했던 월드 시리즈에도 출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레인은 약점이 노출되면서 집중 분석을 하고 나오는 상대 투수들에게 점점 만만한 타자가 되었다. 그리고 실패한 유망주의 야구 인생을 그대로 따라갔다. 2007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진 뒤,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 팀들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인생을 포기하지 않던 레인은 2010년에 코치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들었다. 수비 과정에서 인상적인 송구를 본 코치들이 구원투수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남겼던 것이다.

이에 레인은 과감히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했다. 그리고 2010년 트리플A 경기에서 4경기 구원 등판하여 4.2이닝 5피안타 2실점(ERA 3.86)으로 투수 인생을 시작했다. 2011년 6경기 등판하여 13이닝 18피안타 7실점(ERA 4.85)을 기록한 레인은 2013년 7월 샌디에이고 구원투수로 마이너리그 계약하여 2014년 4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승격되었다.

메이저리그에 투수로서 다시 나타난 레인에게 기회가 많이 오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다 선발투수 이안 케네디(8승 9패 ERA 3.66)가 옆구리 통증으로 부상을 당하면서 급하게 선발투수를 메워야 했는데, 버드 블랙 감독은 트리플A에서 임시 선발을 불러올리는 대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레인을 등판시켰던 것이다.

선발 등판한 레인은 기대 이상의 호투를 선보였다. 6회까지 무실점으로 애틀랜타 타선을 봉쇄했다. 가장 빠른 공 속도가 시속 141km에 불과했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했다.

비록 7회말 선두타자인 에반 게티스에게 1점 홈런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 패전투수가 되었지만(6이닝 6피안타 1실점) 한때 외야 유망주였다가 사라진 뒤 메이저리그 선발 마운드로 복귀한 것 자체로 그는 감동의 드라마를 보여주었다.

물론 레인은 임시 선발로 등판했기 때문에 케네디가 부상에서 복귀하면 그에게 자리를 내 줘야 한다. 실제로 레인은 이 경기가 끝난 뒤 다른 선수에게 자리를 내 주고 마이너리그로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지명할당 절차를 거치고 있다.

레인은 메이저리그 풀 타임 경력 3년 이상의 베테랑이기 때문에 구단 재량 마이너리그 옵션을 쓸 수 없는 선수이다. 레인은 "2005년에 월드 시리즈 경기에 출전했을 때 만큼 감격적인 경기였다.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 희망을 품고 더 큰 일에 도전하겠다." 는 포부를 드러냈다.

레인은 2014 시즌 샌디에이고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3경기에 등판(1선발)하여 10.1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평균 자책점 0.87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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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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