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 박진철


한 여름의 배구 축제. 2014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KOVO컵)가 19일부터 27일까지 9일간의 열전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남녀 모두 이변이 속출했다. 강호들이 준결승 길목에서 탈락하고, 약체로 평가됐던 팀들이 결승에 올랐다. 최고의 볼거리는 단연 새로운 스타의 발굴이다. 비시즌 동안 고된 훈련을 통해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기량이 향상된 선수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그 선수 맞나?"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선수가 많았다. 

이제 각 구단과 선수들은 10월 18일 개막하는 2014~2015 V리그를 대비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들어간다. KOVO컵과는 차원이 다르다. 팀 전력의 핵심인 외국인 선수가 들어온다. 국가대표에 차출됐던 주전 선수들도 풀가동된다.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대어급 신인이 가세할 경우 주전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말 그대로 바늘구멍이다. 

남자 6개 구단 '세계적인 선수' 영입... 우리카드만 '허송세월'

비시즌 기간 동안 각 구단들은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한 해 농사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남자부의 경우 우리카드만 제외하고 6개 구단은 이미 외국인 선수와 계약이 끝났거나 사실상 영입이 확정됐다. 외국인 선수의 국내 입국 시기 등 소소한 사정 때문에 공식 발표만 미루고 있다.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6개 구단의 외국인 선수는 세계적인 명성이나 기량 면에서 어느 해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전망이다. 특히 지난 시즌 하위권 팀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와 계약이 성사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에 따라 2014~2015 V리그도 팀간 전력 평준화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남녀 프로배구단을 통틀어 유일하게 우리카드만 외국인 선수 영입이 확정되지 않았다. 이순우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배구단 매각 방침 때문이다. 내부 혼란으로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에서 뒤쳐지고 타이밍을 놓쳤다. 

우리카드 배구단은 한국 프로스포츠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구단주 한 명의 방침에 따라 팀의 운명이 좌지우지되고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그룹보다 순이익 규모가 훨씬 적은 OK저축은행은 프로배구단에 대한 지원이 어느 재벌그룹 못지않다. 실제 프로배구단 운영으로 회사 홍보나 직원들의 사기 진작·화합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OK저축은행 구단주인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의 열정 때문이다.

현재 우리카드는 V리그 개막 전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2014~2015시즌 V리그는 정상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6월까지 선수들과 연봉 계약도 완료한 상태다. 신원호 KOVO 사무총장도 28일 "V리그 시즌 중에 배구단 해체는 없을 것"이라며 "V리그에 정상적으로 참여하면서 인수기업 찾는 일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 사무국도 "현재 외국인 선수를 여러 방면으로 열심히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도 늦지는 않았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9월 경에 좋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전제가 있다. 구단의 '의지'다. 

우리카드는 이번 KOVO컵에서 국가대표 주전 센터인 신영석·박상하와 레프트 안준찬의 군 입대로 최하위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카드 선수들은 똘똥 뭉쳐 결승까지 진출했다.

김정환-최홍석 쌍포, 정민수 리베로 등 주전 선수들의 경기력이 다른 구단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번 입증시켰다. 좋은 외국인 선수가 합류하고 구단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상위권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이란 얘기다.

여자부 외국인 선수도 만만치 않네

여자부는 6개 구단이 모두 2014~2015시즌에 뛸 외국인 선수를 사실상 확정했다.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은 이미 새 외국인 선수를 공식 발표했다. 

GS칼텍스는 지난 14일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인 '세라 파반'(Sarah Pavan·29세·196cm)의 영입을 발표했다. 세라는 장신의 라이트 공격수다. 이미 V리그에서도 2010~2011시즌 도로공사 소속으로 뛰면서 실력이 검증된 선수다. 지난해는 브라질 슈퍼리그에서 뛰면서 소속 팀인 유니레버(Unilever)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IBK기업은행은 18일 미국 국가대표 출신인 데스티니 후커(Destinee Hooker·28세·193cm)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데스티니는 2009~2010시즌 V리그 중반에 GS칼텍스의 대체 용병으로 입단해 한 편의 영화 같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8연패 중이던 최하위 팀 GS칼텍스는 데스티니가 입단하자마자 내리 14연승을 달리며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이후 데스티니는 한국에서 성공적인 프로 데뷔를 발판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출산을 하면서 2013~2014시즌을 거의 통째로 쉬었다. 전성기의 기량을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현대건설은 현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인 폴리나 라히모바 (Polina Rahimova·25세·198cm)를 영입했다. 폴리나는 지난 19일 끝난 2014 유러피언 리그에서 아제르바이잔 국가대표로 뛰면서 득점 랭킹 전체 3위, 공격종합 2위에 오르는 등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흥국생명은 호주 국가대표 주공격수인 레이첼 루크(Rachel Rourke·27세·192cm)을 영입했다. 지난해 KGC인삼공사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첬던 조이스 실바(Joyce Silva·31세·190cm)는 재계약을 사실상 확정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도로공사의 외국인 선수였던 니콜 포셋(Nicole Fawcett·29세·193cm)도 재계약이 확실시된다.  

6명의 외국인 선주 중 세라·니콜·조이스·레이첼은 라이트 공격수들이다. 반면 데스티니·폴리나는 라이트도 가능하지만 레프트가 원래 주 포지션이다. 그러나 리시브 등 수비가 약하다. 이들이 레프트 공격수로 경기에 나설 경우 국내 라이트 선수가 리시브에 참여하는 '리시빙 라이트'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카드의 김정환 선수와 같은 케이스다.

실제 현대건설 양철호 감독은 25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폴리나는 레프트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황연주가 지금처럼 공격력이 된다면 라이트를 맡기되 리시브 훈련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도 30일 "외국인 선수가 레프트도 가능하기 때문에 정시영 선수를 리시브 훈련을 더 강화해서 리시빙 라이트로 투입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GS칼텍스의 이선구 감독은 레프트인 한송이를 라이트로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여자배구 국가대표 감독이기도 한 이 감독은 28일 "한송이는 이번 그랑프리 대회에서 라이트로 나선다. 블로킹 높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양효진이 부상으로 공백이 생긴 국가대표 센터진은 김희진·배유나·박정아가 책임진다. 박정아는 레프트·라이트·센터 등 상황에 따라 멀티플레이어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년 농사 망칠라"... 부상 경계령

국내 선수의 부상 여부도 V리그 판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다.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의 경우 KOVO컵에서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레프트 정미선과 리베로 김연견이 부상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기둥인 양효진 선수마저 국가대표팀에서 연습경기 도중 팔꿈치 부상을 당했다. 현대건설 프런트는 아연실색했다. 

정미선 선수는 왼쪽 무릎 십자인대가 찢어져 V리그 시즌 중반이나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양효진과 김연견은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양효진은 왼쪽 팔꿈치 인대가 약간 늘어났고, 김연견은 오른쪽 무릎 인대가 살짝 찢겨졌다. 둘은 2주 진단이 나왔다. 재활까지 포함해 정상적으로 경기에 출전하려면 한 달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9~10월에 열리는 AVC컵, 인천 아시안게임과 V리그 출전에는 문제가 없다.

이선구 국가대표 감독은 "양효진 선수가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8월 1일부터 시작하는 월드그랑프리 대회에는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의 레프트 신연경 선수는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V리그 중반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하다. 남자배구 최고 스타 플레이어인 문성민 선수(현대캐피탈)도 현재 왼쪽 무릎 피로골절로 치료 중이다. 예정대로 재활이 진행된다면 V리그 개막 전인 10월 초쯤이면 정상적으로 경기 투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신인 드래프트, 판도 뒤흔들 '대어급' 풍년

올 시즌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는 9월 11일 실시한다. 이날 하루에 남자부와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가 모두 열린다. 오전에는 여고 졸업반 선수들을 대상으로, 오후에는 남자 대학 4학년(학교장 추천이 있을 경우 대학 1~3학년과 고등학교 선수도 참여 가능) 선수들을 대상으로 드래프트를 실시한다.

남자부는 리베로인 오재성(성균관대·175cm), 센터 3인방인 구도현(성균관대·199cm), 박원빈(인하대·200cm), 진성태(경희대·199cm) 등이 1라운드에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구단은 대학 1~3학년생 중에서 필요한 선수를 드래프트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여자부는 역대급 대어 풍년이다. 한때 여자 프로배구 제7구단 창단 주장이 제기될 정도였다. 이들이 어느 팀으로 가서 어떤 활약을 하느냐도 향후 여자부 판도에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고등학생임에도 성인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선명여고의 이재영(레프트·181cm)-이다영(세터·180cm) 쌍둥이 자매가 단연 최대어로 꼽힌다. 두 선수는 어느 팀으로 가든 즉시 주전 선수로 뛸 가능성도 높다. 하종화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둘째 딸인 하혜진(선명여고·레프트·182cm), 대구여고의 전새얀(레프트·178cm), 수원전산여고의 강혜수(레프트·177cm), 남성여고의 문명화(센터·190cm), 세화여고의 정다운(센터·185cm), 강릉여고의 이영(센터·180cm), 김태희(리베로·173cm) 선수도 주목할 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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